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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kland 동쪽으로 Diablo 산 부근에 있는 골프장인데 바로 옆의 Shadow Lakes 골프클럽과 주인이 같다. 그래서 하루에 36홀을 돌면 딱 좋았을텐데 불행하게도 캘리포니아의 가뭄으로 거기는 문을 닫고 지금은 여기 Deer Ridge만 열었다. 여기는 Andy Raugust가 설계해서 2004년에 개장한 비교적 신생 퍼블릭이다. 아무튼 계획이 좀 틀어진 탓에 오전에 여기를 돌고, 오후에는 (안가본 골프장으로만 다니려는 생각이었으나) 저번에 꽤 좋았던 Roddy Ranch를 다시 가보기로 했다.
금요일 오전 7시 20분 티타임인데 호텔에서 40분 정도 걸린다고 구글이 가르쳐줬으니 새벽같이 일어나서 달린다 (호텔의 조식이 6시부터인 것이 다행이었다). 몇달전에 지났던 익숙한 길인데 비 예보도 있고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라 오후에 바람이라도 세차게 불면 어쩌나 걱정이었다. 그래도 막상 도착해서 보니 칠만한 날씨였고, 큰 기대는 없었던 골프장이니만큼 즐겁게 티박스에 섰다. 그런데 첫 홀을 돌아보고 이 골프장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다. 아름답고 잘 꾸며진 코스일 뿐만 아니라 맘에 드는 레이아웃이다. 티샷이 떨어지는 지점이 넓직하고 전반적으로 편안한데 그렇다고 밋밋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홀마다 나름 고민해서 공략하는 재미가 있어서 그린에 올라가면서 아까 저기로 쳤어야 하는구나 깨닫는다. 긴 홀도 있지만 짧은 파 4 홀도 만만하지 않다. 예를 들어 6번 홀은 화이트 티에서 300 야드 정도지만 세컨샷을 어디에서 치느냐에 따라 높이 솟아있는 그린을 공략하거나 레이업해야만 한다.
물을 넘겨가는 파 3 홀인 13번도 멋지다. 그린에 도달해서 뒤를 돌아보면 (저게 Diablo 산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멀리 보이는 산과 계곡의 경치가 나름 볼만하다. 그날 오후에 돌았던 Roddy Ranch처럼 드라마틱한 경치는 아니어도 즐거운 골프장이다. 겨울이어서 그랬을까 러프를 거의 페어웨이 수준으로 깎아놓아서 좀 빗나가도 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약간의 흠이었을 뿐 여기보다 더 평이 좋았던 Shadow Lakes를 경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그런데, 멀리까지 와서 골프를 치자면, 특히 겨울철에는 한 홀이라도 더 쳐보려고 하루에 36홀씩 잡고 했는데 카트를 타더라도 이제는 좀 힘들다. 이 날도 오전에는 괜찮았으나 오후에 다리가 풀리고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하니까 일단 공이 잘 맞지 않는다. 몸이 힘든데 공도 이리저리 난을 치니 짜증만 났다. 동반자들의 무신경한 행동에도 기분이 상해서 좋았던 사이도 틀어질 판이다. 골프여행에 대해 좀 생각해볼 필요를 느낀 날이었다.
* 2020년 현재는 Shadow Lakes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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