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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미국에서 골프장 부킹을 (예전 생각만 하고) 너무 쉽게 생각하다보니 그냥 전날 저녁쯤에 근처의 골프장을 물색하거나 워크인으로 운동하기에는 힘든 상황으로 변했더라.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오전 티타임은 거의 빈 자리가 없었고, 가격도 많이 올랐다. 뮤리에타 시에 있는 란초캘리포니아에는 몇년전에 20불 정도의 프로모션 요금으로 쳤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거의 세배 가격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 여기가 꽤나 아름답고 좋은 골프장이었던 기억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Robert Trent Jones 주니어가 설계한 골프장들이 많이 있지만 여기는 (아버지) RTJ가 디자인한 18홀 골프장으로, 주소마저도 Robert Trent Jones Parkway에 있다. 한때는 SCGA (남가주 골프협회) 골프클럽이라는 이름의 회원제였다고 하며, 주인이 한국인이었던 시절도 있었다는데 지금은 대중제로 운영되며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Murrieta라는 동네는 바로 아랫쪽의 Temecula와 마찬가지로 온천이 있어서 주말마다 관광객들이 몰려서 고속도로를 나와서 좀 지체되었다. 프로샵에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맞아주었고, 비용을 치르고는 티타임에 상관없이 1번 홀부터 시작했다. 잔디의 상태는 좀 부실해보였어도 유명 설계자가 만들었고, 한때 지역 골프협회의 홈코스였기도 하니 디자인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국내에서도 몇몇 골프장들에서, 가령 더스타휴나 킹즈락 설계자가 흉내내었을법한, 심한 내리막 티샷에 우측으로 90도 꺾어지는 근사한 1번 홀로 시작하는데 기대에 부풀게하는 좋은 오프닝 홀이었다. 전반은 경사가 심한 홀들이 이어졌는데 3번 홀은 전전날 갔었던 Indian Hills 16번 홀과 흡사하게 높은 티박스에서 내려가는 멋진 경치를 선사하는 시그너처 홀이었다. 내려가는 홀들이 있으면 다시 오르막도 있는 법, 7번과 8번에서는 페어웨이로 들어가는 카트가 아니었다면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후반으로 접어들면 살짝 평평해지기는 하지만 RTJ 설계의 코스가 만만할 리가 없다.
매우 어렵게 느껴졌던 12번 홀은 심하게 좌측으로 꺾어지는 도그렉이면서 공이 떨어질 지역이 좁고, 옆으로 커다란 해저드가 있어서 역시 대충 만든 코스가 아니라고 느꼈다. 반면에 15번과 16번은 이게 같은 골프장이 맞나, 보너스홀인가 싶게 평범했다. 넓고, 그린까지 아무런 장애물이 없었는데 그렇다고 잘치는 것이 아닌 것이 우리같은 아마추어다. 그리고 마지막인 18번은 다시 엄청 어려워졌다. 급격한 오르막에 왼쪽으로 휘는 도그렉이여서 언덕을 넘겨 티샷해야겠다 했는데 막상 그쪽으로 공을 보내면 언덕 너머에 해저드 수준으로 움푹 꺼져있었고, 티박스에서 보이는 페어웨이로 가면 200 야드 이상의 오르막이 남는다. 쓰리온에 파 또는 보기가 잘했다고 느껴질 수준이었고, 기억에 오래 남을 홀이었다.
이로써 열흘간 15회의 미국 골프여행을 끝냈다. 여담으로, 근처에서 저녁식사후 귀가하다가 어두워진 도로에서 길가의 턱을 보지 못하여 사고를 냈다. 타이어 두개가 펑크난 나름 큰 사고였지만 렌트카 보험을 풀로 들어놓았기에 그나마 다행이라며 바로 전화해서 차를 견인시키고는 우버를 불러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오전에 공항으로 가야하기에 미리 우버를 예약해놓았는데 예정시각 30분을 앞두고 기사 측에서 운행을 취소해버렸다. 내가 취소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무슨 페널티가 있을 것이고, 기사도 임박해서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는데 문제는 (일요일 오전) 그때부터 아무리 애를 써도 우버가 잡히지 않았다. 비행기 출발시간을 다가오고, 어떡해야하나 고민하다가 lyft 앱을 깔아서 그걸로 호출하니까 바로 차가 잡혔다. 예약한 차를 출발 직전에 취소하는 우버도 황당했지만 대개의 기사들은 우버와 lyft를 같이 할텐데 우버로는 한시간 넘게 호출해도 소용없다가 리프트는 바로 된다는 것도 신기했다. 결론은 lyft 만세. 기분좋게 피곤한 몸으로 대한항공 귀국편에 오르는 순간부터 갑자기 다시 한국에 온 느낌으로 마스크 착용 부탁드립니다 방송을 들어야했다. 몇일간 연속으로 15번의 라운드를 하는 이런 (한풀이같은) 일정을 앞으로 몇년이나 더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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