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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충북 제천의 힐데스하임 컨트리클럽이 킹즈락으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아마도 제천 힐데스하임의 원래 주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모 건설사가 음성군에다 만들어 2023년에 개장한 27홀 골프장의 이름이 힐데스하임이다. 여기는 임상신 씨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킹즈락도 원래 이 분의 작품이었으며, 좀 극적이고 어려운 코스를 지향하는 디자이너라는 것이 내 평가다. 하지만 음성에 새로 만든 힐데스하임은 애초부터 노캐디 셀프라운드를 겨냥하고 만들었기에 가급적 넓고 평탄하게 조성했다고 한다. 월송리나 일본의 골프장들처럼 5인승 카트가 유도선을 따라 굴러가는 식이라 생소한 분들도 있겠으나 이제 우리나라도 노캐디 셀프라운드가 대중화되면 좋겠다. 나는 겨울에 레이크/힐 코스로 한번 가보았고, 누런 잔디에 거의 모든 홀에서 매트 티샷을 했지만 코스만큼은 정말 쉽고 재미있다고 느껴서 좋은 계절에 다시 와보리라 했었다.
몇일간 폭우가 쏟아졌고, 앞으로도 계속 비예보가 있음에도 이날만은 그친 상황이다. 위치는 거의 충주라고 해도 좋을 동네라서 서울 출발이라면 좀 멀다. 클럽하우스도 건설사가 주인인데다 새로 만들어서 깔끔했다. 골프장 여기저기에서 소이 cc라고 적힌 물품들을 보았는데 아마도 이 지역인 소이면 이름을 따서 작명했다가 나중에 바꾼 모양이다. 이번에는 밸리/레이크의 순서로 부킹했는데 이름과 상관없이 넓은 페어웨이에 그린 주변에도 별다른 장애물이 없어서 은근 라베를 기대하게 된다. 티샷이 죽을 일이 별로 없는데다가 어프로치는 편안했고, 그린도 평탄한 편이었다. 확실히 어렵지 않게 만들고자 노력한 티가 났는데 그래도 고저차가 있고, 충북 음성의 산골짜기에 있으니 경치는 좋았다. 아일랜드 그린으로 조성한 파 3 홀들은 그린이 매우 커서 거리만 맞추면 공은 어떻게든 산다. 이날 유일하게 공을 잃어버린 홀이 레이크 9번이었는데 그린 앞으로 커다란 호수가 있어서 어프로치가 살짝 짧았다. 코스 이름처럼 밸리가 조금 좁고 어려웠어도 다른 골프장에 비하면 수월한 편이었다. 다만 덥고 장마철이라 그린이 느린 것은 이해되는데 카트에 시원한 생수라도 몇병 준비해두었으면 평가가 더 올라갔을 것이다.
두번째 방문이지만 생각했던 이상으로 관리상태도 좋고 코스도 (쉬우면서) 재미있는데 가격마저 싸다. 세상의 이치가 다 그렇지만 어떤 상품의 평가에는 기대치가 큰 몫을 차지한다. 아무리 좋아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평가가 박하기 마련이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나름 괜찮다며 흐뭇해지기도 한다. 평일에 십수만원이 싸다고 하기도 그렇지만 혹서기 할인으로 인당 그린피 8만원에 쳤고, 노캐디라서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거리에서는) 더 저렴한 곳을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 골프문화에서 캐디가 없어지면 운영이 될까 생각이 있었는데 월송리나 힐데스하임을 경험하고 나니 충분히 가능하겠다. 다만 동네가 외져서인지 가격이 싸서인지 시끄럽고 정신없던 클럽하우스를 보면 미국 퍼블릭 골프장같은 느낌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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