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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의 크리스탈밸리는 여전히 회원제로 유지되는 모양인데 거기 주인이었던 세란병원이 충북 진천에다가 만들어서 2010년에 개장한 크리스탈카운티는 시작부터 퍼블릭이었다. David Dale의 골프플랜과 더림골프디자인의 임상신 씨가 설계했다고 하며, 긴 전장과 좁은 페어웨이로 난이도가 있었지만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와서 한때 지스윙이라는 스크린골프장 광고에서 김수미 씨가 캐디로 출연했던 cf를 여기서 찍기도 했다. 아무튼 지금은 (수많은) 골프존카운티 골프장의 하나가 되었으며, 원화랑/원낭자 코스의 18홀이다. 지금의 원화랑이 예전에는 크리스탈 코스였고, 원낭자가 카운티 코스였으니 원화랑/원낭자의 순서가 설계자의 의도라고 본다. 몇년전에 가본 기억으로는 길면서 어려웠었고, 티샷이 부담스러우나 그린으로 가면서는 크게 어려움이 없게 생겨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코스는 확실히 아니었다. 이번이 세번째로 방문하는 것인데 처음에 갔을 때에는 워낙 못치기도 했지만 날이 쌀쌀해지는 늦가을에 가서는 내복으로 중무장한 동반자들 사이에서 추위에 덜덜 떨며 낚였다 내지는 사서 고생이구나 그랬었다. 산속이라 더 추운데 서울의 낮기온만 생각하고 간 탓이었고, 길어서 힘든 코스에서 몇 홀 지나지도 않았는데 가져간 공의 반 이상을 날려버리고 나니 이거 언제 끝나나 그 생각만 했었다. 두번째 방문은 조금 달랐다. 여전히 못쳤고 힘들었지만 어느 내리막 파 5 홀에선가 다들 숲에서 각자의 공의 찾고 있는데 나 혼자서만 오잘공 티샷을 보내놓고는 페어웨이 한가운데서 뒤를 돌아보며 나도 이런 공을 칠 수도 있구나 매번 이렇게만 치면 골프가 참 쉽겠구나 그딴 생각을 하며 멍하니 서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별로 럭셔리하지도 프라이빗하지도 않은, 충청북도 산골의 흔한 퍼블릭인데 골프존카운티의 관리능력이 이제 원숙기에 접어들었는지 무난하게 잘 꾸며놓았다. 거의 모든 홀에서 티박스 앞에는 해저드가 있고 페어웨이가 좁아보이지만 그린의 앞에는 온그린을 방해할 요소가 별로 없다. 커다랗고 느린 그린에서 퍼팅으로 고생해야하는 이런 식의 설계는 잭니클라우스 등의 코스와는 정반대의 공략이 필요하다. 눈을 들어 주변을 바라보면 숲이 장관인데 어디서 사와서 조경하는 식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나무들은 바라만 봐도 눈이 호강한다. 원화랑 4번 (그리고 원낭자 4번도) 페어웨이 옆으로 보이는 진천의 산세만으로도 최고의 경치다. 그런데 어려운 코스에서도 그렇다고 제대로 치지 못할 실력은 이제 벗어나긴 했는데 여기는 어째 뭔가 불편하다. 왜 그럴까 고민하면서 공을 치다가 문득 깨달았으니 세컨샷을 내리막 라이에서 해야하는데 그린은 포대그린인 그런 상황 때문이었다. 티샷을 제대로 보내지 못해서 감수해야하는 것인가 했더니 예전보다 20미터쯤 더 보냈어도 마찬가지다. 내리막 비탈에 엉거주춤 서서는 롱아이언으로 공을 띄워서 쳐야하는 이런 식은 웬만한 아마추어에게는 최악일 것이다. 야간 라운딩을 즐기는 모 형의 말로는 여기가 충청권 골프장 중에서는 라이트 밝기가 가장 밝은 LED 조명이라 여름 저녁에는 정말 바글바글하다고 한다. 잔디의 관리는 꽤나 열심히 하는 모양으로 어느 구석도 시원찮은 곳이 없었다. 코스야 어떻든 광고에서 보면 초록의 코스가 정말 아름답기는 했다.
골프백에 꼽혀있는 14개의 클럽 중에서 뭐가 제일 중요하냐 묻는다면 퍼터라고 대답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18홀의 라운드에서 드라이버는 기껏 14번 치겠으나 퍼터는 30-40번 이상은 치니까 그렇다고 한다. 어프로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웨지를 꼽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연습장에 가보면 대다수는 미들 아이언으로 주구장창 풀스윙을 연습하고 있다. 아이언 치다가 지겨워질 즈음에 드라이버 커버를 벗겨서는 몇번 쳐본다. 물론 프로의 경우는 우리네 아마추어와 또 다를 것이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나는 드라이버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게 되었다. 티샷이 되는 날에는 (스코어는 약간 다른 이야기겠지만) 즐거운 라운드가 된다. 드라이버는 쑈야 어쩌고 하는 말이 사실 틀린 것은 아닌데 티샷이 잘 맞는 날에는 퍼팅이 안되거나 하지만 아무튼 즐겁게 치고 돌아온다. 티샷이 휘거나 쪼루가 난 상황에서 어찌어찌 설겆이를 해서 보기에 급급해서야 골프가 재미있을 리가 없다. 파 4 홀에서 세컨샷을 웨지로 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그 다음으로는 롱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가 중요하다. 어차피 퍼팅은 좀 타고나야하는 것이다. 연습으로 될 것이 애초에 아니다. 물론 똑바로, 일정한 빠르기로 보내는 것은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지만 퍼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비거리도 마찬가지여서 죽어라고 연습한다고 크게 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나같이 원래 몸치인데다 나이먹고 골프를 시작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과 일관성이다. 아이언 샷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고무 매트에서 백날 쳐봐야 별로 늘지 않는다. 연습장에서는 드라이버를 연습해야 한다. 그래서 방향과 일관성을 익히는 것이 최선이고, 비거리와 퍼팅은 잘되면 내탓, 안되면 조상탓이다. 물론 공이나 티 같은 거는 제외하고 클럽만 갖고 하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