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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테디밸리

hm 2021. 7. 8. 06:10

아직도 제주도에는 가보지 못한 골프장들이 많아서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테디밸리도 (어찌 보면 유치한 이름인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테디"베어" 골프장이라고 알고있음) 평이 나쁘지 않은 골프장인데 김학영 씨가 설계한 18홀이다. 그간 김학영 프로가 만든 골프장에도 많이 다녀봤지만 어떤 식이라고 규정짓기 어렵게 일동레이크버드우드, 제일 cc 등이 워낙 다양한 (나쁘게 말하자면 개성이 부족한) 스타일이어서 이 분이 제주도라는 특색있는 지역에다가 만든 코스는 어떨까 내심 걱정반 기대반이었다. 예전에는 제주도를 가면 대개 중문쪽 호텔에 묵었었는데 언제부턴가 제주시내에서만 지내곤 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아랫쪽까지 내려왔으므로 중문관광단지에서 차로 십여분밖에 걸리지 않는 여기로 부킹했는데 입구에서부터 이국적인 풍광이 굉장하다. 하루에 36홀이라 피곤한 날인데 끝나고 나만 밤비행기로 귀경하고, 다른 동반자들은 하루 더 묵는 일정이다. 호우특보가 발령된 날이었지만 역시나 일기예보는 믿지 말고 막상 가봐야한다. 안개로 종일 뿌연 날이었어도 비는 한방울도 맞지 않았다.

시작하면서 보니 역시나 우리나라같지 않은 풍광으로, 소나무숲 사이로 야자수가 듬성듬성 솟아있었고 페어웨이에는 버뮤다 잔디가 깔렸다. 아마도 이 품종이 식재된 우리나라 유일의 골프장일 것 같은데 동남아나 미국 플로리다 등의 덥고 습한 동네에 심는 버뮤다는 보통 땅바닥에 붙어서 자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잔디지만 빽빽하게 잘 관리하면 생각보다는 샷을 잘 받아준다. 테디밸리가 위치한 지역이 곶자왈 보호구역이라 어떻게 골프장의 허가가 났는지 의아할 정도인데 비슷하게 정글같은 분위기로는 에코랜드가 있다. 호수와 야자수에 곶자왈의 지형, 그리고 버뮤다 잔디 등이 어우러져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코스는 고저차가 별로 없어서 드라마틱하다기보다는 편안하다. 확실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봐야 골프장이 멋져보이는데 테디밸리의 티박스는 그리 높지 않아서 사진빨이 별로지만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

가장 인상적인 홀을 꼽기 힘들만큼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관리상태도 좋았는데 코스가 길지만 넓고 딱히 공을 잃어버릴 디자인이 아니었다. 도그렉스러운 홀들도 일단 똑바로 가서 거기서 꺾어지는 스타일이며, 산억지형이 아니라서 굳이 어느 지점을 공략해야하는 식이 아니다. 사람들이 테디밸리가 좋은 골프장이라고 말하는 이면에는 나름 스코어가 좋게 나오는 이유도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몇몇 홀들에는 페어웨이 중간을 가로지르는 해저드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바로 앞까지 끊어가더라도 그린까지는 롱아이언 이상을 잡아야해서 설계자의 의도가 그런 것인지 의아했다. 그린 주변의 벙커가 몇몇 홀들에서 위협적이었으며, 그린은 한라산 브레이크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경사가 심하고 매우 빨라서 역시 어려웠다. 진행이 스무스하기까지 해서 정말 즐거운 한나절이었으나 생글생글 웃기만 잘하고 일이 영 서툰 캐디를 만나 옥의 티였다. 장마철에 비를 맞지 않은 것도 어디냐 싶었지만 잔뜩 흐린 하늘이 아쉬웠던 것은 워낙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코스라서 그렇다. 그동안 제주도에서 좋은 날씨를 만나기 어렵더라고 여기에 사시는 분에게 전에 얘기했더니 그러시면 11월에서 12월에 오세요 그때 날씨가 최고입니다 해서 아네 그래요 넘겨버렸었는데 어쩌면 여름철보다 그게 나을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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