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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그린필드

hm 2022. 7. 10. 06:13

제주도의 골프장들 중에서 오래전부터 가장 궁금했던 곳이 제피로스 골프클럽이었는데 이름을 그린필드 컨트리클럽으로 바꾼 이후에나 가보게 되었다. 제주시에서 매우 가깝고, 2006년에 개장한 18홀 골프장이라 인기가 없을 수가 없겠던데 제피로스를 가봤다는 사람치고 좋게 말하는 적이 없었고, 심지어는 여행사를 통해 부킹하는 상황에서도 제피로스로 잡아주세요 하면 네에? 대체 왜요? 후회하실텐데요, 그런 대답도 들은 적이 있었다. 얼마나 개판이길래 현지인도 에이전시도 혹평일색일까 오히려 궁금해졌던 것이다. 재작년엔가 이름이 바뀌었는데 그린필드라는 이름은 (제피로스에 비해) 좀 평범하다. 뭐가 좋아졌는지 몰라도 가격은 확실히 올라서 주변 골프장들 수준이 되었길래 오히려 이제는 가봐도 되겠지 심정으로 부킹을 했다. 설계자로 이름이 올라가있는 타카하시 신스케 (高橋眞介)라는 분은 생소하긴 해도 가토 슌스케 (加藤俊輔) 씨의 밑에서 골프장 조형설계를 맡았었고, 지금도 중국 등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코스 디자이너라고 한다. 우리나라 골프장들의 연혁을 살피다보면 재일교포 자본의 투자로 야심차게 시작했다가 쇠락한 스토리가 종종 나오는데 제주도에서는 타미우스와 여기, 그린필드가 그렇다.

제주시의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도 택시로 20분만에 도착했으니 가깝긴 했다. 관리상태의 걱정은 이제 씻은 듯, 초록의 페어웨이가 반겨주지만 벤트그라스라고 들었는데 아마도 버뮤다로 잔디의 품종을 교체한 모양으로, 대다수의 한국인에게는 어렵고 낯설 것이다. 마운틴/씨 (오션이라고 보통 부를텐데 Sea 코스라니 좀 낯선 느낌) 코스라서 전반은 한라산을 바라보고 올라가며, 후반에는 바다쪽으로 내려간다. 클럽하우스를 나서면서 생각보다 아름답고 좋아보이는데? 싶었는데 1번 홀을 치고나서는 의외로 어려운 코스로구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화이트 티박스에서 보면 거리도 별로 안되고, 페어웨이가 넓어보이지만 어프로치가 그린을 조금만 벗어나면 아주 어려워지는 디자인이다. 그린도 크고 복잡한데 느려서 브레이크를 많이 먹지는 않았다. 높은 위치라 그런지 여러 홀들에서 바다가 보여서 눈이 호강이다.

캐디의 말로는, 그린필드가 욕을 먹는 이유로 바람이 거센 날이 많아서 가뜩이나 쉽지 않은 코스에 난이도를 더하기 때문일 거라고 한다. 아덴힐 바람만 하겠냐 속으로 생각했는데 우리는 맑은 날씨에 오전 티타임이라 괜찮은 편이었다. 잔디의 상태는 아직 개선이 필요해보였는데 몇주간 비가 많이 왔음에도 새로 식재한 잔디가 좀 얼룩덜룩한 부분이 좀 보였다. 경치만큼은 아주 근사해서 아일랜드 그린인 마운틴 7번부터 커다란 해저드가 티박스 앞에 있는 8번, 다시 어프로치로 물을 넘겨야하는 마운틴 9번까지가 장관이었다. 전반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되돌아오지 않는 원웨이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후반에서도 씨코스인 10번부터 멋진 경치여서 대체 제피로스를 왜들 나쁘게 얘기했는지 의외였을 정도. 커다란 호수를 돌아가는 15번과 16번은 어디서 많이 봤다 싶은 경치였지만 아름다왔다. 이날 공이 곧잘 맞아서 좋은 스코어가 나온 것도 호평에 일조하겠으나 아무튼 어제 더시에나를 비롯해서 이번 일정의 두 골프장은 처음 가보았지만 백퍼센트 만족이었다 (더시에나가 미국 어디쯤의 파크랜드 스타일이었다면 그린필드는 이국적이라 완전히 다르다).

골프코스나 컨트리클럽에 무슨 규정이나 표준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좋은 (이 말이 애매하다면 "명문"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내 생각에 명문으로 칭하려면 역사와 전통에 더불어 내장객의 제한이 있어야한다고 본다) 골프장의 기준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나는 가끔 기대한 이상의 경험을 하는 경우 거기를 좋은 골프장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린필드는 남들 말만 듣고 이제서야 가보게 된 것이 후회될 정도로 좋은 골프장이었다. 제주도에 가면 늘 중문이나 서쪽 골프장에만 다녔었는데 공항에서 가깝고 괜찮은 곳을 하나 발굴해서 기분이 좋다. 어제의 더시에나 cc도 좋기는 했지만 거기는 "명문"의 반열에 올려놓을 정도로 전통있는 곳이었다가 (제주 컨트리클럽이라는) 원래의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퍼블릭으로 시작하는 모양새라서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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