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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동전주써미트

hm 2021. 9. 25. 21:47

이름에는 동전주라지만 (서서울, 남서울 cc가 서울에 있지 않은 것처럼) 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27홀 대중제 골프장으로, 각각의 9홀 코스가 K, M, S 코스라고 되어있어서 kbs, mbc, sbs인가 싶었다 (실제로는 금강, 만경강, 섬진강이라고 한다). 몇년전에 전주에서 회의가 있어서 내려갔다가 (나는 바로 귀가했지만) 다른 몇몇이 다음날 이 골프장에서 운동한다고 해서 나중에 어땠냐고 물어봤더니 음, 가격은 쌌어요 그딴 대답이 돌아와서 대체 어떤 곳일까 궁금하던 차였다. 코스의 설계를 "골프그룹디자인뷰"라는 회사에서 했다고 홈페이지에 나와있어서 구글링해보니 벨라스톤 설계에 참여한 류창현 씨라는 분의 회사다. 경력이 많지 않은 설계자가 만드는 코스는 의욕이 앞서서인지 가끔 황당하게 어려운 홀이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풍광에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에 대개는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일박이일 일정인데 다음 날에는 어디 다른 곳을 가봤으면 했지만 성수기에 부킹난이라 이틀간 같은 골프장. 첫날에는 오후에 M/S 코스를, 둘째날 오전에는 K/M 코스로 돌았다. 시작하면서 캐디가 말하기를, 저희 골프장은 양쪽으로 오비인 홀들이 많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을 설명부터 한다. 보니까 좁으면서 길어서 또박또박 치면 보기 스코어를 기대할만도 한데 원래 짧지만 똑바로의 대명사였던 내가 최근에는 (레슨이나 연습장과 담을 쌓은지 몇달이 되었더니) 드라이버부터 웨지까지 난을 치고있어서 좀 걱정도 되었다. 이런 코스는 아이언 티샷이 정답인데 계곡이나 해저드를 넘어가야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러기도 어렵다. 티샷이 150미터밖에 안가더라도 죽지만 않으면 되겠지만 그래도 드라이버를 잡는다. 시각적으로 부담스러운 티샷이라 더 어렵게 느껴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홀로는 S 코스의 9번을 꼽을텐데 클럽하우스에 바라볼때 산허리를 따라 좁게 내려오는 페어웨이가 보이는 파 5 홀이다. 티샷이 좋은 위치로 왔어도 심한 내리막에서 계곡을 넘기는 세컨샷을 해야했고, 계곡을 넘어오면 다시 핀이 보이지도 않게 까마득한 오르막 어프로치를 한다. 한편, 코스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어도 거의 모든 홀의 티박스에는 매트가 깔려있었고, 매트의 재질이나 놓인 방향이 묘하게 불편해서 신경쓰인다. 가장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K 코스가 그린이나 경치는 제일 좋게 느껴졌다. 페어웨이나 그린의 상태도 딱 가격에 맞는 수준이라 나는 (스코어에 상관없이) 가성비에 만족스러웠지만 분명 좋은 평가를 받기에는 부족함이 많을 골프장이다. 그늘집에서의 식사도 (여기에 보신탕은 없었지만 흑염소탕이 있는데 먹어보지 못함) 전라도 골프장임에도 그저 그랬다.

이틀간 같은 골프장에서 쳤는데 내가 캐디의 성향에 따라 좀 영향을 받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첫날에는 말이 별로 없이 무표정한 여자 캐디였는데 괜히 내가 눈치를 본 것인지 뭔가 내내 불편했고, 핑계겠지만 공도 시원찮게 맞았다. 이틀째는 젊은 남자였고, 편해서인지 즐겁게 쳤다. 그리고 여기는 (진안군 지역은 거리두기 2단계) 끝나고 샤워가 가능했다. 샤워없이 나오는 것에 익숙해진 터라 라커룸의 벌거벗은 이들을 보고는 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숙소를 전주시내로 잡았으므로 샤워후 저녁식사를 요즘 유명한 한정식집에서 했다. 엄청나게 많은 가짓수의 반찬이었지만, 그럭저럭 익숙하게 좋은 맛이었지만, 어째 우리같은 뜨내기 관광객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식당이라는 느낌이었다. 서울의 유명한 식당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어차피 한끼 잘 먹었습니다 하며 돌아나올 곳이었어도 나도 이제 입맛이 까탈스러워진 것인지 훌륭한 식사였다고는 못하겠다. 술을 즐겨하는 동반자들은 안주꺼리 많다고 좋아들 했다. 숙소도 모모 유명한 한옥호텔인데 겉모습만 그렇지 안에는 편리하고 아늑한 보통의 호텔방이었다. 분명, 십년전쯤의 나였다면 정말 좋구나 그랬을텐데 이번에는 차라리 어디 무인모텔에다가 방 하나씩 잡아서 자는 것이 싸게 먹혔겠네 생각했을만큼 이런 식의 개발에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도 내 평생에 처음으로 와본 전주 한옥마을이었다.


뭔가 삐뚤어지게 놓여진 티박스 매트

여기까지가 S 코스의 모습들

여기까지는 K 코스

그리고 M 코스의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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