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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간 가보지 않았던 골프존카운티 오라에 올해는 몇번이나 방문한다. 몇주전에 남코스를 돌았고, 이번에는 대중제 (동/서) 코스인데 36홀 모두를 연덕춘 씨가 설계하여 1979년 개장한 골프장이다. 원래의 주인은 인간극장 등에 소개되기도 했던 삼호그룹 조모 회장님이며, 한양 cc, 수원 cc 등도 갖고있었던 부자가 말년에 무일푼으로 외국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은 스토리가 기억난다. 아무튼 오라 cc는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입지에다가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 지형적 특성으로 지금도 가장 사랑받는 제주도 골프장이다. 골프존카운티가 관리를 맡으면서 운영이나 관리상태도 더 나아지긴 했는데 여러번 가본 내 입장에서 불만은 비싼 가격하고 여기가 제주도 맞나 싶게 특색없는 경치였다. 동/서 코스가 9홀씩이고, 남코스 18홀이 있으니 규모도 제법 된다. 제주시 호텔에 묵었으므로 조식을 먹고도 여유있게 도착해서는 동코스부터 시작했다. 요즘 제주도 방문객이 줄었다고 하던데 아무튼 골프존카운티 오라에는 코로나 시절과 비슷하게 많은 인파가 북적거렸다. 이날의 동반자들 둘은 종종 같이 운동하곤 했었는데 잘 치기도 하지만 매너가 좋고 골프 자체에 집중하는 사람들이라 나랑 잘 맞는다. 의외로 우리나라 골퍼들 중에서 술마실라고 골프장에 온다, 골프에 내기가 없으면 무슨 재미냐고 그러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는 어땠나 몰라도 요즘의 오라 cc 부근은 제주도에서도 가장 핫한 동네다. 제주대학병원 뒷편이고, 땅값도 비싸보이는 지역인데 시내에서 가깝지 날씨 화창하지 그야말로 퍼펙트해야만 할 골프. 완만한 구릉지에 국내 설계자라 제주도 느낌은 덜하다. 제주도 느낌이라니까 뭐 특별한 게 있는 것은 아니고 웬지 서귀포 근방에 야자수가 무성해야만 할 것 같다. 오래전부터 여기 회원이었던 분의 얘기로 카트가 도입되기 전에는 원캐디 원백 시스템으로 걸어다녔다고 하던데 난이도가 대단했을 것이다. 끝내주는 날씨에 동코스 1번부터 보니 라이그라스 페어웨이가 아름답게 보인다. 미국 북동부에 살던 당시에 익숙했던 잔디인데 멀리서 봐야 초록으로 아름답고,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그냥 잡초다. 잘 깎아놓고 빽빽하게 관리하면 나름 뗏장이 잘 만들어지지만 대개는 맨땅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별로다. 그렇지만 사진에서처럼 아름다운 경관이라 들뜬 마음으로 티샷을 한다. 페어웨이가 비교적 넓고 평탄해서 부담이 적으나 양측으로 나무가 많다. 사실 내게 잔디의 종류는 기분말고는 큰 영향이 없는 것이 드라이버가 잘 맞는 날은 스코어가 좋고, 아니면 다른 샷도 엉망인데 다행히 새로 들고나간 젝시오 11이 말을 듣는다. 그리고 몇일전 jtbc 골프에서 시청한 레슨 덕을 좀 봤는데 아무래도 레슨을 받아야겠는데 필드에 나가느라 바빠서 시간을 내지 못한다.
동코스의 홀들에서는 그린 뒷편으로 한라산이 (근사하게) 보인다. 반면에 후반인 서코스는 뭍에서 흔하게 접했던 산악지형 코스였다. 넓고 길기까지 해서 제주도 느낌이 없던 코스인데 그래도 후반으로 가면서 제주시내와 저멀리 바다가 보이기는 한다. 몇몇 기억에 남을만한 홀들이 있긴 있었는데 오라 cc니까 그렇지 가평 쪽으로 가면 흔할 풍경들이다. 우리 앞에는 무지 느려터진 파이브썸(!!) 팀이 플레이를 하는데 덕택에 전반에만 세시간이 넘게 걸려버렸다. 이래서야 비행기 출발전에 끝나겠냐 짜증에 지치기도 해서 후반에는 좀 나아지려나 했더니 역시나 앞에는 내기를 빡쎄게 하는 어르신 네분들. 캐디 말로는 제주도에서 유명한 건달들이라 진행요원도 함부로 못하는 팀이라고 한다. 엉망인 진행에 이래서야 스코어고 뭐고 의미가 없겠고, 그나마 좋은 동반자들과 훌륭한 날씨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멋지다거나 놀랄 풍광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코스에는 딱히 흠잡을 구석도 없다.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이국적인 풍광이 아니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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