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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레이크사이드의 54홀 중에 서코스가 회원제였다. 같은 클럽하우스로 들어가고 나오지만 사우나와 라커룸을 따로 쓴다. 원래부터 부킹이 어려웠던 코스고, 삼성이 인수해서 퍼블릭이 되어버린 지금도 티타임이 잘 나오지 않는데다가 그린피도 약간 더 (만원쯤?) 비싸다. 레이크사이드는 자주 갔었어도 제대로 잘 쳤구나 생각이 든 적이 별로 없었던, 일종의 애증의 골프장인데 그중에서도 서코스는 갈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다가 거기라고 뭐 있겠어? 그런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굳이 아쉬운 마음은 없었다. 파 5로 시작하는 1번 홀은 남코스와 동코스 사이에 있는데 9홀 두개가 아니라 원웨이로 쭈욱 진행되는 식이며, 요즘에는 10번부터 출발시키기도 하지만 그러면 홀을 거듭할수록 전혀 다른 골프장이 펼쳐지는, 서코스만의 맛을 느끼기 어렵다고 본다. 나도 서코스는 몇년만에 처음인데 예전에 갔었을 당시, 길이의 부담이 좀 적어서인지 모처럼만에 싱글 스코어를 기록하기도 한 날이다. 단체팀의 경우 서코스로 배정되는 일은 없다고 하며, 내 직장에서 여기 회원대우를 해주기는 하지만 서코스는 예외라고 한다. 그래도 어떻게든 부킹만 된다면 (몇만원씩 더 주고라도) 서코스를 도는 것이 최선이다.
서코스는 나도 웨지 어프로치를 몇차례 했으니 좀 짧기는 한 모양이다 (아마도 화이트티 위치 때문일 것인데 듣자하니 여기가 길이로는 우리나라에서도 탑급이라고 한다). 시작하는 1번도 지그재그 도그렉이긴 하지만 무난하게 쓰리온으로 파를 만들 수 있다. 이어지는 2번이 내가 생각하는 시그너처 홀인데 티샷이 떨어지는 지점이 상당히 넓지만 그린에 가깝게 가보겠다고 좌측을 겨냥하면 해저드거나 러프에서 어프로치를 해야한다. 크게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게 생긴 물이 그린 앞에 있는데 그래도 괜히 힘이 들어가곤 한다. 동반자들은 4번이 가장 멋있다고 하는데 마에스트로에서도 비슷한 파 4 홀을 경험한 바 있다. 우측으로 크게 돌아가는 홀인데 안전하게 좌측 페어웨이로 공을 보내서 어프로치하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넘어갈 것도 같은 해저드와 벙커 뒷쪽에 바로 그린이 보이기 때문에 괜한 도전욕이 생기는 홀이었다.
원웨이 진행인데도 중간에 20분 정도를 쉬었는데 이건 좀 이상하긴 했다. 아무튼 레이크사이드 서코스의 아름다움은 후반에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 근교임이 무색하게 원시림같은 숲속을 지나가고, 페어웨이 양측으로 높게 솟은 나무들이 뭔가 우리나라 골프장하고 다른 느낌이다 (같은 소나무라도 나는 똑바르게 올라가는 놈들이 좋다). 압권이 길게 늘어선 나무들 사이로 오르막 샷을 하는 18번이었고, 거기서부터 다시 클럽하우스까지는 상당한 거리를 카트로 이동하게 된다. 몇번을 와봐도 좋았던 서코스인데 레이크사이드만 수십번 이상을 가본 주변사람들도 서코스를 가봤다는 경우를 몇명 보지 못했고, 가봤다는 사람도 뭐 그게 그거던데? 식이어서 나는 좀 의아한 마음. 서코스는 완전히 다른 (그리고 몇배는 더 훌륭한) 코스인데 그게 나만의 생각인지 그저 공이 잘 맞았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