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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wrx.com 포럼에서 애틀랜타 인근 퍼블릭으로는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Achasta 골프클럽이다. 대규모 주택가 커뮤니티에 딸린 세미-프라이빗 골프장인데 일반 부킹은 일주일전에 전화로만 가능하다. 반면에 가격은 아주 비싸지 않아서 우리는 오후 2시에 인당 63불로 18홀을 친다. 2000년에 Jack Nicklaus와 Troy Vincent 설계로 개장했으니 미국에서 한창 고급 골프장 건설의 붐이 끝나갈 무렵이다. 고급 회원제 골프장이 차츰 퍼블릭 부킹도 받는 스토리는 이제 너무 흔한데 다행히도 여전히 관리상태가 좋아보였으니 이쪽은 부동산 경기가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잭니클라우스 시그너처 코스라고 홈페이지에 적혀있고, 공동 설계자로 회사 직원인 Troy Vincent가 올라가있으니 전형적인 잭니클라우스 스타일일 것이다.

그린피를 치르고, 카트를 몰아 1번 홀로 가기까지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대부분 회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연습장과 식당에 모여있었지만 골프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직 4월초라 그런가보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라운드인데, 오후에는 20도가 넘는 날씨인데 저렇게 누런 잔디는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린은 벤트그라스라 초록색이고, 페어웨이의 버뮤다 잔디는 그럭저럭 색이 물들고는 있으나 러프와 그린 근처는 완전 누렇다. 그렇다고 죽은 잔디는 아니니까 여기도 혹시 조선잔디를 심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코스는 무지 어렵다. 전반적으로 평평한 링크스 같아서 굳이 카트를 타지 않아도 좋을 지형인데 길기도 하지만 저멀리 빤히 보이는 그린으로 공을 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경치를 말하자면, 분명 저멀리 산들이 보이고, 강을 따라가며 코스가 조성되었으나 평평하기 때문에 골퍼의 입장에서는 약간 밋밋하게 보인다. 그립을 잡은 손가락이 까져서 후반 몇몇 홀들을 대충 치면서 넘어간 탓일 수도 있겠으나 딱히 엄청나다고 생각된 홀은 없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홀들을 꼽는다면 전반에서는 파 5로 플레이되는 4번과 6번을 꼽겠다. 티샷은 비교적 편안하지만 그린이 아일랜드처럼 멀리 떨어져있어서 적절한 거리로 레이업하는 수밖에 없다. 페어웨이 중간부터 그린까지 좌측으로 거대한 벙커들이 이어지는 7번도 하도 고생을 해서인지 기억에 생생하다. 이런 식의 괴로움을 스카이72 오션코스에서도 겪어봤으니 역시 잭니클라우스 코스로구나 했다. 세컨샷으로 강을 넘어가야하는 9번도 멋지지만 동시에 고통스러웠다. 후반에서는 백투백 파 5 홀들인 14번과 15번에서 멘붕을 겪었고, 이때 나는 손가락의 물집이 터지면서 이후에는 의욕을 상실했다...ㅠㅠ 호수를 끼고 그린을 향하는 마지막 홀도 어디서 많이 본듯한, 전형적인 잭니클라우스 코스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코스의 잔디가 제대로 올라온 시기였다면, 그리고 내 체력과 컨디션이 조금 나았더라면, 세간의 평과 마찬가지로 좋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잭니클라우스 코스의 팬인 입장에서 Achasta는 약간 아쉬웠고, 생각보다 평탄한 지형으로 코스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도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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