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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서쪽에 있으니 서서울이겠는데 정확하게는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또는 벽제 용미리라고 부르는 지역에 있는 18홀 회원제 골프장이다. 몇년전에 호반건설이 인수했지만 원래 주인은 지역에 땅이 많았던 모 문중이라고 하는데 첩첩산중에 당시에는 (묘지로나 쓸까) 골프장 아니면 개발의 여지라고는 전혀 없었을 입지다 (지금은 주변에 집이며 공장이며 많이 들어서서 진입로부터 매우 혼잡하다). 부근의 서울한양이나 뉴코리아에 비해 산악지형이라 살짝 어렵다고들 하는 이 골프장의 설계자는 일본인 사토 겐타로 (佐藤謙太郎) 씨다. 떼제베나 양평 TPC 등 우리나라에도 여러 코스를 만든 사람이고, 아마 지금도 동남아와 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자주 가게되는 골프장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간절하게 바라던 곳도 아니었다. 실은, 어디 다니기도 뭐한 여름휴가의 끝무렵에 번개 라운드를 하자고 팀부터 하나 만들었는데 혹서기에는 할인을 해주곤 했던 우리나라 골프장들이 올해는 오히려 최성수기 가격을 받는다. 코로나 거리두기로 비싼 돈을 주고라도 그나마 티타임을 예약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간신히 애매한 시간이나마 하나 잡은 것이 여기다. 운동이 끝나면 샤워도 못하고 다시 돌아올테고, 서울의 반대편에 있지만 막히지 않으면 차로 한시간이라 용인이나 여주의 골프장들보다 걸리는 시간은 더 적다. 휴가라고 해봐야 자가격리 수준이어서 소파에 누워 리모콘만 돌리다가 어영부영 하루가 가버리지만 이런 일정이면 무척이나 알찬 날이 된다.
오랜만에 왔더니 호반건설 골프장이 되면서 클럽하우스 내부가 좀 깔끔해졌다. 올해 KLPGA 대회도 개최하고 했는데 그렇다고 고급스러워졌다기보다는 무슨 모델하우스에 온 느낌이라 가격이 올라간 것에 비하면 살짝 실망이었다. 골프장 경기가 무지 좋은 시절이라 요즘 다른 골프장에서는 상태좋은 페어웨이를 보기가 힘든데 여기는 일단 잔디의 상태가 (폭염으로 누래진 부분이 있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고, 그린도 엄청 잘 구른다. 주인이 바뀌면서 관리에 정성이 더 쏟아지는 모양이구나 했는데 몇달전까지 파 3의 티박스에 깔려있던 매트는 사라져있었고, 매 홀마다 밀리던 운영도 이제는 정상화되었는지 스무스해졌다. 역사와 전통이 아쉬울 정도로 3부까지 빽빽하게 돌아가니까, 그리고 온 국민들이 골프만 치냐 싶게 풀부킹인 시기라 명문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싶다. 캐디도 이날 우리에게 배정된 분은 활달하고 열심히 뛰어다니며 거리도 정확히 불러주는, 유능한 분이었다. 코스만 놓고 봐도 역시 서울 북쪽의 명문이라는 평에 어울리게 재미있었고, 장타자든 나같은 짤순이든 나름 파를 할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티박스에서 바라보는 페어웨이가 넓직하고, 그린 주변에도 한쪽의 벙커 말고는 큰 어려움이 없다. 우리는 전반에 Hill 코스를, 후반에 Lake 코스를 돌았는데 확실히 Lake 코스가 도전적이고 경치도 좋아서 이 순서가 제대로인 것 같았다. 이런 골프장이라면 (집에서 멀지만 않으면) 몇번이라도 다시 와보고 싶어지고, 블루티에서도 한번 코스를 겪어보고 싶어진다. 그저 잔디만 밟으면 즐거운 것이 골프지만, 그리고 새로운 코스를 하나라도 더 경험하고픈 입장이지만, 코로나로 부킹난을 겪는데다가 비싸고 후진 골프장을 몇차례 다녀오고서는 생각이 약간 변해서 그런저런 코스를 다니느니 좀 괜찮은 곳에서 자주 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고수들과의 라운드라 스코어가 (내 기준에서는 괜찮았으나) 꼴찌였어도 티샷이 다 똑바로 날아가주고 아이언도 괜찮게 맞았다.
요즘에는 해외를 나가지 못하니까 국내에서 여기저기 기회만 닿으면 나가는데 확실히 "쉬운" 골프장이 있다는 것은 알겠다. 누구에게는 쉬운 코스가 다른 이에게는 어렵고 그럴 수는 있겠는데 내 경험으로는 길이가 길다고, 페어웨이가 좁다고, 그린이 복잡하다고 어려운 것은 아니었고 뭔가 샷이 편하게 되는 그런 골프장이 있다. 한편으로는, 공을 잃어버려가며 백돌이 골프를 치더라도 여기는 꼭 다시 와보고 싶구나 그런 코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궁합이 맞거나 도전욕이 생기는 코스가 모두 좋은 골프장일 것인데 나는 원래 어려운 코스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취향이 바뀌고 있다. 경치가 엄청나다거나 기분좋은 친절함은 느끼지 못했어도 서서울 cc가 내게는 더 편안했다. 불만도 있다. 고급 회원제를 지향해서 그런가 몰라도 사전에 문의했을 때는 (이 폭염에도) 반바지 라운드는 불가능하세요 했는데 막상 가보니 복장규정 따위는 저리가라는듯 다들 반바지였고, 딱히 제지하는 모습도 아니었다. 지키지 않을, 혹은 지켜지지 않을 규정이라면 좀 유연하게 고치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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