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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조호바루 여행에서 두번째 날은 싱가포르 국경에서 가까운 탄종푸트리 골프리조트에서 보냈다. 여기도 18홀 코스가 세개나 되는 대규모 골프장인데 Max Wexler의 설계로 1992년에 Plantation 코스가 개장하였고, 몇년뒤에 Akira Mamiya가 설계한 Village 코스와 Straits 코스가 이어서 문을 열었다. Plantation 코스를 회원제, 또는 A 코스로 부르는 모양이었고, 다른 두 대중제 코스들과는 (상당히 떨어진) 다른 클럽하우스를 쓴다. 그런데 여전히 손님은 별로 없는 모양이어서 우리의 앞으로나 뒤로도 거의 다른 팀을 만나지 못했다. 캐디가 없고, 카트가 페어웨이로 들어가지 못한다.

회원제답게 페어웨이의 관리상태나 풍광이 좋아보였는데 특히 버뮤다 잔디가 깔린 그린이 매우 빨랐다. 이 지역이 원래부터 팜유를 생산하는 (Plantation) 농장이었다고 하여 페어웨이의 양측이나 몇몇 홀에서는 한가운데에 커다란 나무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야자나무가 대부분이지만 달려있는 열매를 보니 잭프룻이나 망고, 심지어는 두리안 나무도 있었다. 농장을 골프코스로 조성한 것이니 공이 나무에 맞거나 아래로 들어가면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기 힘든 코스였다. 이런 식의 코스는 사실 힘이 많이 드는 것이, 공이 페어웨이를 지키면 괜찮지만 저기쯤 떨어졌겠지 생각하고 채 여러개와 거리측정기 등을 챙겨서 카트에서 내리고, 나무 아래로 가서 한참을 찾아보고 하는 과정의 반복이라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곤해진다. 그래도 코스는 재미있고 아름다와서 다행이었는데 호수를 끼고 클럽하우스로 향하는 9번과 18번을 시그너처라고들 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후반의 14번부터가 가장 아름답고 재미있는 홀들이었다. 14번은 좌측 오르막 도그렉으로 시작하는 파 5인데 그린의 앞으로 호수가 있어서 적절한 위치로 레이업하면 되지만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의 나무밑으로 들어가면 거기서부터 어디로 가야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기 때문에 정말 어렵게 플레이된다. 이어지는 홀들이 모두 호수를 끼고 쳐야해서 쉽지 않아도 근사한 경치였다.

이날은 토요일 오전인데도 골프장이 텅텅 비었다. 현지인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싱가포르에서 오거나 원래는 한국인들로 가득해야할 것인데 이래서야 운영이 되겠나 싶을 정도로 한적했다. 공치는 우리야 뭐 좋지만 이쪽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코로나가 끝나도 나아지는 게 없다고 한탄할만 하다. 내 생각에, 조호바루는 겨울철에 골프만 치자면 최고의 지역인데 직항이 없고 이동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 단점이다. 골프 말고는 딱히 매력적인 관광꺼리가 없는 조용한 동네라서 나는 오히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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