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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골프장들이 여럿이라 요즘에는 좀 새로운 곳들을 부킹하고 있다. 이날은 동반자들이 엘리시안, 오라 cc 등을 제안했지만 굳이 내가 더클래식을 고집한 이유는 골프장의 위치가 한라산 기슭에서 서귀포로 이어지는, 좀 애매한 곳에 있어서 여간해서는 잘 가게되지 않을 곳이기 때문이었다. Jack Nicklaus 디자인에서 설계한 18홀 골프장인데 같은 설계자가 제주도에 만든 골프장으로 우리들 cc가 있지만 더클래식도 페어웨이의 벤트그라스 관리상태가 괜찮다는 평에, 한라산 브레이크가 심하고 어려운 편이라고 하니까 더 가보고 싶어졌다. 이번 일정에서는 골프 말고는 아주 자유롭기 때문에 숙소를 중문으로 잡았음에도 공항에서 꽤나 먼 이 골프장을 우선 선택한 이유도 있었다. 지금은 부영그룹 소유가 되었다고 하며, 원래부터 고급 회원제를 지향해서 이타미 준이 클럽하우스를 설계하고 했다는데 들어서면서 보면 고급진 느낌은 전혀 없이 그저 흔한 퍼블릭 분위기였다.
그래도 날씨가 끝내주는 날이었고, 포레스트/밸리 코스의 순서로 즐겁게 골프를 쳤다. 곶자왈 지역에 (어떻게 골프장의 허가가 났을까 궁금할 정도로) 원시림 사이로 코스를 만들어놓았고, 특히 그린에서 다름 홀로 이동할 때에는 깊은 숲속으로 난 카트길을 한참씩 지나간다. 한라산이 손에 잡힐듯이 가깝지만 평평한 지형에 홀들이 배치되어 사진으로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어렵다. 한편, 티박스에서 페어웨이를 지나 그린까지 평평해서 홀의 형태를 가늠하기 어려워서 초행길에는 공을 많이 잃어버리게 생겼다. 예를 들어 포레스트 4번의 난해한 해저드 배치는 캐디가 치라는 방향을 바라보면서 대체 왜지? 의심스럽게 친 샷을 물이나 숲으로 들어가게 한다. 퍼팅을 마치고 카트로 돌아와서는 홀이 생긴 모양을 보면서 아하 이래서 그렇게 쳐야했구나 해도 이미 늦었다. 아이언 티샷을 해야하는 밸리 3번과 4번도 세컨샷을 잘 올려놓고는 쓰리펏으로 마무리했는데 대체 어디로 어떻게 치는 것이 정답이었는지는 홀을 마치고서야 깨닫는다. 이런 식의 설계를 내가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보기플레이를 했다. 좋은 이들과의 명랑골프라 스코어보다는 화창한 날씨와 아름다운 경치를 즐긴 날이었다.
코스보다도 부실한 관리상태가 좀 실망스러웠는데 페어웨이나 러프의 잔디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었고, 그린은 심하게 느렸다. 엄청 세게 때린 퍼트가 털털거리며 튀다가 멈추는 모습을 보니 황당했고, 근래 가장 형편없는 그린이었다. 게다가 내 기분을 가장 잡치게 만든 것은 해저드를 둘러싼 그물망이었는데 공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배려였는지 몰라도 아름다운 풍광을 망치고 있었다. 분명히 대충 만든 코스는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지금 상태라면 굳이 찾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게 다른 곳으로 가자고했지 않냐는 동반자들의 비난을 들어야했는데 덕평 cc가 H1 클럽으로 바뀌면서 관리만으로 완전히 다른 코스로 업그레이드되는 모습을 보았기에 더클래식의 부실한 관리상태가 그래서 더 안타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