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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야 삼성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이 되어 누구나 부킹이 가능해졌지만 원래 세븐힐스 컨트리클럽으로 개장하던 당시에는 북/서 코스가 회원제였고, 나중에 추가된 남/동 코스를 대중제로 운영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북/서로 플레이하면 남/동에 비해 만원정도 비싸다. 내 기억으로도 동코스가 끼면 좀 좁고 짧았었는데 여러번 가봤던 곳이라 만원이라도 싸면 좋겠다 했지만 결국 북/서 코스로 부킹이 되어버렸다. 임상하 씨가 설계했고, (우리나라 골프장들 중에 사연이 없는 곳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여기도 이런저런 복잡한 역사를 갖고있는 골프장이다. 원래 나다 cc라는 이름으로 회원권을 분양하던 당시에는 나다 회원은 안양과 가평베네스트의 주중 부킹을 해준다고 광고하였던 것이다. 문제는 골프장이 문을 열기도 전에 회사가 부도난 것인데, 회원권을 구입한 사람들은 나다 cc보다도 삼성의 골프장들 부킹을 기대하고 샀을 것이라서 분쟁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삼성이 골프장을 인수해서 1998년에 세븐힐스라는 이름으로 개장하였고, 2008년에 안성 베네스트로 개명하였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나다 회원들은 부킹이나 비용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한동안 시끄러웠던 것이다.
북코스로 시작하면서 보니까 잔디의 초록색이 절정인 모습인데 몇일전 갔던 사우스케이프나 카스카디아에 비해서도 관리상태가 좋아보였으니 아마도 양잔디와 조선잔디의 차이일 것이다 (보기에만 그렇지 실제 가보면 웃자란 풀들이라 별로였다). 홀들이 전반적으로 길고, 페어웨이는 넓은 편이지만 도그렉이 잦고 보통 오르막이라서 나처럼 티샷의 비거리가 안나오면 힘이 들어가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오랜만의 방문이라 그런지 여기가 내가 기억하는 안성 베네스트가 맞나 싶게 경치가 좋았다. 아마추어 골퍼가 다들 그렇겠지만 나는 요즘에 70대를 쳤다가 다음주에는 백돌이가 되는 기복을 겪고 있는데 이 날은 그럭저럭 공이 맞는 날이었다. 내기를 좋아하는 동반자들과의 라운드라서 북코스에서는 보기 하나에 버디 하나로 이븐파를 쳤고, 후반인 서코스에서는 45타로 망가져버렸으나 그래도 80대 초반 스코어를 냈으니 만족스런 하루였다. 몸이 불어서인지 자주 골프를 치다보면 완전히 백돌이가 되는 날이 생기는데 그래도 이러다가 또 잘맞는 날이 오겠지 하며 요새는 더 연습할 생각도 없이 그냥 즐기게 된다.
우와 싶게 멋진 홀들은 남/동 코스에 주로 있으며 (특히 2개의 파 5가 이어지는 동코스 4,5번은 최고), 이쪽은 산들 사이의 분지에 앉혀져있어서 경치랄 것은 없다. 그래도 오랜만에 북/서 코스를 돌아보니까 임상하 씨가 정말 고민해서 설계했구나 싶어지는 홀들이 몇몇 눈에 띄었는데 서코스에서는 도그렉 파 5 홀들이 공략하는 재미가 있었고, 가장 높은 위치에 티박스가 자리잡은 6번이 시그너처 홀이라고 한다. 전반인 북코스에서는 화이트티에서도 4번과 7번처럼 400 미터가 넘는 미들홀들이 인상적이었다 (북코스 9번은 한술더떠서 440 미터였는데 나만 빼고 다른 셋은 모두 투온ㅠㅠ). 티박스에 풀이 살짝 웃자랐지만 매트를 깔아놓은 홀은 하나도 없었고, 다만 느려터진 그린은 여기가 내가 알던 안성 베네스트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피곤한지 더워서인지 거의 말이 없던 캐디도 감점의 요인이었다. 이날의 멤버들은 내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 후반에 탈탈 털리고, 구찌에 정신이 없었어도 즐거웠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