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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의 덕평 컨트리클럽이 주인이 몇차례 바뀌더니 지금은 에이치원 (H1) 클럽이 되었다. 나는 덕평힐뷰 시절에도, SG 덕평이던 때에도 여러번 가보았었고, H1이 된 이후에도 (지인 중에 회원이 계셔서) 종종 가는 곳이다. 호반건설이 인수하면서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처음 몇달간은 문을 닫고 코스를 고쳤다고 하며, 올봄까지는 클럽하우스와 주차장의 공사로 어수선하기도 했다. 숏홀이 파 4가 되고, 파 4가 롱홀이 되는 식의 변화가 생기면서 golfshot 등의 앱은 무용지물이 되었는데 리노베이션을 누가 주도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원래의 설계자는 베어크리크 등을 만든 장정원 씨다.
코로나 탓을 하지 않더라도 에이치원이 되면서 가격도 한층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평일에 그린피 몇만원으로 쳤던 기억은 이제 전설로나 남을 것이다). 기존의 회원들도 그린피가 많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부킹도 쉽지 않다고 하니까 이래서야 누가 회원권을 사겠냐 싶었는데 서울에서 찾아가기에도 호법 부근의 교통정체가 늘 심하기 때문에 (특히 주말에는 롯데아울렛 탓에) 가까운 편은 아니다. 그래도 예전의 덕평을 돌이켜보면 완전히 다른 골프장처럼 느껴지게 좋아졌다 (당연히 평가도 달라져야겠다). 원래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던 레이아웃이라 군인공제회에서 만들어서 이럴까? 생각도 했었고, 30년전에 호법 인근은 땅값도 쌌을텐데 이렇게나 좁고 어려운 산악코스를 만든 장정원 씨에게 존경하는 마음마저 들었던 덕평이 이제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H1 클럽으로 바뀐 것이다. 원래부터 터가 넓어서 홀들 사이의 간격이 시원시원하게 넓었기 때문에 리노베이션도 어렵지는 않았을 거라고 짐작한다.
레이크 코스의 첫 홀로 가니 시원하게 펼쳐진 경치에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고, 뭔가 달라진 듯 깔끔해진 페어웨이가 보인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여전히 좁아보이는 페어웨이는 곧 KLPGA 대회가 열리고, 전날 비가 많이 와서 러프가 웃자란 탓일 것이다. 파 3 홀들을 제외하면 도그렉이거나 언덕을 넘어가기 때문에 그린이 보이지 않는 구조인데 막상 티샷을 쳐놓고 가보면 아하 이리로 쳤어야 하는구나 깨달음이 온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시야확보에 신경을 써서 수정했다고 하며, 잔디의 관리상태나 조경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어쩌다 방문하는 입장에서는 캐디의 조언에 따르는 것이 어이없는 공략을 피하는 길이겠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홀은 레이크 6번. 거리도 짱짱한데다가 좁아보이는 페어웨이가 부담스러운 오르막 파 4홀인데 내 티샷 비거리로는 투온이 힘들어보여서 차라리 카트길을 맞추겠노라고 호언장담하고 쳤는데 정말로 본대로 날아가서 두번만에 그린 근처까지 갔다. 투온 쓰리펏으로 보기였지만 (짤순이 아마추어 입장에서는) 포온 원펏보다 이쪽이 기분상 낫다. 그런데 이 골프장은 작고 동그란 그린이 좌우로 자리잡은 투그린 시스템이긴 한데 벙커가 한쪽은 크게, 반대쪽은 없거나 작아서 어느쪽 그린을 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공략이 필요할 것 같았다. 원래의 덕평도 싸구려 취급을 받을만큼 엉망인 골프장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H1 클럽의 주말 비회원 그린피는 수도권 최고 수준이다. 코스의 리노베이션으로 이렇게나 좋아질 수도 있구나 감탄한 골프장이지만, 지금의 가격으로는 (요새는 어디나 다 비싸긴 해도) 좀 고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