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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남춘천

hm 2023. 8. 22. 07:27

경춘권 산자락에 있는 18홀 회원제 골프장이고, 송호 씨가 디자인했다고 하면 어떤 코스일지 그냥 눈에 선해질 정도인데 이제 그린피가 착해질만도 한 혹서기 8월이지만 제대로의 액수를 치르고 간다. 남춘천 ic를 나와 라데나, 휘슬링락 등으로 가자면 보이는 골프장인데 오래전 무진장 어려운 코스에서 넋이 나갔던 기억이 나고,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다. 어떤 곳이었던가 잠시 네이버를 검색해보니 국내 최장코스에 (우리는 화이트티에서 칠 예정이니 별로 문제는 아님) 그린이 어렵기로 유명하다고 하며, 여기도 근처의 골프장들과 마찬가지로 주인이 여러번 바뀌었다고 한다.

새벽같이 일어나 마치 출근하는 모양새로 골프장으로 빠지는 것이 이제는 흔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잠깐동안 걱정하다가도 한편 그리도 돈과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여전히 보기플레이라는 것이 한스러워진다. 8월 중순임에도 아침에는 바람이 시원했고, 모던하면서 깔끔한 클럽하우스에서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튼 대충 아침을 때운 우리는 빅토리 코스로 시작해서 후반에는 첼린지 코스까지 (챌린지가 아니라 정말로 한글로 이렇게 적혀있음) 치는데 이 순서가 원래의 18홀인 모양이었다. 예상했던 그대로 한국 지형의 다이나믹한 능선과 계곡을 그대로 살린 모양새다. 늘상 봐오던 광경이지만 친숙하다. 그리고 이제 조선잔디도 초록물이 절정이니 누래지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나가야하는 계절이 온다.

우선 티박스에 매트가 없이 잘 깎여있는 것부터 마음에 들었다. 빅토리에서는 시작부터 티샷이 180 미터는 나가야 죽지 않는 황당한 홀들이 계속된다. 이쪽에서는 4번 홀이 시그너처 홀이다. 좌도그렉이라 우측의 넓직한 페어웨이를 노리는 것이 정석이지만 그쪽으로는 투온이 어렵다. 계곡을 넘기는 좌측 공략은 장타자라면 도전해볼만 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나야 당연히 잘라가는 공략인데 그린 근처에 커다란 호수가 있어서 풍경의 아름다움이라는 측면에서는 단연 빅토리 코스의 베스트 홀이다. 첼린지 코스라니까 이름을 듣고 선입견인지 몰라도 확실히 경치도 더 날이 선 듯하고, 어렵다. 13번 홀은 까마득한 내리막을 지나 호수를 넘겨야하는 파 3인데 그린이 작고 단단해서 여간해서는 파가 힘들게 만들어놓았다. 이후의 홀들도 다 근사해보이지만 압권은 양쪽으로 호수 사이에 마치 분지처럼 페어웨이가 들어앉은 16번 홀이다. 티박스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지금껏 어느 골프장보다도 아름다왔다. 내리막이라 나는 5번 우드로 티샷을 했는데 막상 세컨샷은 그리 어렵지 않아서 기분좋은 버디도 할 수 있었다. 산과 산 사이로 길을 내어 골프장을 만드는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할 그런 모양이었다.

모든 홀에서 듣던대로 그린이 커다랗고 어렵다. 페어웨이는 길기도 하지만 한쪽은 절벽에 반대쪽은 오비다. 티박스에서 바라보면 (실제 랜딩존은 넓음에도) 어디로 쳐야하나 고민스럽게 좁아보인다. 송호 씨의 스타일대로 티샷이 잘 떨어지면 그린쪽으로는 좀 넓직해보여서 상대적으로 편안한데 화이트티에서도 우리네 아마추어는 투온이 쉽지 않았다. 어쩌면 좀 넓게 조성된 페어웨이의 구역이 설계자가 의도한 ip 지점일 수 있는데 티샷이 거기까지 못 미치는 상황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공략법이다. 스코어카드에 적힌 홀별 핸디캡은 잘치는 사람들 얘기지 아예 레이업 외에는 방법이 없을 내게는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 무조건 여기 파 3는 쉽고, 파 4는 어려웠다. 경치만큼은 남춘천 지역의 골프장들 중에서도 탑급이라고 본다. 절대로 인위적으로 설계해서는 나올 수 없는 산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는데 우리같은 아마추어들이 여기서 내기를 한다면 무조건 보기를 목표로 해야 그나마 돈을 잃지 않을 것이다.

경춘권에서 라운드가 끝나면 무조건 식사는 닭갈비에 막국수인데 닭이야 뭐 양념맛이라지만 막국수는 정말 집집마다 맛이 다 다르다. 내 개인적으로는 어려서 먹어보았던 양양의 실로암 막국수의 인상이 워낙 커서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기준이었는데 자꾸 먹다보면 면발도 제각각에 양념과 육수도 특이하고 맛있는 집들이 많다. 이날 우리는 고속도로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탑골가든으로 갔는데 탁한 실내공기에 북적거렸어도 막국수도 닭갈비도 눈이 빠지게 맛있어서 즐거웠던 라운드의 대미로 손색이 없었다. 물론 경험상 골프치고 먹는 식사는 거의 맛있긴 하다. 좋은 기억에 마침 주변을 지날 기회가 있어 가보면 당시의 맛이 아니었던 기억도 많았으니 굳이 찾아가서까지 먹을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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