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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인 Livermore 시에서 가까운 The Bridges 컨트리클럽도 명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골랐다. 1999년에 Johnny Miller와 Damian Pascuzzo의 설계로 개장했다가 최근 Jay Blasi가 리노베이션을 했는데 이 사람이 Robert Trent Jones 2세 밑에서 일하다가 독립해서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Jay Blasi는 RTJ 주니어와 함께 올해 US 오픈을 개최했던 워싱턴 주의 Chambers Bay 건설을 주도했던 사람이니 미국 골프업계의 떠오르는 유망주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나는 자니밀러의 골프장 디자인을 좋아하는 편인데 대개 그의 손길이 닿은 코스들은 프라이빗이거나 고급 리조트였다. 그런데도 여기는 금요일의 프로모션 그린피가 카트 포함으로 $40이니 (정가는 $69) 고민의 여지가 적다. 숙소를 Livermore로 잡은 이유중에는 커다란 프리미엄 아울렛이 있다는 것도 있었는데 요새는 아울렛에서는 별로 쇼핑할 거리가 없다. 오히려 동네마다 있는 Marshall's, TJMAXX 등을 가는 편이 대충 한 철 입고 버릴 옷을 사기에는 더 낫다. 그래도 샌프란시스코, 버클리 동쪽으로는 싸고 괜찮은 골프장이 많으니까 다음에도 여행의 근거지로 삼기에 나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날 오전에 Roddy Ranch를 돌고서는 중간에서 월남국수로 대충 점심을 때운 다음에 The Bridges에서의 오후 라운드를 시작했다.
Roddy Ranch에서 인상적인 라운드를 마친 직후라 웬만한 퍼블릭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상황인데 The Bridges도 나름 만족스러운 골프장이었다. 일단 시작부터 좀 편안하다. 친절하고 말이 많아보이는 스타터 할아버지는 종일 사람이 없다가 갑자기 여러 팀이 몰아닥치냐고 허풍을 치며 미국인 두 명과 우리를 조인시켜 출발시켜준다. 여기는 말을 잃게 만드는 엄청난 경치는 아닌 것 같아보이나 페어웨이 양측으로 고급 주택들이 늘어선 형태라 보기좋고 골프치기 좋게 만든 설계라고나 할까? 아무튼 초반에는 경치를 즐기면서 좋은 스코어를 만들었다.
그런데 전반 9홀은 그저 편안해보이는 주택가 골프장이구나 했더니 후반이 되면서 완전히 달라져버려서 이거 같은 사람이 설계한 거 맞나? 그런 생각마저 든다. 좁고 굴국이 심한 페어웨이에 전략을 고민해야만 보기라도 간신히 할만한 복잡한 디자인이 연속된다. 웬만해서는 파는 아예 꿈도 못 꾸도록 적절한 위치에 해저드나 벙커가 자리를 잡았다. 이런 식의 스타일은 실은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긴 한데 캐디도 뒷 팀도 없으니 그저 고민하고 다시 치고 그럴 뿐이다. 스코어가 백돌이여도 즐거운 라운드였는데 유일한 불만은 역시 그린이었다. 오히려 티박스가 더 깔끔하다 싶을 정도로 울퉁불퉁하고 느린 그린은 심지어는 커다랗기까지 해서 투펏도 잘한 축에 든다. 물론 스코어보다 퍼팅보다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GIR이어서 투온 쓰리펏은 전혀 기분나쁠 일이 아니다. 15번은 높은 티박스에서 티샷을 하지만 좌측으로 심하게 도그렉인 파 5 홀이라 장타자라면 투온의 유혹을 강하게 느끼겠으나 중간에 두개의 개울을 지나야하므로 상벌이 확실한 홀이었다. 클럽하우스를 내려다보며 샷을 하는 18번도 근사했다. 여기 후반의 15-18번 홀들은 나중에라도 또 돌아보고 싶다. 오늘의 36홀에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랑 조인했어도 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도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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