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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골프장이 생길 터가 남아있나 싶은 (그러나 지도를 찾아보면 거의 서울만한 크기인) 용인시 처인구에 작년 가을에 개장한 18홀 퍼블릭인데 여러모로 관심을 끌었던 곳이라 언제 가보나 했었다. David Dale이 설계했다니 시각적으로 예사롭지 않을 것 같았고, 카트에 에어콘을 설치했다는 소문도 들었으나 가격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다. 이날도 매달 만나는 동기들과 충청도 어디쯤으로 싼 그린피를 찾아나설 생각이었는데 한 명이 왜그렇게 멀리 가냐고 하는 바람에 급히 바꿨다. 은화삼과 해솔리아를 지나는 (교통이 막히는) 위치라서 주말이면 접근성이 충청도와 별반 차이나지 않을 것인데 아무튼 처음 가보는 골프장은 늘 설렌다. 반면, 주말 오전에 경기도 골프장이니 비쌀 요소는 다 갖추기는 했어도 그린피에 밥먹고 어쩌고 다하니까 삼십몇만원을 지불하는 것은 여전히 후달린다.
오전 일찍 시작하는 라운드인데도 덥다. 반면에 스타트 광장에서 바라보는 코스는 시원스럽고 잔디도 신생 골프장답지 않게 좋아보였다. 외국인 설계자라서 그런지 기존의 산세를 따라 루트를 만든 것이 아니라 다 파내버리고 새로 토목공사를 했겠다 싶은 모습이었다 (듣기로는 땅주인이 어디 문중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산들을 밀어버리는 디자인에 별 말이 없었을까 궁금). 코스에 이름을 레이크/밸리로 붙여놓아서 뻔한 스타일이겠거니 했더니 레이크 1번부터 페어웨이의 경치가 상당했다. 호수를 돌아나가는 미들홀인데 호수 중간의 섬에 심어둔 나무는 골프와 아무 상관이 없겠으나 조경에 신경써서 만든 골프장임을 말해준다. 페어웨이가 좁지는 않아도 아직 나무들이 덜 자라서 주변 홀들에서 날아왔을 공들이 러프에 몇몇 보였던 것은 여기가 3부까지 돌리는 퍼블릭이라 그러려나 한다. 이날은 그분이 오신 것처럼 샷이나 퍼트나 다 좋았는데 그린을 노리는 어프로치가 정확하지 않았던 것이 좀 아쉬웠다. 어떻게든 그린 주변으로 가서 파를 잡은 홀들이 많았으니 불만을 가지면 안될테지만 구력이 늘어나도 여전히 정확성이 떨어진다. 나는 정규홀 아니면 안간다 주의지만 어쩌다가 파 3 미니코스를 가보게되면 70에서 150미터 정도에서 공을 올리는 것이 골프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낀다.
이후의 홀들중에 또 기억에 남았던 것이 세컨샷으로 물을 넘어 그린으로 어프로치하는 레이크 2번과 9번, 밸리에서는 그린 주변의 벙커가 인상적인 7번, 시원스런 내리막 롱홀인 9번 등이었다. 전반적으로 느린 그린을 제외하면 무난한 코스였지만 역시나 끝나고 계산하면서 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샤워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 혹서기에 이 돈을 내고는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위치 하나로 년중무휴로 손님이 끊이지 않겠지만 비쌀 이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해솔리아와 경쟁하면 딱이지 싶은 골프장인데 거기도 요즘 싸지는 않으니까 할말은 없지만 차라리 (부킹만 된다면) 레이크사이드를 위시한 좀 괜찮은 곳을 가고 말겠다. 메뚜기도 한철이네 심정으로 돈이나 벌자는 것이 아니라면 수준에 맞는 가격을 책정해야하지 않을까, 세현 cc가 후진 골프장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지불한 비싼 돈이 아까워서만이 아니라) 길게 내다보지 못하는 운영에 좀 안타까운 심정마저 들어서 적어보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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