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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종푸트리 골프리조트에서의 오후 라운드는 Village 코스로 간다. 여기가 재미있는 것이, Plantation 코스와 다른 두 대중제 (B, C) 코스들은 다른 클럽하우스를 쓸 뿐만 아니라 좀 멀리 떨어져있다. 확실히 수준이 떨어져보이는 건물과 카트였는데 골프장이 위치한 Pasir Gudang 지역이 공장과 정유시설이 즐비한 공업지대라서 이쪽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코스의 이름에서 연상되듯이 이 지역은 팜유 농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숙소가 위치하던 곳이라고 한다). 주차장도 스타트 광장이랑 공유하는 모양이니 차를 세우고 백을 내리면 바로 출발할 수 있는 구조. 저렴한 가격에 골퍼들도 별로 없어서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이쪽의 경치가 1번 홀부터 상당하게 보였다. Plantation 코스가 넓고 길면서 나무가 늘어선 디자인이라면 Village 코스는 자연 그대로를 살린 산악지형이라서 살짝 좁았지만 경치를 보는 맛이 있었다. 물론 팜유 농장터였기 때문에 양측에는 팜트리가 즐비했다. 바닥에 떨어진 열매들을 보니 보통 우리는 야자수라고 하면 코코넛 열매가 달린 것을 연상하지만 여기에는 소위 오일야자라고 불리는, 대추알이 징그럽게 붙은 모양의 열매였다. 나는 그동안 (아랍계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대추야자랑 같은 종인줄 알았는데 팜유를 생산하는 야자는 좀 다른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2번부터 5번도 재미있었다. 특히 5번은 그린 주변과 뒷쪽으로 벙커가 둘러싸는 파 3였는데 빗물이 고여있어서 GUR 표지가 있었지만 날씨가 좋았다면 정말 어려운 홀이었을 것 같다.

전반 9홀을 치는 내내 저멀리서 천둥소리가 나더니 급기야는 경기중단 사이렌이 울렸다. 비가 세차게 내리거나 번개가 보이지는 않아서 잠시 기다렸다가 라운드를 재개했는데 결국 후반은 이날 치지 못했다. 그 이유가 좀 어이없었는데, 러프에서 공을 치려고 어드레스하다가 다리가 따끔거려서 내려다보니 신발과 다리에 시커멓게 개미떼가 올라오고 있었다. 아마 개미집을 밟은 모양인데 순간 공포에 휩싸여서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클럽하우스로 달렸다. 개미들이 다리를 계속 물어서 아프기도 했으나 그보다 알러지나 과민반응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무섭게 달라붙은 개미떼였다. 옷을 벗어던지고 샤워기 밑에서 몸에 달라붙은 개미들을 떼어내었다. 다리가 가려우면서 퉁퉁 부어올라서 더이상 골프칠 마음이 없었고, 젖은 옷을 입은채로 말렸다. 몸은 다행히 금방 괜찮아졌으나 생각해보면 어이없는 이유로 라운드를 중단한 셈이니 아쉬움이 남는다. 언젠가 조호바루에 다시 온다면 여기, Village 코스와 Straits 코스까지 하루에 돌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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