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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블랙스톤 이천

hm 2021. 7. 20. 06:28

한때는 해슬리 나인브릿지와 비교되던 명문 회원제 블랙스톤 이천이었는데 나날이 쇠락의 길을 걷는 모양세였다 (자매 구장인 제주도의 블랙스톤도 비슷했다). 몇년전부터 퍼블릭 부킹을 일부 허용하면서 그랬는데 최근 다시 좋아지고 있는 골프장이다 (제주 블랙스톤도 한동안 안가봤지만 최근 다녀온 이의 말에 의하면 관리상태가 다시 좋아졌다고 한다).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Brian Costello 설계인데 하도 어렵다고 소문난 코스지만 RTJ 등이 참여한 코스들과는 결이 다르게 어렵다. 영동고속도로 여주 ic를 나가 한참을 내려가야하는데 금요일 오후라 부지런히 일과를 마치고 떠났어도 한시간 반이나 걸려버렸다. 거리두기 4단계 탓에 티타임을 좀 앞당겼더니 식사도 미처 못하고 땡볕 아래로 나가게 되었다. 정식 명칭이 블랙스톤 익스클루시브 골프클럽이니까 아무나 오지 못하는 배타적인 클럽임을 내세운 것인데 요즘은 퍼블릭 티타임도 좀 열어주기 때문에 북적거리니 회원들 입장에서는 눈쌀이 찌푸려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몇몇 회원들만의 놀이터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이런 식이 결국 우리나라 회원제가 살아남을 방향이 아니겠나 싶다.

여기는 발렌타인 챔피언십이나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대회가 열리던 곳이다. 올해의 KPGA 대회에서는 문경준 프로가 토탈 8언더로 우승했지만 내노라하는 선수들도 파를 힘겨워하던 어려운 코스다. 네이버에는 북/서 코스가 회원제고 (그래서인지 대회를 하면 보통 북/서의 순서로 한다), 동코스는 퍼블릭이라는 식으로 나와있지만 블랙스톤 퍼블릭에서 공치고왔다는 얘기는 들은 바가 없으니 그냥 27홀 코스라고 보면 되겠다. 이번에 우리는 서/동 코스로 돌았는데 27홀을 모두 경험한 바로는 어느 홀이나 그냥 생각없이 지를 곳이 없다. 티박스에서 보자면 갈 곳이 뻔히 보이는 페어웨이지만 조금만 벗어나도 그냥 언플레이어블이니 (어려운 코스에 가면 늘 하는 생각이지만) 이렇게까지 고민해야하는 라운드가 과연 즐거운 골프인가 의문이다. 티샷이 죽지 않아야하고, 긴 어프로치로 그린에 공을 올려야하며, 넓고 어려운 그린에서는 가능한 투펏으로 막아야 하니 정말 어렵다. 요컨데, 초보자를 위해 돌아가서 보기라도 쉽게 할만한 길을 만들어놓지 않았다. 밋밋한 코스보다야 훨씬 멋지지만, 실력이 더 늘면 재미가 붙을라나 모르겠지만, 나름 잘 쳤구나 싶었어도 다음 공을 치기 어렵다면 멘붕이 당연하다. 다행히 갈대밭 러프는 화이트티에서 치는 나같은 짤순이에게는 큰 위협이 아니어서 공을 잃어버릴 염려는 적었다.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 경우에는 내 생각에 북코스가 가장 이쁘고, 서코스가 제일 어렵다.

Brian Costello는 사실 외국에서는 대단히 인정받는 디자이너는 아니지 싶은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칭송받는 코스들을 여럿 만들었다. 360도, 샤인데일, 거기에 타니 cc 등등, 그 대표격이 블랙스톤이겠는데 무시무시 날이 서있는 드라마틱한 코스지만 덕택에 아주 아름답다. 공을 무슨 수로 저 자리까지 보낼까나 한숨을 쉬면서도 얼른 핸드폰을 꺼내어 사진찍기에 바빠진다. 그리고 나 개인적으로도 이런 코스가 맘에 들지만 몇일 전에 다녀온 스카이 72 오션코스가 (설계철학이나 지형이 완전히 다르긴 하지만) 관리상태도 경치도 더 낫다. 와우, 할만한 홀이 없었던 것도 단점인데 모든 홀들이 다 괜찮았긴 해도 어디 시시하고 단조로운 퍼블릭에서 어쩌다 한번씩 만나는 근사한 홀이 여기에는 없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동이 덜한 모양이다). 보통 파 3 홀들이 시그너처가 되는데 (그래서 북코스 7번을 최고로 꼽는 이들이 있음) 블랙스톤 이천에서는 만만한 숏홀이 없어서 그저 치기에만 급급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멋졌던 홀을 꼽는다면 정원과 호수를 넘어 돌아가는 북코스 4번인데 앞의 팀이 밀리는 통에 잠시 티박스에서 숨을 고르며 바라봤던 탓도 있을 것이다.

지난 주에는 비교적 편안했던 소피아그린 cc에서도 티샷의 난조로 90대를 치고 말았으니 블랙스톤에서야 백돌이가 되려냐 했는데 코스가 쉽든 어렵든 내 스코어는 비슷하게 80대를 유지한다. 어려운 코스에서 더 잘치는 경우도 흔한데 뻔히 보이는 그린으로 정확하게 아이언이든 웨지든 어프로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보기플레이어가 80대 밑으로 내려가려면 100에서 150미터 정도의 샷이 정교해야한다는데 요즘 공감하는 내용이다. 한창 연습장에 다니던 시절에는 아이언에 자신이 있었고, 반면 드라이버가 늘 걱정이었는데 코로나로 지난 겨울에 연습장에 못갔던 이후로 계속 필드에만 나가고 있으니 샷이 좋았다 망가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북코스의 모습들

 

세개의 9홀들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되는 서코스

 

 

 

 

그리고 여기까지가 동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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