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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더 먼저 생겼긴 하지만) 여주 360도 cc 바로 옆에 있는 골프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블루헤런을 만들었던 David Rainville의 설계로 2004년에 개장했고, 처음의 주인이었던 회사가 블루헤런도 잠시나마 소유했었다고 한다 (구력이 상당한 지인의 말씀으로는 한솔그룹에서 클럽 700을 인수했다가 나중에 하이트진로에 팔면서 이름을 블루헤런으로 바꾼 거라고 하더라). 지도에서 보면 360도보다 두배의 면적에 양잔디를 깔았던 18홀이니 좋은 코스가 분명한데 입지의 문제인지 주변 골프장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탓인지 주중 그린피가 경기도에서는 아마 가장 저렴할 것이다. 나는 수차례 (비록 잔디가 시원찮은 4월이나 11월에 방문하였었지만) 여길 가봤는데, 옆에 있는 360도 cc가 어려운 코스라고 광고를 해대지만 캐슬파인이 더 어려우면서도 수긍이 가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좀 다른 모양이어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밸리/레이크 코스인 18홀이며, 연습장에서 죽어라고 드라이버 비거리에만 집착해서 연습하는 우리나라 주말골퍼에게는 끔찍할 곳이다. 세간의 평은, 서울에서 멀다, 티박스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아서 어렵다, 짧다, 불친절하다 정도로 요약되는데 내 느낌은 좀 다르다. 처음 방문했던 몇년전에는 미국에서 막 귀국해서는 (새벽 4시반에 인천공항에 도착) 바로 여기까지 와서 골프를 쳤었다. 오랜 비행으로 힘든 상태였는데도 (거의 라베 수준으로) 잘친 기억이 있어서 아무튼 내게는 좋은 골프장일 수밖에 없다. 홀마다 티샷이 시각적으로 좁아보이는 타겟골프인데 파 3를 제외하면 거의가 블라인드 티샷이다. 여기는 잔디가 푸르른 시절에 꼭 다시 와보고 싶었지만 이후에도 어쩐 일인지 추울 때만 오게 되었었다. 이번에도 어디를 갈까 부킹사이트를 뒤적거리다가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그린피의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지만 푸른 잔디와 만날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캐슬파인은 우리나라 수도권에서는 숨겨진 보석같은 골프장임을 느끼고 왔다.
원래는 양잔디 페어웨이였는데 최근 조선잔디로 교체했다고 하며, 그래도 상태가 나빠보이지 않았다. 예전에 비해 벙커를 많이 없앤 모양이라 좀 아쉽긴 했다. 이날 우리는 레이크 1번부터 시작했는데 원래의 설계 의도는 드라이버를 잡지 않아야 맞는 것 같은데 180미터 이상을 날아가는 채가 달리 없으니 어쩔 수가 없어서 첫번째 티샷부터 우측의 계곡으로 보내버렸다. 정신이 번쩍 들어서 세번째 샷으로 다시 티샷한 공은 오잘공 수준이어서 거의 그린 근방까지 보냈지만 한타한타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샷 멀리건을 인정한다면 첫홀부터 버디인 것이고, 해저드티로 나가서 쳤다면 파가 될 수도 있었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에도 높게 솟은 그린이라 연습장 거리로 어프로치했다가는 공을 올리기 어렵다. 대신에 그린은 (바로 옆의 360도 cc와 정반대로) 적당한 크기에 좀 느리지만 잘 굴러준다. 그리고 점점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참 좋았다. 캐슬파인의 트레이드마크인 뽁뽁이 페어웨이도 (티샷한 공이 떨어지는 자리의 라이는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레이크 코스에서 만날 수 있다. 전반에서의 시그너처 홀을 꼽으라면 지그재그 롱홀인 레이크 4번을 들겠는데 정해진 거리를 또박또박 치면 되지만 그린은 써드샷 지점에 당도해야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내리막 어프로치로 그린 앞의 해저드를 넘겨야 했다. 티박스에서 계곡을 넘겨야하는 레이크 9번을 마치고나면 캐슬파인의 디자인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느낄 수 있다. 후반인 밸리 코스에서의 압권은 파 5가 연속으로 나오는 5번과 6번인데 6번은 핸디캡 1의 난이도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잘라가면 버디의 기회가 온다. 그리고 캐슬파인의 캐디는 몇번을 왔어도 늘 맘에 드는 사람들만 만났다.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왜 캐디가 필요하냐 진행요원 아니냐 그런 논란은 접어두고라도 확실히 능숙한 캐디가 있으면 더 즐겁게 공을 친다. 여기는 복잡한 디자인이라서 코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어렵고 재미없을 수 있는 골프장인데 그래서인지 여느 골프장보다 캐디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티샷이 좀 당겨져서 앗~ 하는 순간에도 캐디의 표정을 보면 아마 괜찮을 거에요 그러면 안심할 수 있었다. 잘 맞았다 싶은 어프로치에도 캐디가 가서 보시겠습니다 하면 공이 그린 뒷편으로 흘러내려간 거다. 이날도 200미터가 남은 상황에서 레이업이겠거니 아이언을 꺼내들었더니 그린 주변이 편안한 홀이에요 한번 질러보세요 하며 우드를 쥐어주길래 모처럼만에 파 5 홀에서 투온도 했다. 거리두기 4단계로 샤워가 금지되었으나 그린피를 깎아주었다. 이래저래 몇차례의 방문에도 가성비 최고인 캐슬파인은 좋은 인상을 남기고 떠나지만 이런 호감은 나만 느끼는 것인지 여전히 캐슬파인은 주변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티타임이 비교적 널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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