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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엘제주가 어디냐 하면 예전의 레이크힐스 제주 컨트리클럽이다. 십년전쯤, 쌩초보 시절에 직장의 워크샵에서 제주도의 레이크힐스 제주를 갔었는데 이렇게 힘들고 재미없는 운동을 대체 왜? 그런 생각으로 18홀을 돌았었지만 코스의 경치만큼은 내내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때는 골프장이 다 이렇게 생겼나보다 했었는데 이후 주로 산악지형 코스들만 가다보니 레이크힐스 제주는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독특한 곳이었구나, 바다가 보이는(제대로 만든) 링크스로는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후 제주도를 수없이 갔지만 여기 가볼 기회가 생기지 않았는데 망해가는 골프장이라고, 거기를 누가 가냐고 다들 말렸던 탓이다. 올해부터 이름이 바뀌었다고 해서 (국내의 다른 레이크힐스 골프장들처럼) 주인이 바뀌었나보다 했더니 여기 하나만 여전히 (주) 레이크힐스가 모회사라고 한다. 원래 레이크힐스 그룹은 재일동포 모씨가 만든 국내 최대 규모의 골프장 체인이었고, 이 가족이 천룡 cc와 안성의 마에스트로까지 보유했었거나 지금도 운영중이라고 하는데 이제는 제각각 찢어져버렸다. 제주도의 레이크힐스는 (지금은 한림용인이 되어버린 레이크힐스 용인처럼) Intergolf 사의 Frank O'Dowd 설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매우 독특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원래의 레이크힐스 제주는 2002년 개장하였는데 이래저래 부침을 겪다가 거의 폐허가 된 코스를 작년부터 다시 복원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페어웨이도 국내산 잔디로 새로 깔았다고 하여 네이버 검색에서는 혹평이 가득해서 걱정반 기대반으로 간다. 들어서면서 보니 여전히 코스나 클럽하우스에 공사가 한창이었고, 골프텔도 새로 짓는 모양이었다.
27홀의 코스가 산을 둘러싼 형태로, 각 코스의 이름은 에메랄드/토파즈/아쿠아마린이다. 오늘 우리는 에메랄드와 아쿠아마린 코스의 조합으로 18홀을 돌았는데 (캐디의 말로는 아쿠아마린/토파즈로 도는 것이 최고의 경치라고 하는데 지금 토파즈 코스는 공사중이라고 한다) 시작하면서 보니까 새벽임에도 관리하는 인력들이 코스에 가득해서 어제의 더클래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교체중인 페어웨이 잔디는 아직 듬성듬성 맨땅이 드러난 부분이 많아서 내년에나 제대로의 코스가 되지 싶었다. 하지만 그린만큼은 빠르게 잘 관리되고 있어서 골프코스의 역할은 제대로 한다. 도그렉이 적절하게 나오고, 경치가 기대했던 대로여서 좋았다. 전반에서는 에메랄드 6번이 호수를 끼고 90도 꺾어지는 홀이자 가장 아름다왔고, 아쿠아마린 코스의 몇몇 홀의 그린에서 뒤를 돌아보면 저멀리 산방산과 이름모를 섬들이 보이는 풍경에 감탄하게 된다. 화이트티에서라면 길지는 않은 코스라서 스코어도 좋았기에 평가가 좋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골프장의 포텐셜이 있다고 본다. 클럽하우스는 부분적으로 리모델링이 이루어진 모양인데 크기만 하고 아직 어수선했다. 샤워실도 아마 손보기 전인 모양으로 좁고 지저분했다. 그래도 코스의 재미나 뷰는 여전히 독특하고 근사해서 내년쯤에 (다만 조선잔디를 심었다니까 가급적 여름철로) 반드시 재방문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때쯤이면 골프텔도 완공되겠지만 주변에 괜찮은 호텔들과 맛집이 즐비한 지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