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그동안 샌프란시스코를 여러번 방문하면서 골프를 쳤었는데 이번에는 어디를 갈까 찾아보다보면 늘 눈에 띄던 골프장이 있었다. 몇년전까지는 Chuck Corica 스포츠 컴플렉스라는 명칭으로 54홀 코스가 샌프란시스코나 오클랜드에서 가까운 바닷가에 있다고 나왔는데 (주변 골프장들에 비해) 가격이 많이 저렴해서 오히려 이상했던 곳이다. 당시 인터넷에서 평을 찾아보면 이게 골프장이냐 그저 버려진 땅이다 식이어서 그래서 이렇게 싼 거로구나 정도로 이해를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고 (내지는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2018년까지 Rees Jones를 초빙해서 리노베이션한 남코스가 작년에 문을 열었고, 북코스는 현재 공사중이라고 (현재 9홀만 운영중이라고) 한다. 이외에 9홀짜리 파 3 코스가 있는데 거기는 Mif Albright 코스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영업중.
홈페이지에서 이곳의 역사를 살펴보자. 1927년에 William Park Bell이 설계한 Earl Fry 코스가 문을 열었고, Chuck Corica라는 이름을 쓰게 되면서부터는 이쪽을 북코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후 Desmond Muirhead가 코스를 일부 고치고는 인근에서 가장 인기있는 퍼블릭 골프장이 되었다는데 2018년부터 시작된 리노베이션이 코로나가 창궐하기 직전에 끝났다. 한편, 이번에 내가 방문한 남코스는 William Francis Bell (북코스를 만든 William P. Bell의 아들임) 설계로 1957년 문을 열었고, 당시에는 Jack Clark 코스라고 불렀다. 이쪽도 1977년에 Robert Muir Graves가 한차례 리노베이션을 했었고, 한동안 미국에서 가장 내장객이 많은 퍼블릭으로 꼽히기도 했으나 이후 십수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고 한다.
Rees Jones는 아시다시피 평범한 퍼블릭 코스를 US 오픈이 열릴 수준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Corica 남코스에서 추구한 것은 호주 멜버른 인근의 샌드벨트 스타일인 링크스 코스였다고 하며, 정말로 몇년쯤 지난 후에는 여기서 US 오픈이 열릴 지도 모른다 (그저 내 상상일 뿐이지만 Bethpage Black이나 Torrey Pines 남코스 등의 사례를 보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날 나와 조인한 동네 할아버지의 말로는 원래의 Jack Clark 코스의 모습은 전혀 남아있지 않으며, 기존 부지를 완전히 덮어버리고 새롭게 디자인했다고 한다 (샌드벨트라는 지역을 가보지 않았으니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당연히 60년쯤 전에 이 코스가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평범한 파크랜드 스타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가격도 올랐다. 나는 89불을 냈는데 이 액수가 평일의 그린피로는 가장 비싼 요금이다. 주민 할인이 있고, 온라인 예약사이트에서 59불 프로모션을 보기는 했으나 최소 2인 이상이어야 예약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혼자 무작정 찾아온 나로서는 그저 달라는대로 냈다. 그리고 이 코스는 기본적으로 걷는 설계다. 평평한 링크스 코스라 굳이 카트를 탈 이유는 없는데 아무튼 이십몇불인가를 더 내면 털털거리는 카트를 탈 수도 있다.
프로샵이나 멀리서 바라보는 코스는 전형적인 시골 퍼블릭이었다. 그래도 오전 8시에 출발하는 라운드라서 점차 기온이 올라가며 펼쳐지는 코스의 풍경은 나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평평한 스타일의 골프장은 어디서 찍나 다 거기가 거기같아서 사진빨이 살지 않는다. 그리고 겨울철의 누런 잔디도 점수를 깎아먹는다. 티박스에서부터 페어웨이는 버뮤다가 깔렸는데 이 잔디는 조선잔디처럼 추워지면 색이 변하고, 공을 치기에는 무리가 없으나 원래가 땅바닥에 바짝 붙어서 자라는 품종이라 맨땅같은 기분이다 (대신에 티샷이 페어웨이로 가면 런이 엄청나다). 그린은 벤트그래스이긴 한데 바닷가라 그런지 철분을 뿌려놓아서 좀 어두운 색이었으며, 근래 겪어본 중에 가장 빨랐다. 나는 Rees Jones의 코스를 많이 돌아본 편이기 때문에 이제는 좀 알겠는데, 어떻게 벙커를 피하느냐에 따라 스코어가 20타는 차이가 난다. 전반에서 최고의 경험은 비교적 짧게 플레이되는 미들홀 8번이었는데 물을 넘겨서 좁은 페어웨이로 공을 보내지만 원온을 노리고 그린으로 쏘는 경우,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양측의 벙커들 안에서 고생하게 된다. 후반으로 접어들면 10번부터 14번까지 어려운 홀들의 연속이다. 도로를 따라 좁게 지나가는 식인데 그래도 여기는 페어웨이 양측으로 나무가 좀 심어져있어서 바람도 잔잔하고, 경치도 좀 낫다. "샌드" 벨트라는 스타일에 걸맞게 벙커도 많고, 들어가느냐 넘기느냐에 따라 상과 벌이 확연하게 구별된다. 커다랗고 빠른 그린에서도 투펏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적당한 티박스에서 친다면 아주 어려운 코스는 아니라고 느껴졌다. 코스에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어도 다들 느리터졌다. 매홀 기다리면서 생각해보니 나같은 뜨내기에게나 비싸지 주민들은 이십불 정도로 이 대단한 코스를 안방처럼 즐기고있는 것이다. 메이저 대회를 개최한 퍼블릭 코스들, 예를 들어 Torrey Pines나 Chambers Bay, Bethpage Black 등은 유명해지면서 가격이 몇배 올라버렸는데 그래도 외지인들에게나 비싸졌지 지역의 주민들은 여전히 싼 비용으로 코스를 즐기고 있다. 여기도 몇년이 지나면 유명하고 비싸질라나, 훌륭한 퍼블릭이지만 그정도는 아니라고 (겨울철에 방문해서 진가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느끼며 18홀을 마쳤다. (9홀 플레이가 가능한) 북코스도 돌아보고 싶었으나 거기는 온전한 형태로 재개장한 이후로 미루고자 한다.
'미국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Grande Vista, Orlando, FL (1) | 2023.04.15 |
---|---|
Corica Park (Mif Albright Par3), Alameda, CA (0) | 2023.02.22 |
Half Moon Bay (Ocean), Half Moon Bay, CA (0) | 2023.02.17 |
Rancho California, Murrieta, CA (0) | 2022.12.03 |
Links at Summerly, Lake Elsinore, CA (1) | 2022.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