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내 골프장

태광 (남/북)

hm 2022. 9. 4. 05:47

코로나 이전부터 서울 인근에서는 최고 인기를 자랑하던 태광 cc를 오랜만에 다녀왔다. 36홀의 코스들 중에서 지금은 동코스 9홀을 퍼블릭으로 운영하는데 처음에는 북코스를 대중제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1984년에 신갈 컨트리클럽으로 개장하던 당시에는 연덕춘 씨가 설계한 남/동 코스의 18홀이었고, 태광그룹이 인수하여 회원제 서코스, 대중제 북코스를 추가하였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임상하 씨가 관여했다. 새 주인이 골프장의 이름을 태광 cc로 바꾼 이후에도 남/동/서 27홀을 회원제로 운영하다가 2006년 쯤에야 동코스를 퍼블릭으로 바꾸었다고 하니 아마도 (원래는 대중제로 만들어진) 북코스의 인기나 완성도가 생각보다 좋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동안 회원이 예약하더라도 (전반 코스는 알 수 있어도) 어떤 코스의 조합으로 도는지 미리 알기가 어려워서 예전에는 남/동 순서로도, 북/서 순서로도 쳐보았는데 요새는 남/북/서의 순서로 배정하는 모양이었다. 작년에 여기 회원인 분과 라운드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회원권은 가평 베네스트도, 이스트밸리도 아니고 태광 4인 무기명이라고 들었는데 시세를 듣고는 놀라 자빠졌던 기억이 난다. 입지로 보나 코스의 수준으로 보나 비쌀 이유는 충분하더라도 좀 이해가 안될 가격이었는데 그래도 사겠다는 이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회원권은 꿈도 못꾸는 살림살이에 이런 곳에서 골프칠 수 있음에 감사하지만 그렇다고 고급지고 배타적인 회원제는 아니라서 어떻게든 기회가 생기곤 하는 골프장이다. 비회원 그린피도 가장 비싼 축에 들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다른 골프장들이 가격을 엄청나게 올리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저렴해져버렸다.

아무튼 이날은 전반에 남코스로 시작해서 후반은 북코스로 돈다. 캐디에게 서코스는 어떻냐고 넌지시 물어봤더니 차라리 동코스를 더 좋아하신다고, 남/북의 조합이 가장 선호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 기억에는 서코스가 도그렉이나 내리막 티샷이 좀 있어서 다이나믹하고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여기는 접대골프의 성지 태광이다. 올해는 더위가 오래가서인지 8월말 잔디상태가 최상이었는데 슬슬 아침저녁으로 시원함을 느끼니까 골프치기에는 최고의 시기.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골프장들은 어떤 코스로 돌거나 비슷비슷하다는 인상이었으나 몇차례 반복해서 방문해보면 나름 특징이 보인다. 매립지에 평평하게 지은 코스가 아니고서야 놓인 산세가 홀마다 다를 것이니 당연한 결과인데 딱히 어느 홀이 근사했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어도 매 홀마다 나름 공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숲이 울창하면서 뒷편으로 아파트가 보이는 뷰라 딱히 시그너처라고 부를 홀이 없으며, 어떤 홀은 벙커가 전혀 없이 길기만 하다가도 어떤 홀에서는 그린 앞으로 무시무시하게 벙커나 해저드가 나타나니 일관성이 없다고 할까, 다양한 공략이 필요하다고 할까 호불호가 갈리게 생겼다. 한편, 옆의 홀과는 숲으로 구분되는 구조인데 공이 물에 빠지는 경우가 아니면 무조건 오비라고, 그렇다고 제자리에서 다시 치는 것도 아니라 무조건 오비티로 가야만한다는 식의 로컬룰은 좀 이상했지만 골퍼는 좋은 위치의 특설티로 가니 좋고, 골프장은 진행을 늦추지 않아도 되니 그냥 윈윈이라고 생각하자. 비슷하게 서울에서 가깝고, 36홀 이상의 대규모에 나름 상태좋은 골프장들, 예를 들어 레이크사이드수원, 88 cc 등에 비해 더 좋을 리는 없는 곳이 태광인데 비싼 회원권의 값어치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린도 작으면서 느렸는데 이 골프장이 실력을 겨루는 장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남코스로 시작하자니 태광이 이렇게나 예뻤던가 새삼 느낀다. 거의 모든 홀들이 똑바르고, 화이트티에서 길어봤자 360 미터 정도라서 투온이나 쓰리온이 어려운 것은 아닌데 어프로치가 얼마나 정확하냐에 따라, 그리고 그린에서 승부가 갈린다. 넓은 페어웨이의 한쪽에 벙커가 있고, 그린 주변에도 있는데 치기 전에는 잘 보이지 않아서 주의가 필요하고, 그렇지만 빠져나오기 어려운 세팅이 아니기 때문에 기껏해야 한 타 정도를 잃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갈때마다 북코스 1번이 태광 cc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홀이라고 생각하는데 시원스런 내리막에 저멀리 우측에는 호수가 있지만 거기까지 200미터 티샷이 가야하니 대다수의 방문객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다들 우측은 위험하니 왼쪽을 봐야겠어 하면서 친다. 그냥 없는 해저드라고 생각하면 되고, 어프로치 상황에서도 그 호수가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으니 그저 시각적으로 불편할 뿐인데 태광을 위시한 우리나라 오래된 회원제 편안한 첫번째 홀의 표본이다.

서코스는 이번에 돌지 않았으나 많이 어렵다기보다는 다른 코스들과 좀 다른 레이아웃이라 낯설게들 느끼시는 모양이다. 예로, 서코스의 6번은 살짝 오르막의 짧은 파 4인데 티박스에 서면 좌측의 나무들로 인해 좌도그렉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곧게 올라가는 형태라 어딘가 불편해서 똑바로 친다고 치면 우측 산으로 가버리는 실수를 유도한다. 요컨데 시각적 핸디캡인데, 자주 오시는 회원들과 초행길인 골퍼의 스코어가 크게 다를 수 있는 설계라서 이런 식이 의도한 것인지 세월이 흐르면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외에 서코스에서는 벙커가 그린의 앞으로 늘어서있는 (홀마다 몇개 있지도 않았던 그린사이드 벙커들이 갑자기 이 홀에서는 다닥다닥 나타난다) 8번이 인상적인 정도.

이제 코로나가 끝나고 세상의 왕래가 예전처럼 자유로와지면 나아질라나 모르겠으나 골프치기가 내 경험으로는 (어쩌면 유사이래로?) 가장 어려운 시기를 우리는 겪고있다. 회원권이 있어도 회원제 골프장의 부킹이 어렵다고 하며, 그나마 회원제는 어렵다는 정도지 퍼블릭 코스들은 아예 부킹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비용도 몇년전에는 십만원에도 비싸다고 했을 곳들이 웬만한 서울근교 회원제를 뛰어넘는 그린피를 받는다. 주변에 회원제 부킹이 가능한 분들이 몇몇 계시고, 나도 (비록 대기를 걸어놓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려야하기는 해도) 회원대우를 받는 골프장들이 좀 있어서 그럭저럭 공을 치고는 있는데 내 그릇이 작아서인지 가끔 맘을 다치기도 한다. 오래전에 어떤 분이 자기가 회원으로 있는 골프장에 초대해주셔서 갔다가 계산할 때 넷으로 나눠주세요 했더니 "회원님은 본인 것만 먼저 계산 마치셨어요" 했던 기억이 있어서 당시에는 서운함과 황당함을 느꼈어서 나는 내가 회원대우를 받더라도 무조건 1/n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입장이 바뀌어서인지 어렵사리 부킹을 해서 초대를 하면 시간대가 별로다, 거기는 올때 차막히는데 자기 집으로 와서 좀 태워가라, 좀 싸게 안되냐 이러는 이들을 보면 기가 막힌다.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쓰면서 하는 운동인데 몇만원 돈으로 감정이 상하면 나만 손해긴 한데 한편으로는 나역시도 이번 태광 cc에서처럼 무기명 회원권으로 초대를 받아놓고는 그저 덕분에 잘쳤어요 하고는 돌아서서 고마움을 잊어버릴 것이다.


'국내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펜시아  (0) 2022.09.13
사우스스프링스  (0) 2022.09.08
푸른솔 장성  (1) 2022.08.31
골드레이크 (레이크/골드)  (0) 2022.08.28
페럼클럽  (0) 2022.08.2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