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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힐드로사이

hm 2021. 7. 23. 06:35

매년 한두번씩은 왔었던 강원도 홍천의 힐드로사이를 다시 방문했다. 여기는 처음에 역삼동의 스포월드가 만들었던가 했을 것인데 여기저기 팔리다가 몇년전에 (최근 여주의 36홀 스카이밸리를 인수하기도 한)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인가 하는 단체가 주인이 되었다 (요즘의 골프붐을 생각하면 거의 횡재라고 생각된다). 소유권에 부침이 있었어도 늘 수준급의 코스를 유지하던 곳인데 그나마 이제는 완전한 퍼블릭이 되었으니 부킹도 한층 더 쉬워졌다. 실은, 이날 경기도의 다른 골프장의 오후 티타임으로 부킹했으나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면서 오후 5시반까지는 18홀을 마쳐야한다기에 수도권이 아닌 골프장으로 급히 변경한 것이다. 강원도 홍천이긴 한데 경기도와 거의 접해있는 지역이라 양평쪽 골프장이나 비슷한 거리다 (한편으로는 기존의 국도를 달려야하기 때문에 자칫 휴가철에는 상당히 막히는 경우도 있다). 천혜의 산골짜기에다가 권동영 씨가 설계한 18홀 골프장인데 늘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의외로 스코어는 좋았어서 이번에도 살짝 기대를 하고 방문한다. 내가 갖고있던 힐드로사이의 이미지는 코스말고도 밝게 웃어주는 직원들이었는데 주인이 바뀐 이후에는 (퍼블릭이 되어서인지도) 좀 사무적으로 일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도 권동영 씨가 설계한 다른 골프장들처럼 전반 (버치 코스)과 후반 (파인 코스)의 차이가 극명한 스타일인데 산속 골프장이 지천인 우리나라에서도 뭔가 특별하게 보였다. 로비에서 내려다보는 코스는 저렇게 아름다운데 하늘을 가르는 철탑과 송전선이 옥의 티. 그런데 정말 아름다운 코스인데 공을 쳐야하는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어렵다. 나같은 이에게는 일단 비거리가 필요한 레이아웃이 무조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세컨샷 지점에서 그린을 바라보면 수많은 벙커와 해저드가 거의 모든 홀에서 보인다. 스코어에만 신경쓰지 않는다면 경치 하나만으로도 최고인데 공이 사라지고 푸다닥거리다보면 한가롭게 경치타령이나 하고있을 여유가 없다. 그래도 잘 쳤는데 망하는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요컨데 잘 치면 잘 간다. 여기서 스코어가 나쁜 것은 그저 자기가 못 친 탓이다. 이날 우리는 버치/파인의 순서였지만 버치 코스의 경치가 더 좋았으니 파인/버치 순서로 치면 더 낫겠다 싶었다. 특히 버치 5,6,7번으로 이어지는, 정말 "신이 내린 대지"에 어울리는 풍광은 내가 생각하는 베스트코스인 가평베네스트에 못지 않다. 버치 7번 홀은 클럽하우스에서 보이던 암벽 꼭대기에 자리잡은 파 3 홀인데 티박스에서는 물론 바위가 보이지 않지만 하늘과 맞닿은 풍광의 그린이 잠시 숨을 멎게 한다. 상대적으로 파인 코스는 워낙 헤맨 탓에 공을 치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다. 멋지다고 평이 자자한 파인 5번을 지나고 (여기는 아일랜드 형태의 내리막 파 3인데 그린에서 뒤돌아 티박스를 바라보면 근사하다), 겨우 마지막인 9번 홀에 이르러서야 참 예쁜 골프장이구나 눈에 들어오니 아무튼 힘든 하루였음이 분명하다. 그래도 만족스럽게 친 날이었다. 전장이 길어서 나는 여간해서는 투온이 어렵던데 그린 주변의 벙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과감한 어프로치를 시도해볼 일이다. 더블보기 하나와 버디 하나를 치면서 80대 초반이면 나쁘지 않은 스코어였고, 무엇보다도 어이없게 망가진 샷이 없었다. 수도권 거리두기 탓인지 워낙 팀을 많이 받아서 내내 밀렸던 것이 옥의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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