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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의 힐데스하임 컨트리클럽이 킹즈락 골프장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 몇년전인데 (아마도 제천 힐데스하임의 원래 주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모 건설사가 음성군에 만들어 새롭게 개장한 27홀 골프장에 이 이름이 붙었다. 임상신 씨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킹즈락도 원래 이 분의 작품이었으며, 좀 극적이고 어려운 코스를 지향하는 디자이너지만 음성의 힐데스하임은 애초부터 노캐디 셀프라운드를 겨냥하고 만들었기에 가급적 넓고 평탄하게 조성했다고 한다. 월송리나 일본의 골프장들처럼 5인승 카트가 유도로를 따라 굴러가는 식인데 이제 우리나라도 노캐디 셀프라운드가 대중화되면 좋겠다.

위치는 거의 충주라고 해도 좋을 동네라서 서울 출발이라면 좀 멀다. 클럽하우스는 새로 만들어서 깔끔했다. 우리는 이날 레이크/힐 코스의 순서로 돌았다 (다른 9홀은 밸리 코스인가 그럴 것이다). 잔디는 아직 누렇고, 모든 홀의 티박스에는 매트가 놓여져 있었으나 과연 페어웨이가 넓어서 여간해서는 공이 죽지 않을 디자인이었다. 페어웨이 한쪽에도, 그린 근처에도 벙커 하나쯤은 있었어도 크기가 작고 갯수도 적어서 트러블 상황도 별로 생기지 않았다. 어프로치는 편안했고, 그린도 평탄한 편이었다. 확실히 어렵지 않게 만들고자 노력한 티가 났는데 그래도 고저차가 있고, 충북 음성의 산골짜기에 있으니 경치도 좋았다. 아일랜드 그린으로 조성한 파 3 홀들은 그린이 매우 커서 거리만 맞추면 공은 어떻게든 산다. 이날 유일하게 공을 잃어버린 홀이 레이크 9번이었는데 그린 앞으로 커다란 호수가 있어서 어프로치가 살짝 짧았다.

처음 와본 곳이지만 생각했던 이상으로 관리상태도 좋고 코스도 재미있어서 조만간 초록의 잔디를 보러 다시 오지 싶다. 세상의 이치가 다 그렇지만 어떤 상품의 평가에는 기대치가 큰 몫을 차지한다. 아무리 좋아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평가가 박하기 마련이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나름 괜찮다며 흐뭇해지기도 한다. 노캐디라 가격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 골프문화에서 캐디가 없어지면 운영이 될까 생각이 있었는데 힐데스하임을 경험하고 나니 충분히 가능하겠다. 다만 동네가 외져서인지 가격이 싸서인지 시끄럽고 정신없던 클럽하우스를 보면 미국 퍼블릭 골프장같은 느낌도 난다. 무엇보다도, 예년같으면 수십번째 라운드였을 3월 하순인데도 국내에서의 2024년 첫번째 골프라서 그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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