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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창궐한 3년간 별일없이 잘 피해다녀서 내가 주변에 친구가 없나 생각까지 하다가 드디어 지난 주에 걸렸다. 생각보다 심하게 앓으면서 몇일간 고생했는데 줄줄이 잡아놓았던 골프 부킹을 (동반자들에게 연락해서 의견을 묻고) 취소하는 것도 큰 일이었다. 아무튼 몇일간의 격리를 마치자마자 원래 예정되었던 전라도 여행을 떠났다. 몇년전에 전라남도 화순이라는 곳에 난생 처음으로 가보았을 때 그쪽에 생각보다 골프장이 많다는 것에 놀랐고, 해피니스 cc에서 라운드하면서 코스의 수준이나 관리상태가 좋아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우리를 초대해주었던 후배의 말로는 광주 인근에서는 나주에 있는 골드레이크가 원탑이라고 해서 조만간 다시 오리라 약속했는데 코로나 탓에 3년이나 늦은 재방문이다. 골드레이크는 장정원 씨가 설계한 36홀 골프장인데 골드/레이크 코스의 18홀이 회원제, 밸리/힐 코스가 대중제라고 하나 가격이 약간 차이날 뿐 부킹은 양쪽 모두 어렵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도를 보면 나주호반을 따라 골프장이 위치해있고, 호수에 면한 코스가 레이크, 바로 옆이 골드 코스이고, 반대편 산쪽으로 힐, 밸리 코스가 있으니 그야말로 제대로 붙인 코스명이다.

새벽부터 고속도로를 달려 천안 인근에서 한 명을 픽업해 내려갔어도 서울에서 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틀간의 일정에서 우리는 첫날 레이크/골드 코스로 부킹해서 쳤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듣던 바와 같이 아름답고 훌륭한 골프장이어서 일박이일로 36홀을 다 돌아볼 것을, 아쉬움이 남았다. 이쪽 토박이인 동반자의 말로는 해피니스도 이제 퍼블릭인 힐링 코스가 더해져서 36홀이 되었다는데 갈수록 관리상태가 나빠져서 그쪽으로 잡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에 골드레이크는 여전히 좋다고). 전국 어디를 가나 잔디가 좋을 시기라 관건은 그린인데 나는 연습그린에 잘 올라가는 편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퍼팅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잘 구르는 그린이었다.

지방 골프장에 가면 높은 확률로 그린피와 카트비를 선불로 낸다. 식당이나 그늘집을 외주로 내준 이유인지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지 모르겠지만 사람 마음이란 것이 이래서는 그늘집 이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끝나고 한번에 (나눠서) 몇십만원은 선뜻 내지만 한번 낸 돈을 나중에 몇만원이라도 더 내라면 귀찮기도 하고 좀 망설여진다. 우리가 시작한 레이크 코스는 티박스에서부터 그린이 잘 보이며, 해저드도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 디자인이었다. 중부지방에는 한동안 비가 많이 왔지만 이쪽에는 계속 가물었다고 하여 그린의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한편, 후반인 골드 코스에서는 시작하면서부터 나주호의 장관을 내려다보며 티샷을 했다. 이쪽에는 전장이 긴 홀은 별로 없는 대신 블라인드 티샷을 해야하는 홀들이 몇몇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요즘에 어디라고 잔디상태가 별로겠냐마는 결론적으로 아예 36홀을 돌자고 했어야하는데 싶었을 정도로 관리상태도 만족스러웠다.

오늘의 동반자들과는 거의 4년만의 라운드였는데 다들 그때도 싱글을 치던 이들이고, 나보다 몇살씩 어린데도 구력은 십년쯤 더 길다. 오랜만에 만났더니 비슷하게 잘 치던데 다들 내 실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칭찬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 몇년전까지 내가 워낙 못치기도 했겠지만 연초부터 받은 레슨의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좌타석이 갖춰진 조그마한 레슨 스튜디오가 생겼길래 원포인트나 한번 받아볼까 가보았다가 지적 한번에 볼스트라이킹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을 하고는 지금껏 1,2주에 한번은 가서 스윙을 고치고 있다. 나도 독학으로 (골프) 공부를 열심히 했고, 요즘은 유튜브 등에 양질의 레슨이 넘쳐나는데 심지어는 무료로 본다. 하지만 내 스윙을 직접 보고 고쳐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오히려 잘못된 길로 인도할 가능성이 높은데 내가 대면으로 레슨받으면서 크게 좋아진 지적질을 몇가지 예로 들자면 테이크어웨이에서 코킹을 일찍 하세요, 백스윙에서 어깨가 아니라 골반을 많이 돌리세요 라든지 인투아웃으로 끌고 내려오지 말고 바로 엎어치듯 때리세요 등등 좀 이상한 드릴이었다. 내가 알던, 세상이 다 아는 이론과는 좀 많이 다른데 오랜 독학으로 과하게 잘못된 스윙을 하고있던 모양인지 그런 교정으로 공이 제대로 맞을 뿐만 아니라 스윙도 이뻐지고 있다. 책이나 동영상의 교습이 다 옳겠으나 내 잘못을 지적하고 고쳐주지는 못했던 것이다. 지금 다니는 연습장과 프로를 남에게 소개시켜주기 싫어질 정도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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