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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놈은 자빠져도 처녀 치마폭이더라 이런 (요즘같으면 큰일날) 우스갯소리가 있었는데 아무튼 충남 논산의 아리스타 cc를 보면 운수가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쪽 동네에 사는 (신빙성 제로에 가까울) 지인의 말에 의하면, 골프장이 정말 갖고싶으셨던 모 중소건설회사 회장님께서 여기저기서 빚을 끌어모아 2018년쯤에 18홀 코스를 착공하셨는데 (기억이 나실라나 모르겠지만) 그때만 해도 골프치는 인구가 전세계적으로 급감하는 추세에 우리나라에서도 망하는 회원제 골프장들이 생기던 시절이었다. 빚더미로 망하나 걱정스러웠을텐데 때마침 코로나 특수가 터지면서 대박이 났다는 얘긴데 믿거나 말거나 지금은 주말이나 평일이나 매일 풀부킹이다. 어려운 형편에 지어진 골프장이라서 그런지 홈페이지를 아무리 둘러봐도 설계를 누가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과연 시작부터 좁아보이고 어려운 코스같은데 한편으로는 짧아서 티샷만 욕심부리지 않으면 무난하게 파를 하겠다. 동아제약 매치플레이를 tv에서 보았을 때는 프로들에게 너무 짧아서였는지 미들홀들을 파 3로 운영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만큼 파 4 홀들이 짧다. 그렇다고 우리들도 원온을 노려볼 수준은 아니었고, 길지 않아도 공이 죽기 쉬워서 아이언으로 잘라가는 편이 옳겠는데 그래도 나는 드라이버를 쳐서 잘 올렸다. 레이크 6번은 써드샷에서 90도 꺾어지는 롱홀인데 공략하는 재미가 만만치 않았다. 가장 멋졌던 홀은 역시 tv에서도 자주 보여주던 레이크 8번으로, 그린 뒷편의 절벽이 근사한데 다른 골프장이라면 평범하게 보였을 수도 있겠으나 아리스타에 있다보니 두드러지는 것 같았다. 후반에서는 원온이 가능한 내리막 파 4인 마운틴 3번이 좀 밀리긴 해도 재미있었다. 여기는 특이하게도 산기슭을 따라 돌아가면서 계단식으로 페어웨이를 만들지 않고,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하게 만들었는데 비슷한 식으로는 전라도의 장수 cc가 그렇다. 더 어렵지만 경치는 상당하다. 짧아서 재미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보기플레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이날 우리들처럼) 블루티로 가면 되는데 약간 티샷의 캐리가 더 필요했을뿐 크게 다른 공략이 필요하지 않았다. 티박스의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코스가 되는 골프장들도 있는데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보통 설계자들이 가장 신경쓰는 고객이 레귤라티에서 치는 아마추어들이라고 한다. 아리스타에서는 블루티로 가더라도 거리가 약간 늘어날뿐 보이는 경치나 공략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레이디티도 화이트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위치에 있다).
즐거운 라운드를 마치면서 샤워실에서 보니까 시작할때 모여있던 어디 동호회같은 분들이 왁자지껄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들 계셨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있는 이 시국에 따위의 얘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젊어보였지만 간혹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도 있었고, 밖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여성의 숫자가 더 많았던 것 같아서 요즘 우리나라 골프의 현실이 저런가보다 했다. 나는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동반자를 구한다거나 골프장 부킹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고 있는데 공은 치고싶고, 주변에 시간과 뜻이 맞는 이들이 별로 없다면 저렇게 모임에 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 마찰이나 불륜같은 문제도 생긴다고 들었고, 나처럼 숫기가 부족한 사람은 잘 지내지 못할 수도 있지 싶다. 그런데 아무튼 나라면 저렇게 형형색색 희안한 옷을 입고는 단체로 사진찍고 떠들고 그러지 못할 것 같은데 다들 즐거워보여서 내가 늙은 걸까 저들이 이상한 걸까 잠시 복잡한 생각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