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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블루원 용인

hm 2023. 7. 3. 05:11

예전에 태영 cc였던 곳이 블루원 용인 cc가 되었고 (그래도 아직 sbs가 주인이다), 같은 블루원 계열로 경주에도 있고 상주에도 있다. 용인 저 끝자락에, 온동네에 골프장이 천지인 그쪽에 있는데 회원인 지인들이 가끔 불러줘서 가곤 했지만 코로나 이후로 부킹이 어려워졌다며 갈수록 횟수가 줄어든다. 캘리포니아에서 여러 골프장을 설계했던 Douglas Nickels가 김명길 씨와 함께 만들었다는 27홀인데 이 더글라스 아저씨는 국내에도 마우나오션이라든가 파인크리크프리스틴밸리 등을 설계했다고 한다. 서코스와 중코스가 회원제고, 동코스는 퍼블릭이라는데 나는 아직 동코스를 돌아볼 기회가 없었다 (듣기로는 조금 페이웨이가 좁지만 회원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코스에 노캐디가 가능하다고 한다). 관리상태가 용인의 여느 회원제 골프장 못지 않게 좋아서 평범해보이는 코스라도 조경에 신경을 써서 공을 치다 문득 눈을 들어보면 작은 폭포며 꽃밭이며 예쁘게도 만들어놓았다. 여러번 가본 것이 하필이면 3월이거나 늦가을이어서 누런 조선잔디만 사진에 담았던 것이 아쉬웠었는데 모처럼 여름철에 가보게 되었다. 서울에서의 접근성은 사실 좋은 편은 아니다. 양지ic를 나가서 배추국집에서 한그릇 먹고 가는 게 예전에는 일반적이었는데 국도를 꽤 오래 간다. 주말에는 밀리기도 하는 길이지만 그래도 그럴 가치는 충분한 골프장이다.

오랜만에 회원이 부킹에 성공했다길래 따라나섰는데 일반 비회원 그린피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언제부터 내가 돈 따져가며 골프를 쳤나 싶지만 카트비와 캐디피를 더하면 (평일임에도) 30만원에 육박하니 대한민국에서 골프치는 죄라고 할까, 정말 비싼 가격이다. 그렇게 비싼 돈을 치르면서 갔는데 티박스에 매트가 깔려있다거나 그린이 모래투성이거나 하면 마구 화가 난다. 다행히 블루원용인은 그렇지는 않은 모양인데 이날 우리는 중코스로 시작해서 서코스로 끝나는 순서였다. 장마가 시작된 6월말이라 덥지만 (마침 비가 그친 날이라) 화창해서 경치에는 일단 만족. 이번에 가서 보니까 여기는 평탄하고 넓직한 것이 그린힐 cc 비슷한 분위기여서 전에는 왜 그렇게 못친 기억밖에 없을까 의아했다. 편안할 뿐만 아니라 관리상태도 좋아서 그럭저럭 잘 쳤다. 마음이 편안하면 테이크어웨이에서 힘이 빠지고, 그러면 더 힘차게 몸이 돌아가서 공이 잘 맞는다. 다만 코스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할 것이 없게 뻔한 디자인이었고, 스코어도 이상하게 잘 나오지 않았다. 여러번 왔어도 딱히 기억에 남는 홀이 있었다기보다는 깔끔하고 좋았지, 스코어는 별로지만 다음에 오면 잘칠것 같아 그렇게 흡족하게 돌아나오는 골프장이었다.

바비존스였던가 누군가가 골프란 (코스에 살고있다는) "Old Man Par" (파씨 노인?)과의 승부라고 했다. 요컨데 나와의 싸움이란 것인데 실상은 동반자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는 다행히 주변에 같이 골프칠 사람들이 넘쳐나는 탓에 불편한 이와 함께 운동한 적이 별로 없는데 이날도 친하고 좋은 동반자들과 함께였다. 불편한 동반자가 (대개는 직장상사나 잘 모르는 이) 있으면 더 스코어가 좋은 경우도 생기지만 대개는 죽을 쑨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으나 주변에 또라이가 있으면 골프든 일이든 잘 풀리는 것이 이상하다. 스탠포드의 Robert Sutton 교수가 쓴 책으로 "No Asshole Rule"이란 게 있었는데 조직에 또라이 (asshole)를 방치하면 망한다는 얘기를 한다. 그가 말하는 또라이는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로 그와 대화하면 언제나 답답해지는가 (being oppressed)? 둘째로 그가 약한 이들에게만 못되게 구는가였다. 그리고 또라이가 유능하다고 면죄부를 줘서는 안된다고 했다. 또라이짓으로 올리는 실적 뒤에는 실수를 감추거나 구성원의 사기저하가 있기 때문이다. 골프를 치는 네명 (또는 세명) 중에 하나라도 또라이가 있으면 레저가 아닌 노동 너댓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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