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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해피니스

hm 2020. 6. 11. 13:23

내 외가가 이쪽 지방이지만 (아주 어려서는 가봤겠으나 그쪽 식구들이 모두 예전에 서울로 옮기셔서) 내 기억에 전남 광주 근방에 가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라도에서의 골프 또한 학회나 회의로 갔었던 여수나 목포에서의 몇번으로 손꼽을 정도인데 올해의 내 버킷리스트로 광주 인근에서 골프치고 맛있는 전라도 음식을 먹는 것을 원했고, 드디어 성취. 금요일밤 기차로 내려가서는 토요일 오전에 운동하고 올라오는 일정이니까 사실 여행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그런데 아무튼 초대를 받았으니 간다. 새벽부터 서둘러서 도착한 골프장은 나주에 있는 해피니스 cc라고 하는데 어차피 이쪽 골프장은 첫 경험이라 어딘들 상관있으랴마는 초청자가 나름 신경써서 잡았는지 썩 좋아보인다. 원래 남양휴튼 cc라고 개장했다가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27홀인데 설계자가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지 않았지만 오렌지 엔지니어링 포트폴리오에 휴튼 cc가 올라가있으니 뻔한 스타일이긴 하다. 해피/휴먼/하트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는데 하트 9홀은 퍼블릭이라고 하며, 지금 9홀을 더 짓고있는데 이름을 하모니 코스라고 붙일 예정이란다.

새벽 티타임이라서 아침식사를 클럽하우스에서 했는데 역시 전라도구나, 조식이 예사롭지 않게 맛있다. 이전에 승주 cc태인 cc에서도 기억남는 것은 음식뿐이니 전라도 골프장의 메리트라고 해도 좋겠다. 그리고 광주 토박이에다 구력이 상당한 초청자의 설명으로는 광주 인근에서는 골드레이크와 해피니스가 최고라고 한다. 뭐, 주관적인 평가겠으나 괜히 솔깃해져서 조만간 골드레이크도 가봐야지 싶었다. 우리는 휴먼 코스부터 시작해서 해피 코스로 가는데 티박스를 엄청 뒤로 빼놓아서 마치 블루티에서 치는 느낌이다. 이러면 뭔가 같은 돈주고 이득보는 기분이어야 하는데 길면 길다고, 짧으면 짧다고 투정하는 것도 좀 우습다. 어디를 가나 아름다울 6월이지만 어제의 양지파인과 완전 다르게 티박스에서부터 페어웨이, 그린까지 완벽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특히 그린사이드 벙커가 모래도 좋았지만 잘 관리되어 있어서 고급 회원제에 못지 않았다. 거기에 그린피로 9만원을 냈으니 전라남도는 나중에 와서 살아보고 싶은 지역이 되었다.

아무튼 멀리까지 와서 처음 가보는 코스임에도 이날의 스코어가 꽤나 좋게 나왔다. 퍼팅의 덕택인데 나는 몸치에다가 늦은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고, 제대로 레슨을 받으면서 배운 골프가 아니어서 스윙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워낙 자주, 많이 나갔던 덕에 숏게임과 퍼팅은 꽤 잘한다. 벤호건이 말하기를 골프에는 스윙과 퍼팅이 있다고 했는데 두 동작이 완전히 다르다. 타고난 신체나 재능이 필요없는 것이 퍼팅이라 쌩초보도 퍼터를 쥐어주고 저기다가 공을 넣어보라고 하면 그럭저럭 한다. 접근성이 스윙해서 공을 맞추는 동작에 비해 월등히 쉽기 때문에 유원지나 리조트에도 퍼팅만 하는 미니골프장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퍼팅을 나보다 "잘" 하는 (tv에 나오는 프로들 말고) 이를 지금까지는 본 적이 없다. 스윙은 배우고 연습해야하지만 퍼팅은 경험과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골프 교습서에는 거의 스윙 얘기만 있고, 레슨에서도 퍼팅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고, 연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퍼팅이 재미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공이 생각한 경로와 스피드로 굴러가서 홀컵에 들어가는 모습은 240미터를 똑바로 날아가는 드라이버샷 못지 않게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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