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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cc는 남여주, 아리지 등과 함께 우리나라 퍼블릭의 대명사격이었던 곳으로 회원제 골프장의 부킹이 어렵던 시절에 추첨으로 가는 곳이었고, 한때는 경기도에서 주중 그린피가 가장 저렴했던 곳이다. 지금은 신라 cc, 떼제베 등을 운영하는 KMH 레저라는 회사가 주인인데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는 평이지만 반대로 가격도 많이 올랐다. 그나마도 연중 그린피가 가장 비쌀 시기라서 싼 곳을 찾아서 충청도 어딘가로 갈 생각이었는데 서울 북서쪽에 사는 누가 나는 그렇게 멀리 못간다, 송추나 서원밸리로 잡아봐라 황당한 소리를 하는 통에 (그러면 니가 한번 잡아봐라... 콱~ 속으로 궁시렁대며) 부킹을 했다. 강남에서 가려면 꽤나 먼 곳인데 파주 법원리는 한때 용주골이 유명했던 동네다. 여기를 누가 설계했는지 알아낼 길이 없었고,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예전에는 하도 타구사고가 많아서 홀들 사이에 그물망을 쳐놓았었는데 지금은 나무를 많이 심어서 그럴 일은 없다고 한다. 아무튼 18홀 정규홀이니까 어디면 어떠냐 심정으로 간다.
그런데 때가 바야흐로 10월 초순이니 시원하면서도 살짝 금빛이 물드는 잔디와 파란 하늘이 최고조일 시기다. 이런 시기에는 보이는 곳마다 화보를 찍을 수준이니 파주 cc의 첫인상도 그저 아름다왔다. 일몰시각이 빨라지기 때문에 오후 1시 이전에는 시작해야하는데 (불켜고 하는 야간골프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밤눈이 어두워서 해가 지면 눈뜬 장님이 된다) 모처럼 12시반의 티타임도 잡았다. 우리는 동코스로 시작했는데 미국에서 40불 정도로 치는 (그러나 그럭저럭 괜찮다고 느낄) 동네 골프장의 분위기가 났다. 길게 자란 페어웨이 잔디에 느린 그린이었지만 파 4 홀들의 거리가 340미터 정도에 롱홀은 500미터 수준이라 아주 길지도, 짧지도 않은 코스였다. 똑바른 디자인이라 아주 위협적이지는 않았고, 적절하게 해저드와 도그렉도 있었으며 (벙커는 거의 신경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적다), 무엇보다도 깨끗한 공기에 경치가 아름다왔던 날이었다. 다 비슷비슷하게 플레이했기에 딱히 근사했던 홀을 꼽을 수는 없다. 그래도 나정도 실력에서는 편안하게 공을 칠 수 있어서 즐거운 한나절이었는데, 이정도 (10월초이긴 해도 월요일 오후의 그린피가 인당 17만원이라니) 가격을 내고는 다시 올 일이 없겠으나 가성비 말고는 꼬집어낼 흠도 크게 없는 골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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