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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새로 문을 연 골프장들의 상당수가 코로나 특수로 급하게 개장을 서둘렀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상태가 좋은 시기에 다시 방문해보리라 생각했던 곳들이 몇몇 있다. 충주의 올데이 골프리조트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현혹되어 작년 12월에 처음 가서는 눈밭에서 보물찾기하듯 공을 찾아가며 18홀을 돌았고, 잔디가 올라오기 시작하던 봄에도 다시 갔었지만 아무래도 설계한 의도대로 코스를 즐기려면 여름에 다시 와봐야지 싶었는데 이번에도 전날에 번개처럼 급조된 라운드다. 가성비로 이름을 날렸던 충주의 임페리얼레이크, 로얄포레가 같은 회사가 되면서 인근에 만든 27홀 대중제인데 이 회사는 최근 횡성의 옥스필드까지 인수하면서 골프장 4개에 90홀을 갖춘 대기업이 되어버렸다. 그럭저럭 괜찮았던 코스를 사다가 비싸고 후지게 바꿔놓는 것으로도 유명한 회사라 그나마 직접 만든 올데이도 가성비로나 코스의 상태로나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보는데 그래도 마케팅에는 열심인지 한동안 네이버 블로거들이 역시 훌륭하군요, 최고예요 식의 후기를 도배하기도 해서 더 밉상이 되었다. 27홀의 코스는 레이크/밸리/마운틴이라는 이름인데 작년에는 레이크/마운틴의 18홀로 돌았다가 봄에는 마운틴/밸리의 순서로, 이번은 마운틴으로 잡았더니 후반이 레이크 코스라니 좀 이상하다 (아마도 한번씩 어느 코스를 닫고 보수작업을 하는 모양인데 지금은 밸리를 닫아놓았다). 그래도 코스는 나름 재미있게 만들었구나 싶었어서 누가 설계했는지 찾아봤는데 어디에서도 정보를 얻을 길이 없었다.
충주시 앙성면은 감곡 ic로 나가서도 한참을 가야하는 위치라서 서울에서는 꽤 멀다. 체크인하면서 카트비를 물어봤더니 10만원이라고, 그리고 3인 플레이를 하면 추가로 9만원을 더 내야한다고 하니 뭔가 배짱이 대단하다 싶다. 작년 12월에는 연습장과 스크린도 문을 닫은 시기였기에 그저 골프채를 맘껏 휘두를 수만 있다면 불평할 여지가 없었고, 이제는 성수기라서 웬만한 골프장은 평일에 15만원 이하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여기는 149,000원. 비싼 카트비로 퉁치면 결국 비슷해지니까 그나마 코스의 상태라도 좀 좋아졌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저렴한 탓인지 팀들이 많아서 살짝 밀린다. 전반이 끝나고는 30분 이상을 대기해야 했다. 이날 마운틴/레이크의 18홀은 타이트한 산악지형이라 쉽지 않았지만 재미있게 쳤다. 딱히 무리한 공략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고, 적절한 위치로 공을 보내면 온그린이 가능하게 만들어져서 공평한 디자인이라고 보였는데 나름 고민하고 공략해야 했다. 게다가 전에는 모래반 잔디반이었던 양잔디 페어웨이도 이제는 빽빽하게 잘 자라있었다 (그런데 몇몇 홀에서는 잔디의 품종이 달라보여서 아마 바꾸는 중인가보다 했다). 우습게 봤다가 의외로 즐거운 느낌? 상당히 재미있는 홀들도 몇몇 있었는데 엄청난 내리막 페어웨이로 티샷을 보낸다던가 호수 한가운데에 떠있는 (진정한) 아일랜드 그린 등등은 공을 잃어버리고, 양파를 하고 하더라도 기분나쁘지 않을 풍광이었다. 느려터진 그린이 아쉬웠을 뿐 기대치를 낮추면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좋은 골프장이었다 (레이크 코스가 가장 어렵지만 아름답기도 했다). 명문 소리를 들을 일은 없을 골프장이지만 코스만큼은 만족스러웠다. 나는 로얄포레나 임페리얼레이크도 세간의 평에 비하면 꽤나 재미있고 좋은 골프장이라고 생각하는 (물론 가성비가 중요하지만), 어찌 보면 좀 둔감한 사람이다. 시스템이 좀 갖춰지고, 운영에 신경쓴다면 더 좋을 것인데 지금껏 이 회사가 소유한 골프장들은 돈벌이에만 급급해보여 좀 아쉽다.
요즘에 2부 티타임은 중간에 쉬는 일이 없어서 좋긴 한데 (오후 6시까지는 모든 팀들이 18홀을 마치기 위해) 좀 진행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이날도 우리 팀이 빠른 편은 아니었는지 캐디가 계속 빨리 움직여달라고 해서 동반자들중 한명이 살짝 화를 냈다. 아니, 뒷팀은 미처 따라오지도 못하는데 우리가 늦는 거냐, 사실 한국 기준으로는 좀 느리다고 나는 생각했는데 아무튼 사람들은 (앞팀은 너무 느리고 뒷팀은 빠르지만) 자기는 절대 느리지 않다고들 생각한다. 그 동반자는 라운드가 끝나고서도 소몰이를 했다며 계속 화를 풀지 않았다. 거리두기 탓에 요즘 골프장들이 대개 그렇다. 6시까지 끝내느라 2부 팀들을 못받고, 그늘집 매출도 올릴 수가 없어서인지 그린피가 아주 사악해졌다. 캐디피나 카트비용도 계속 올라가던데 그저 대한민국에서 골프치는 죄려니 한다.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려도 뒤에서 궁시렁거리기만 하지 결국 가서 치니까 좋아질 리가 없는데 다들 갑질하는 골프장은 안가야합니다 그러지만 속마음은 그래 남들 좀 가지마라 나는 갈테니까 식이다. 골프라는 운동이 사람들을 이렇게 중독시키는데 나도 골프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러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어쩔 도리가 없어도 그나마 나같은 경우에는 코로나 시국이 진정되면 해외에서 원없이 쳐야지 이런 희망이라도 품으니까 다행이라고 해야할런지, 그나마 골프라도 치니까 힘든 시기를 버텨내는 거라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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