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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88cc (동코스)

hm 2021. 8. 7. 06:57

88cc는 입지상 종종 가봤던 곳이긴 한데 사진을 열심히 찍기 시작한 이후로는 좀 뜸했던 이유가 한동안 새로운 코스만 찾아다니던 탓이다. 그중 서코스는 추운 작년 12월에 가서는 눈위에서 공을 굴렸었는데 이후 몇차례 동코스를 가볼 기회가 생겨서 업데이트한다 (한여름 라운드는 더위에 지치긴 하지만 사진빨은 가장 좋다). 여기는 김명길 씨와 미야자와 조헤이 (宮澤長平)의 설계로 개장한 36홀이고, 보훈처가 주인이라서 한때 동코스를 호국/보훈 코스로 부르기도 했으나 지금은 다시 동코스다 (다른 18홀인 나라/사랑 코스가 지금의 서코스임). 양쪽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동코스가 약간 더 길고, 고저차가 있다. 이날 우리처럼 10번부터 시작하면 비교적 평지라서 다들 인코스부터 도는 것을 좋아한다는데 나는 평평하고 넓은 페어웨이를 별로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첫번째 티샷은 아무래도 편안한 디자인이 좋다.

그리고 이런 식의 오래된 코스에는 그린 주변에 벙커 외에는 별다른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세컨샷이 좀 멀더라도 우드를 힘차게 휘둘러볼 수 있다. 반면, 투그린에 포대처럼 높게 솟은 그린의 크기가 작아서 여간해서는 긴 채로 온그린이 어려우니 어프로치샷이 그린 주변까지만 가주면 된다. 쉽게 말해서 코스 매니지먼트 따위는 티박스에서만 고민하고, 그저 호쾌하게만 치면 (파는 어렵더라도) 보기는 한다는 식이어서 주말골퍼들이 좋아할 디자인이라고 본다. 나는 시각적으로 근사하고 어려운 코스를 좋아하지만 스코어는 확실히 이런 식의 골프장이 더 좋게 나온다. 공을 많이 잃어버리는 코스에서 특설티를 이용하면 보기만 줄창 하는 경우가 많은데 88 cc 같은 경우에는 공 하나로 치면서 컨디션에 따라 7자를 그리기도 하고, 백돌이가 되기도 한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거리가 좀 되기 때문에 세컨샷을 긴 채로 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린 뒷편에 여유공간이 없어서 넘어가지는 말아야 한다. 투그린에다가 각각의 그린이 좀 작은 편이어서 정확하게 올리기도 쉽지가 않다.

숲이 울창한 산세라 기분은 좋았으나 크게 기억남을 홀은 별로 없었는데 88 cc 동코스의 3, 4, 5번 홀들은 레이크사이드 남코스서코스에 근접해서 지나간다. 서로 들여다보기는 어렵게 되어있지만 한때 삼성이 88 cc를 구입하려고 했었다는 것도 이해되는 입지다 (그랬으면 총 90홀의 대규모 골프장이 되었을 것이다). 골프장의 수준이나 분위기는 같은 산에다가 일본식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좀 차이가 난다. 뭐랄까 고리타분한 느낌인데 전통을 우직하게 고집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요즘에야 워낙 골프장들이 호황이지만 레이크사이드보다는 좀 선호도가 떨어진다. 미쳤다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요즘 골프비용에도 여기나 레이크사이드는 원래 비쌌기 때문에 체감이 덜했다 (같은 가격이라면 당연히 레이크사이드를 선택할 것이다). 클럽하우스에서 보니까 회원이지 싶은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분들도 많았지만 반바지에 울긋불긋한 옷으로 치장한 젊은 골퍼들도 눈에 띄었는데 양쪽이 모두 시끄럽고 매너 따위는 이런 골프장에서는 필요없어요 하는 식으로 보였다 (워낙 더운 시기라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샤워를 못한다고 해서 가격을 깎아주는 것은 아니었고 대신 체크인할 때 일회용 물수건을 하나씩 줬는데 끝나고 한 장 더 달라고 했더니 만원씩 받는다고 해서 깜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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