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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샤인데일

hm 2022. 4. 24. 16:30

경춘권의 골프장들 중에는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었다고 늘 생각하던 샤인데일 컨트리클럽을 다시 방문했는데 이번에는 후반에 레이크 코스를 돌았기에 글을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설악 ic로 나가기 때문에 서울에서 먼 거리는 아니지만 고속도로를 나와서도 험난한 산길을 20분이나 가야하고, 특히 주말이라면 귀가길이 교통지옥이기 때문에 자주 가게되지는 않았다. 샤인데일이 2015년 여름에 개장하던 당시에는 우리나라 골프업계 사정이 좋지 않아서 (회원권 분양이 어려워서) 회원제로 준비하다가 결국 퍼블릭이 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싶다. 고급 골프장이지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모토로 문을 열었는데 실제로 가보면 돈들여 만든 느낌이 난다. 특히 골프장이 만들어진 위치가 천혜의 산중이어서 주변 능선의 아름다움은 단연 탑급이라고 생각한다. 설계자가 Brian Costello라지만 블랙스톤 이천이나 360도의 난이도는 아니고, 커다랗고 어려운 그린은 비슷하다.

프랑스 퐁텐블로성을 모방했다는 클럽하우스는 실제로 그 성에 다녀와본 입장에서는 그저 짝퉁같이 보인다. 뭐, 클럽하우스로 뿌듯할 분은 골프장 직원들밖에 없을 것이므로 코스만 괜찮으면 나는 상관없는데 그래도 주변 산세가 워낙 근사하기 때문에 차라리 으리으리한 한옥풍으로 만들었다면 명물이 되었지 않았을까 싶다. 회원권을 분양하려면 일단 첫인상이 좋아야하기 때문에 클럽하우스에 돈을 들였을 것인데 퍼블릭 골프장이 되었어도 들어갈 때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나쁜 느낌은 아니다. 식당의 직원들이나 이날의 캐디도 잘 교육받은 티가 나게 일을 잘했다. 레이크 코스는 샤인/데일에 비해 나중에 만들어져서 좀 전략적이고 어렵다는 평이지만 공을 좀 친다면 아름다운 경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코스라고 본다. 지그재그로 두번 끊어가야하는 레이크 2번을 마치고는 이 홀이 시그너처로구나 했는데 이후의 홀들, 특히 레이크 6번과 7번을 쳐보면 타겟골프이면서 어느정도의 미스는 받아주게 설계되어 정말 재미있게 쳤다. 나는 요즘엔 골프가 더 재미있다. 좋은 친구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고, 뽑기를 했는데 편을 잘 먹어서 돈이 두둑히 들어와도 좋고, 잘 쳤는데 어려운 코스라서 스코어가 나쁘게 나와도 허허 웃음만 나온다. 그래도 역시 나는 기본적으로 코스콜렉터라서, 천혜의 위치에다 잘 설계된 코스를 경험하는 즐거움이 최고다.

요즘 내 목표는 어떻게든 규정타수 내에 그린으로 올라가는, GIR인데 티샷이 20미터만 더 날아가주면 좋겠고, 어프로치에서 뒷땅만 안나주면 좋겠다. 같은 보기라도 아쉬운 경우가 있고, 이정도면 잘한거야 하는 때도 있는데 아무래도 연습이 더 필요하다. 이날 우리는 샤인/레이크 코스의 순서로 돌았는데 예전에는 갈때마다 데일/샤인이었어서 당시의 사진들도 아래에 있다. 데일 코스에서는 6번부터 시작해서 9번까지가 아름답고 재미있는 홀들이며, 샤인 코스에서는 호수를 따라 돌아가는 파 5인 7번부터는 상당히 어려우면서도 도전욕이 솟아나는, 좋은 홀들이 이어진다. 특히 샤인 후반의 홀들은 이 깊은 산중에서도 높은 지대에 있어서 중간중간에 주변의 산세를 바라보면 숨이 멎는 절경을 마주하게 된다. 좋은 시절에, 하늘이 파랗고 잔디는 초록일 시기에 꼭 다시 와봐야겠다.


여기까지가 레이크 코스. 아래는 예전에 다녀온 데일/샤인 코스들

 

 




여담: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최근에 구입한 가민 어프로치 Z82 이야기. 나는 (캐디가 없는) 미국에서 골프를 시작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레이저 거리측정기나 핸드폰의 gps 앱을 써왔는데 결국에는 Golfshot 프로로 정착해서 십수년째 쓰고 있다. 그래도 레이저 레인지파인더가 아쉬운 적이 가끔 생기고, 뭔가 신제품이 나왔다고 하면 써보고픈 심정에 부쉬넬, 니콘, 보이스캐디 등등에서 나온 제품들을 샀었다. 그래도 허리에 뭐를 차고다니는 것이 불편했고, 캐디가 알아서 거리를 불러주는 우리나라 코스에 익숙해져서 골프백의 구석에 넣어두었다가 누가 필요하다고 하면 줘버리곤 했다. 비싸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근까지는 소위 차쉬넬이라고 불리는 MiLESSEY 제품을 하나 사서는 (언젠가는 미국에 갔을 때나 써야지 심정으로) 가지고 있었다. 차쉬넬도 거리 정확하고, 웬만한 기능은 다 갖추고 있다 (다만 뽀대가 나지 않을 뿐이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광고를 보고는 팍 꽂혀버렸던 제품이 가민에서 나온 Z80 레인지파인더였는데 업데이트 모델인 Z82가 나왔다길래 무작정 질러버렸다.

Garmin 어프로치 Z82



이 제품이 기존의 부쉬넬 류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접안렌즈를 통해 보이는 모습이 망원경으로 렌즈에 맺힌 실사가 아니라 LCD 화면에 표시되는 디지탈 영상이라는 점이다 (최근 고급 디지탈카메라에 장착되는 뷰파인더 영상을 생각하시면 된다). 페어웨이나 그린의 모습을 가깝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코스맵을 비롯한 각종 정보가 같은 화면에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첨단의 발상에 혹해서 거금을 (가민의 제품은 싸게 구입할 방도가 없다) 지불해버렸다. 그리고 몇번의 라운드를 함께한 후에 후회하는 중인데 이런 류의 보조장비는 그저 단순하고 튼튼하면 최고인 것 같다. 가민 Z82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느낀 단점들.

1. 모양이 크고 조잡하다. 거의 차쉬넬 수준의 마감에 필드에서 넣고다닐 케이스조차도 가격이 무색하게 후졌다.
2. 제대로 기능을 쓰려면, 그리고 코스의 정보를 추가하려면 Garmin Express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깔고, usb로 연결해야하는데 이 프로그램이 수준이하다. 툭하면 꺼지고, 서버와 연결할 수 없습니다 메시지를 봐야한다. 하다못해 핸드폰 앱도 이런 식이면 바로 삭제되는 세상인데.
3. 핸드폰에 깔아서 Z82와 연결하는 Garmin Golf 앱도 있는데 이거는 로그인부터가 난관이다. 503 에러가 자주 뜨고, 지멋대로 종료되는 일도 흔하다. 다시 말하지만, 요즘에 이런 앱은 거의 없다. 오늘 안 사실인데, 가민의 서버가 해킹되어 접속은 고사하고 데이타도 다 날아갈 위기라고 한다. 하필 내가 구입한 직후에 이런 일이 생겼다.
4. 건전지를 넣지 않고 usb로 충전하는데 한번 충전하면 겨우 한번 라운드할 정도밖에 안된다. 계속 gps와 블루투스를 접속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많이 쓰는 줄은 알겠는데 좀 심하다. 게다가 5핀짜리 마이크로 usb 단자인 것도 2020년에 새로 나온 신제품에는 어울리지 않는 설계다.
5. 느리다. 들여다보고 핀을 찍고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으나 전원을 켜면 일단 부팅이 되어야하고, 코스지도를 로딩하고, 몇가지 세팅을 해야하고 그런 과정을 거친다. 바빠죽겠는데 이건 좀 아니다.
6. 마지막으로, 너무 비싸다. 다양한 기능을 보면 80만원에 가까운 가격이 이해는 되지만 솔직히 (위에 적은 이유들로) 다 부질없는 기능이다. 어디선가 레이저 레인지파인더는 200불 이하라야 가치가 있는 장비라고 봤는데 맞는 얘기다. 그래도 비싼 돈을 줬으니 라운드에서 한번이라도 더 찍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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