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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의 골드 cc와 아마 주인이 같을 것인데 서울에서 가까운 입지에 27홀의 대단지 커뮤니티라 종종 방문하는 곳이다. 코리아 cc 홈페이지에서 보면 설계자가 "가또오 & 임상하" 이렇게 되어있는데 임상하 씨가 관여한 것은 알겠는데, 가또오라는 성이 워낙 흔하니까 가토 후꾸이찌(加藤福一)인지 가토 슌스케 (加藤俊輔)인지 아니면 생판 다른, 그냥 가또오인지 알 길이 없다. 위치와 역사 덕택에 늘 붐비는 골프장인데 달리 말하자면 특별할 게 없는 오래된 코스에다가 새벽부터 밤까지 티타임을 엄청나게 운영하기 때문에 예전에 몇번 가봤어도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다만 평일 오전에 해가 뜨자마자 운동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출근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날 우리는 오전 11시반 정도의 티타임을 잡았는데 모처럼 화창한 날이어서인지 몰라도 앞에도 뒤에도 수많은 팀들이 들어선 모습이었다.
레이크/챌린지/크리크의 27홀인데 우리는 이날 레이크와 크리크로 돈다. 실은 근 일년만에 김** 프로에게 레슨을 다시 시작한 후 첫번째 라운드라 공을 제대로 맞출라나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첫 티샷은 무난하게 나갔다. 주변에서야 내가 몸치인 것을 다 알았겠지만 스스로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내 관절의 ROM이 거의 장애등급을 받을 수준이라는 얘기를 최근에 듣고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90대 초반에 가끔 80대 스코어는 내 몸뚱이로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이었음을, 그래서 저번에 웰리힐리에서 자칭 언더파를 친다는 캐디가 구력으로 치시는 거죠 뭐 그딴 얘기도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렇잖아도 짧은 거리지만) 비거리보다 정확성에 중점을 두고 연습하기로 했다. 레이크 코스에서는 저 멀리 고급 주택가가 보이는 8번 홀이 기억에 남는다. 외국이라면 비교적 흔한 풍경인 것이 집을 지어서 팔아먹기 위한 조경으로 골프장을 만들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골프코스 주변에 주택의 허가가 그동안 나지 않았었다고 한다. 넓고 똑바른 페어웨이에 평평하고 느리지만 본대로 잘 굴러가주는 그린에 덧붙여 아름다운 경치는 이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구나 싶다. 코스 공략에서는 고민의 여지가 없이 그냥 앞으로 가면 된다. 머리를 굴리면서 전략을 짜내고 그럴 필요가 없어서 누군가에게는 재미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어이없이 짧거나 휘어버린 경우가 아니라면 어디서라도 그린을 노릴 수 있다. 홀을 거듭하면서 여기가 내가 아는 코리아 cc가 맞나 고개를 갸우뚱한 것이 기대이상으로 아름답고 잘 만들어진 코스였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에는 이전에 다녀온 챌린지 코스의 사진도 포함되었다. 각설하고, 코리아 cc에 오랜만에 와보니 여기도 그럭저럭 괜찮았구나 싶다. 골드 cc도 그랬지만 평평하고 똑바른데 지루하지 않게 잘 만들었다. 그렇게 많은 팀을 받는데도 9홀 끝나고 좀 오래 기다린 것을 제외하면 비교적 스무스한 진행이다. 그러고보니 그늘집에서 몇십분 이상을 기다려야하는 식을 선호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라서 중간에 쉬면서 식사에 술도 좀 마시고 하는 라운드는 서양에서라면 접하기 힘들다. 가끔 보면 캐디가 "화장실 다녀오시고, 커피 리필하시면 바로 나가야합니다" 그러면 화내는 이들도 있으니까 확실히 우리나라 골프문화는 독특하다. 아무튼 마음이 편안하니까 공도 잘 맞는다. 드라마틱 그딴 것도 좋지만 골프는 이제 내게 중년의 놀이일 뿐 도전하고 성취하는 스포츠는 아닌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