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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연말에 중국 심천 (深圳, Shenzhen)에서 회의가 있어 이때다 싶게 골프칠 궁리를 했다. 일차 목표는 당연히 세계 최대의 규모라는 미션힐스 (深圳觀瀾湖) 골프리조트인데 심천과 동관 두 도시에 걸쳐 조성된 골프장이라는 것은 몰랐다. 어디를 어떻게 예약하고 가는지도 모르고 막연하게 가보자고 했다가 결국은 여행사를 통할 수밖에 없었으니 하루는 미션힐스에서 36홀을 돌고, 다음날 동관힐뷰 36홀의 일정이다. 미션힐스 리조트는 중국에 두 곳이 있다는데 하이난에 180홀 (두개의 18홀 코스는 파 3 코스)이 있고, 심천에 216홀 (18홀 정규코스로만 12개)이 있다고 한다.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이니까 어느 코스를 돌아도 상관없기는 하겠으나 여행사를 통했더니 골프장에 나서는 순간까지도 우리가 어디서 치는 것인지 몰랐다.
결국 우리가 첫날 오전에 운동하는 곳은 애니카 코스로 결정되었다 (한자로 安妮卡球場 이렇게 적던데 이거 베껴 적느라 고생함). 골프계의 유명인사 12인이 각자의 구상을 현실화한다라는 취지이나 실은 이름만 빌려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Jack Nicklaus, Greg Norman 등이야 나름의 코스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리고 Pete Dye 같은 전문 디자이너도 참여하고 있으나 Justin Rose나 Zhang Lianwei (张连伟) 같은 선수들이 코스의 설계에 깊숙히 관여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예로, 처음에는 (David) Duval 코스였던 곳이 지금은 Rose-Poulter 코스가 되었으니 그저 이름만 빌린 것이 분명하다. 차라리 10개 코스를 모두 한 회사에서 (Schmidt-Curley 디자인) 만들었다고 표방한 하이난 미션힐스가 솔직한 얘기일 것이다. 그래도 골프여제 Annika Sorenstam의 이름을 내걸었으니 뭔가 나름의 특징이 있으려니 생각하며 1번 홀로 나섰다. 여기 캐디들은 여느 동남아나 중국 골프장들에 비해 노련하다고 소문나있다.
애니카 코스가 미션힐스에서 쉬운 편이라는데 도대체 다른 코스들은 어떻길래? 싶을 정도로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다. 깊은 산속에 길을 내어 조성한 식이라 우리나라 골프장처럼 친숙한 느낌이긴 한데 페어웨이가 좁고, 양측으로 벙커가 많아서 어려웠다. 그래도 티샷이 그럭저럭, 어프로치는 여전히 엉망이지만 그린 부근으로 가주었고, 퍼팅이야 원래 잘하니까 전반에는 꽤나 좋은 스코어를 냈다. 시각적으로 부담스럽게 만들었지만 막상 세컨샷 지점으로 가보면 괜히 겁먹었구나 싶은 디자인이다. 나처럼 단타자에 공이 똑바로는 가는 스타일이면 무난하게 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에서는 몇몇 홀에서 어이없이 망가지는 것이 체력이 문제라기보다는 집중력이 유지되지 않아서 그렇지 않나 싶었다. 그리고 이 코스에는 파 3와 파 5가 많고, 미들홀의 숫자가 적다. 역시 버디의 기회는 (다시 말해서 GIR은) 롱홀에서 나오고, 파 3에서 파를 잡는 것이 어렵구나 실감하게 되었다. 비수기에는 심천 미션힐스의 12개 코스를 모두 도는 패키지도 저렴하게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구미가 당기는 골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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