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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에서 청주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섭렵한 나로서는 충청북도의 유서깊은 이 골프장에 두번째라는 것이 희안할 정도인데 가토 후쿠이치 (加藤福一) 설계의 명문 회원제지만 꽤나 오래전부터 비회원 부킹도 가능했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었다면 여러번도 왔을 것이다. 주변에 가성비 짱짱한 골프장이 수두룩해서 천룡에까지 와볼 생각을 안했던 모양인데 2년전 봄에는 대전쪽 분들이랑 운동하기로 한 김에 여기를 잡았었고, 어려운 골프장에서 즐거웠지만 누런 잔디여서 아쉽다 정도의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회원들이 부킹없이 무작정 와서 순서대로 나가는 식이었다고 하며, 회원 우선이었기 때문에 비회원으로 티타임을 받았어도 그사이 누군가 회원님께서 등장하시면 비회원 팀은 뒤로 밀려버렸다고 원성이 자자했었다 (이런 회원우대 방식은 지금도 동남아 골프장에 남아있다). 오래되었다고 하지만 코스의 아기자기함과 재미는 소문으로 듣던 그대로였고, 당시에 돌았던 청룡/흑룡 코스의 18홀은 넓고 편안하면서도 산으로 둘러싸였기 때문에 송추 cc나 레이크사이드 수준은 되어보였다. 그린이 빠르고 어려워서 스코어가 잘 나오기는 어려웠는데 경치와 코스가 좋아서 잔디가 좀 푸를 시절에 왔으면 좋았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물론 위치를 고려하면 많이 비싸고, 회원제로 오래 운영해서 그런지 몰라도 비회원에게는 좀 딱딱한 말투의 접수직원들 (특히 계산하면서 근처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잘 몰라욧" 해서 물어본 사람을 무안하게 만든 것이 압권)은 옥의 티였다.
이번에는 푸른 잔디가 아름다울 시절에 방문하는 거라서 기대에 찬 방문이다. 서울에서 가자니 새벽이어도 꽤 걸리는 위치였지만 작년말에 바꾼 새차에 달린 반자율주행 시스템의 덕으로 여유있게 정속주행으로 갔다. 속도와 차간거리를 맞춰놓고 2차선으로 달리자니 예전에 나는 대체 뭐가 급해서 앞의 차에 바짝 붙어서는 밟아댔었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운전대를 힘주어 잡고는 잔쯕 긴장한 모습으로 운전하던 시절에 비하면 피로도 확실히 덜하다. 우리가 이번에 도는 코스는 황룡/청룡 코스의 18홀이었고, 예전 기억으로는 길었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길지는 않지만 어렵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럭저럭 잘 나가다가 한번씩 어이없게 발생하는 아이언 쌩크로 멘붕을 겪었는데 피곤해서 그런건지 연습을 더 해야하는 것인지 아무튼 황당했다. 공이 웬만큼 나가도 찾아가서 칠 수 있게 해놓은 것은 좋았으나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하면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기 어려운 코스였다. 그리고 이번에 느낀 것이, 확실히 오른손잡이에게 유리한 골프장이라는 것인데 홀들의 모양이 좌측으로 살짝 돌아가게 되어있었고, 페어웨이도 우측에서 좌측으로 내리막이라 나같은 왼손잡이에게는 공이 발보다 낮은, 아마추어에게는 최악의 라이에서 어프로치샷을 쳐야한다. 좋은 골프장에서 재미있게는 쳤는데 계산할 때 가격을 듣고는 한번 더 멘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