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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클럽 모우

hm 2020. 10. 16. 20:21

홍천의 클럽모우에는 이번이 열번째 방문인데 갈때마다 다른 느낌을 (좋았다 나빴다가 아니라 매번 업그레이드되는) 받아서 새로 글을 적어본다. 여기도 경춘권의 여러 골프장들과 마찬가지로 "야심차게" 큰 돈을 들여 고급 회원제로 개장했다가 결국 퍼블릭 부킹을 받는 곳인데 최근까지는 두산중공업이 주인이었다가 얼마전 다른 회사로 매각되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회원을 통하지 아니면 부킹이 아예 안되는, 배타적인 회원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좀 기다려보면 언젠가는 가보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보지만 한편으로는 대체 누가 비싼 돈을 줘가며 회원권을 사겠냐 그런 생각도 든다. 부자들 걱정이 세상에서 가장 할일없는 짓이니 그저 나같은 평민은 또다른 좋은 골프장에 방문할 수 있으면 감사다. 게다가 클럽모우는 종종 (주변의 퍼블릭 골프장들보다) 저렴한 가격이 나온다. 나는 클럽모우가 "명문" 골프장이라고 생각하는데 배타성보다 코스 자체가 훌륭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강촌 ic를 나가서도 한참 가야만 나오는 이 골프장은 Michael Hurzan과 Dana Fry가 설계했는데 미국에 살던 당시에 Widow's Walk를 가보고는 마이클 허잔의 솜씨에 감탄했던 적이 있지만 Erin Hills나 뉴욕의 Harbor Links 등의 탑코스를 만들어 유명세를 떨쳤던 이들이다.

클럽모우를 처음 가본 것이 2016년 4월이었는데 무지 어려운 타겟골프라고 느꼈었고, 캐디의 설명이 아니라면 대체 어디를 겨냥해야하는지도 모르겠는 코스에서 헤매다가 왔다. 나뿐 아니라 다들 떨어진 멘탈을 줍기에 바빴고, 18홀 내내 공이 잘 맞아도 백돌이 스코어가 나오는구나 했던 처참한 라운드였다. 그래도 정말 재미있게 쳤었던 기억이어서 다들 동감하시겠지만 70대를 친 골프장에서 다음날에 백타를 치는 운동이 골프이기에 불만없이 귀가했었다. 다만 당시에는 파 5 쓰리온이 소원이었을 정도로 티샷 비거리가 짧았던 시절이었고, 두번째 방문에서는 좀 나은 스코어를 냈었다. 27홀의 코스 이름이 마운틴/오아시스/와일드 코스인데 이래서 클럽 "MOW"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홀들이 다 독특하고 아름다왔지만 특히 오아시스 후반의 7-9번 스트레치는 그야말로 장관이었기에 이번에도 오아시스/와일드 코스의 순서로 잡았다. 9홀이 셋인 27홀 골프장이니까 아마 1,2부제 운영을 할텐데도 오전 10시, 11시대의 티타임이 있는 것도 특이했다. 클럽하우스의 라커나 샤워실도 편안한 이용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마운틴 코스는 세개의 9홀 코스들 중에서는 가장 어려운 타겟골프다. 잠시만 방심해도 와르르 무너져버릴 디자인이라 다른 코스들, 와일드와 오아시스가 쉽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도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홀들이라 저멀리 산자락들의 경치, 저 아래로 다른 홀들의 장관을 바라보며 쳤었다. 마운틴 9번에서는 호수를 넘겨 저 아래의 페어웨이로 티샷을 하게되는데 그동안의 고생이 씻길 정도로 아름다운 홀이었다. 화이트티에서 400미터가 채 안되는 파 5인데 (아마도 처음에는 긴 파 4로 만들었을 것 같은데 나중에 롱홀로 변경했을듯) 내리막이라 충분히 투온이 가능하지만 워낙 고생한 우리들 모두가 뭔가 트릭이 숨어있을 거야 잘라가야해 했다가 그린 주변에 헤맸었다. 다시 플레이한다면 무조건 길게 어프로치해서 쓰리펏, 운이 좋으면 투펏을 시도할 것이다.

오아시스 코스는 좀 쉬워서 이름을 그렇게 붙인 모양인데 그래도 어렵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후반의 홀들이 아주 근사한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차츰 고조되는 식을 좋아한다. 실은 시작부터 가장 경치가 좋은 코스가 여기다. 단풍이 물들어가는 강원도의 가을이 매우 아름다와서 넋을 잃고 바라보는 코스다. 시그너처 홀이라면 파 3인 3번 홀인데 골프장의 다른 홀들과 저멀리 산세를 내려다보는 멋진 경치다. 이번에는 그린이 좀 느렸지만 잔디의 상태에는 아주 만족했다.

와일드 코스는 이름 그대로 클럽모우에서 가장 잔인한 코스일 것이다. 9번을 제외하면 대개 오르막에 좁아서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사진빨도 덜하다. 그래도 여기에는 클럽모우의 상징인 까마득한 내리막 파 3인 5번 홀이 있다. 실거리 140미터에 80미터를 보고 쳐야하는 홀인데 욕하는 사람도 있지만 웨지의 정확성을 시험하는 멋진 홀이라고 생각한다. 이정도 경치에 코스 공략의 재미는 우리나라에서라면 블루마운틴 (지금의 세이지우드 홍천)이나 레인보우힐스 정도에서나 경험할 수 있다.

클럽모우는 확실히 좋은 골프장이었다. 우리는 그린피에 카트까지 18만원 정도에 캐디피를 따로 냈지만 이정도 수준의 퍼블릭이라면 미국 서부에서는 평일에 60불 이상, 동부에서라면 거의 백불은 받을 것이다. 4월말 한국에서 15만원은 분명 가장 저렴한 수준인데 코스의 수준은 그 이상이었다. 그래서 살짝 안타깝다. 내가 구력은 기껏 십년도 안되었으나 가본 골프장 숫자로 치면 누구에게도 딸리지 않는다고 자부하는데 우리나라 골프장의 롤모델 (내지는 워너비?)은 안양 cc 아니면 스카이72라고 본다. 예전의 골프장에 가본 경험은 없으나 작금의 우리나라 골프장 문화는 상기 두 골프장이 만들었다고 본다. 배타적이고 신비로운 안양 cc가 좀 힘쓰는 기업이라면 우리도 저렇게? 그런 고급 컨트리클럽을 만들게했고, 비싸게 받아도 올 사람은 다 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골프장이 스카이72였다. 스카이72가 생기기 전의 우리나라 골프가 어땠는지는 나로서는 그저 줏어들은 게 전부지만 아무튼 이 골프장이 영종도에 개장하면서 비싼 가격의 이유를 이것저것 댔던 것은 기억이 난다. 개장하고서 십몇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가격은 오히려 비싸졌지 내린 바가 없는데 그래도 늘 풀부킹이니까 다른 골프장들도 비싸게 받는 기준이 된 것이다. 붕어빵이니 아이스크림이니 그딴 거 나눠주는 대신에 만원이라도 싸게 받으면 좋을텐데 그런 생각을 늘 한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의 골프는 "남의 돈으로" 치는 분위기가 남아있어서 저러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내가 일하는 업계는 내가 골프를 시작한 시기쯤부터 (안타깝게도) 접대골프라는 문화가 아예 사라져버렸는데 아마 다른 업종은 여전하다고 들었다. 십여년전에는 우리도 직장에 새로운 스탭이 들어오면 무조건 골프를 하라고 시켰다. 시키는 선배도, 바빠죽겠는데 이런 재미없는 운동을 왜? 하면서 억지로 끌려다녔던 후배도 자기 돈으로 골프를 치지 않았었다. 요즘에는 위에서 강권하는 분위기가 없어졌는데 아마도 (선배가 내줄 것도 아니니까) 돈이 비싼 탓일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고급 회원제는 그들만의 리그로, 퍼블릭은 수준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으로 재편될 날이 오겠지 기대하지만 당장은 평일에 20만원 미만으로 치는 클럽모우에도 깊이 감사할 뿐이다.

 

높게 솟은 그린 뒷편으로 소나무를 잔뜩 심어놓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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