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개장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골프장이라고 자랑하던 럭셔리 퍼블릭 카스카디아를 모처럼만에 다시 갔다. 좋아서 다시 간 것은 아니고, 예전에 갔을 때에도 나는 새로 생긴 골프장이라면 한번은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 코스 콜렉터라서 갔던 것이어서 굳이 다시 와볼 필요야 있겠냐 했던 곳이다. 가격을 좀 내리기는 했어도 (지금도) 주말에 37만원 그린피는 돈이 남아돌지 않고서야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모처럼 전라도에서 지인들이 올라온다고 해서 전날 라비에벨 올드코스를 치고, 이날은 카스카디아로 (두 골프장이 같은 산에 있어서 차로 10분이면 간다) 갔다. 예전에 방문했던 당시에는 개장초라서 27홀 중에 트리/스톤 코스만 오픈했었고, 가격을 반으로 할인해준다고 했었지만 그래도 이십 몇만원이었던 기억이다. 안문환 씨의 설계로 조성된 코스 자체는 근사했던 기억이라 2년 정도가 흘러서 관리나 운영에도 좀 노련함이 생겼으리라 기대하면서 갔다. 그리고 당시에는 공사중이던 워터 코스도 한번은 경험해볼 생각이었다.
일단 으리으리한 클럽하우스는 돈들인 티가 난다. 발렛파킹에 보스턴백을 안쪽으로 들어다주는 서비스는 돈을 그렇게 많이 받으니 당연하다는 생각.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면 호텔 프론트같은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하고,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서 라커룸까지 간다. 환복 후에 다시 에스컬레이터로 두 층을 (중간에 레스토랑 층이 있음) 올라가서, 육중한 문이 열리면 동굴과 폭포를 지나 카트를 만난다. 솔직히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싸서인지 원해 팀을 적게 받는지 대기하는 카트도 우리말고는 없었고, 18홀을 도는 내내 앞에도 뒤에도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다. 전반인 워터 코스를 치고는 대기가 얼마나 되나요? 물었더니 바로 가셔도 되고 뭐 드시고 싀다가 나오셔도 됩니다 그런 대답이었다.
그런데 코스에 대해서는 기대했던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시작하는 워터 1번에서는 그저그런 산악 골프장인가 했지만 높은 티박스에서 저멀리 숲 사이로 간신히 보이는 페어웨이로 치는 2번부터는 재미있게 쳤다. 페어웨이의 양잔디가 폭염에 상한 부분이 곳곳에 있었고, 높은 가격이 무색하게 벤트그래스가 아니라 블루인지 라이그래스인지 그런 종의 잔디라서 아쉬운 부분. 그린도 좀 많이 느렸으니 관리상태는 좋았다고 할 수 없을텐데 경치만큼은 좋았다. 워터 코스의 시그너처이며, 돈을 쳐들여서 만들었다고 엄청 선전해대던 7번은 뒷편으로 한창 공사중인 리조트 건물이 뷰를 해쳐서인가 별로 감동적이지 못했다. 워터 9번을 끝내고 이동할 때 폭포의 뒷편을 통과하는데 그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사이로 보이는 코스 경치가 차라리 근사했다.
오히려 후반의 스톤 코스는 좋았다. 1번 홀부터 그린 뒷편으로 암벽이 둘러싼 모습으로 압도당하게 되고, 이후에도 저멀리 겹겹으로 능선이 보이는 것은 내가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바라는 모습이었다. 코스의 설계도 재미있어서 페어웨이 옆으로 벙커가 늘어서있다던지 도그렉이라던지 어려울 것도 같지만 나같이 또박또박 나아가는 이들에게는 스코어도 괜찮게 나온다. 스톤 7번부터 9번까지도 인상적이어서 다시 온다면 나는 스톤/트리의 순서로 예약할 것 같다. 더운 여름날 오후에 잔디도 상태가 별로였으니 차라리 오전 티타임이었다면 워낙 안개가 잦은 지역이라서 더 멋있었을 것이다. 다만, 국내 최고가 럭셔리 어쩌고가 옳은 방향인가 의문이 드는데 뭐 알아서들 하시겠지만 관심을 끌어보기 위한 어그로였길 (두번의 방문으로 카스카디아의 팬이 되어버린 입장에서) 바란다. 춘천이나 홍천에 수준급의 코스들이 즐비한데 카스카디아가 두배 비싼 골프장이 되려면 조금 나은 코스 정도로는 어림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