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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오라 (동/서)

hm 2020. 6. 9. 06:47

제주도에도 연덕춘 씨가 설계한 골프장이 있다니 좀 놀라운데 1979년에 제주도 최초의 골프장으로 개장했다는 오라 cc는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입지에다가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 지형적 특성으로 지금도 가장 사랑받는 제주도 코스의 하나다. 동/서 코스가 9홀씩이고, 남코스 18홀이 있으니 규모도 제법 된다. 토요일에 회의가 중문에서 있는데 하루 일찍 내려온 우리는 공항 근처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고는 서코스부터 출동이다. 코로나 사태에서 의외의 수혜자가 골프장이라던데 아무튼 나처럼 타지에서 온 골퍼들로 시장바닥같았다. 이날의 동반자들 둘은 종종 같이 운동하곤 했었는데 잘 치기도 하지만 매너가 좋고 골프 자체에 집중하는 사람들이라 나랑 잘 맞는다. 의외로 우리나라 골퍼들 중에서 네명을 채우고, 내기가 없으면 무슨 재미냐고 그러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는 어땠나 몰라도 요즘의 오라 cc 부근은 제주도에서도 가장 핫한 동네다. 제주대학병원 뒷편이고, 땅값도 비싸보이는 지역인데 시내에서 가깝지 날씨 화창하지 그야말로 퍼펙트해야만 할 골프. 완만한 구릉지에 국내 설계자라 제주도 느낌은 덜하다. 제주도 느낌이라니까 뭐 특별한 게 있는 것은 아니고 웬지 서귀포 근방에 바다와 한라산도 보여야 될 것만 같다. 원래 여기는 원캐디 원백 시스템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포백 원캐디라 좀 아쉽다. 동/서 코스는 9홀씩 출발하지만 남코스는 원웨이로 진행된다는데 그렇다면 남코스가 스무스한 진행일 것이지만 대회에다가 전국에서 몰려온 골퍼들로 뒤죽박죽인 상황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끝내주는 날씨에 서코스 1번 홀에서부터 보니 라이그라스 페어웨이가 아름답게 보인다. 미국 북동부에 살던 당시에 익숙했던 잔디인데 멀리서 봐야 초록으로 아름답고,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그냥 잡초다. 잘 깎아놓고 빽빽하게 관리하면 나름 뗏장이 잘 만들어지지만 대개는 맨땅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별로다. 그렇지만 사진에서처럼 아름다운 경관이라 들뜬 마음으로 티샷을 한다. 페어웨이가 비교적 넓고 평탄해서 부담이 적으나 양측으로 나무가 많다. 사실 내게 잔디의 종류는 기분말고는 큰 영향이 없는 것이 드라이버가 잘 맞는 날은 스코어가 좋고, 아니면 다른 샷도 엉망인데 다행히 새로 들고나간 젝시오 11이 말을 듣는다. 그리고 몇일전 jtbc 골프에서 시청한 레슨 덕을 좀 봤는데 아무래도 레슨을 받아야겠는데 필드에 나가느라 바빠서 시간을 내지 못한다.

반면에 후반인 동코스는 길어서 힘들다. 넓고 길어서 마치 초원에서 치는 골프인데 캐디 얘기로는 남코스로 가면 좀 제주도 기분이 난다고 한다. 몇몇 기억에 남을만한 홀들이 있었는데 오라 cc니까 그렇지 가평 쪽으로 가면 흔할 풍경들이다. 우리 앞에는 무지 느려터진 파이브썸(!!) 팀이 플레이를 하는데 덕택에 전반에만 세시간이 넘게 걸려버렸다. 이래서야 해지기 전에 끝나겠냐 짜증에 지치기도 해서 후반에는 좀 나아지려나 했더니 역시나 앞에는 내기를 빡쎄게 하는 어르신 네분들. 캐디 말로는 제주도에서 유명한 건달들이라 진행요원도 함부로 못하는 팀이라고 한다. 이게 무슨 골프장이냐 화가 막 나려는데 결국 후반 네 홀을 돌고는 남코스로 점프해서 18홀을 채우기로 했다. 엉망인 진행에 이래서야 스코어고 뭐고 의미가 없겠고, 그나마 좋은 동반자들과 훌륭한 날씨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확실히 뭔가 미숙한 운영이다. 그게 아니라도 제주도에서 여기를 다시 올 일은 없겠구나 싶은 것이 경치도 흔히 봐오던 국내 코스라는 정도. 멋지다거나 놀랄 풍광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코스에는 딱히 흠잡을 구석도 없다.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이국적인 풍광이 아니라서 그렇다. 거의 5시간 반의 라운드를 마치고 저녁식사는 제주도에서 흔한 돼지고기였는데 힘든 하루였는지 맛이 좋아서였는지 과식하고는 일찌감치 호텔로 왔다. 매년 제주도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동네는 몇년새 너무 복잡해졌고, 모든 게 비싸졌다. 숙소는 중문의 신라호텔이었는데 여기도 확장한 이후 이전의 조용하고 고급스런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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