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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타니

hm 2020. 6. 2. 16:11

진주에 지인이 살면서 종종 함께 골프를 쳐왔기 때문에 경상남도 골프장은 나름 많이 가본 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방문한 골프장이 타니 컨트리클럽인데 처음에는 2014년에 갔었고, 당시에는 이 골프장이 회원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 현무/백호 코스가 회원제에 청룡/주작 코스가 대중제였을 것이다. 퍼블릭으로 전환한 지금에도 웅장한 클럽하우스나 코스의 관리상태는 여전히 근사하고, 다만 사람만 많아져서 좀 북적거린다.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해서 즐겁게 라운드할 수 있어서 더 인기일 것인데 위치가 진주에서도 살짝 전라도 쪽이라 여기서 오전에 골프를 치면 점심을 순천의 한정식집에서 먹고, 여수공항을 통해 귀가하면 딱 좋았다. 요즘은 비행기를 타기보다는 고속도로가 좋아져서 그냥 서울에서 차를 몰고 다녀온다. Brian Costello가 설계했다는 양잔디 36홀 골프장이고, 36홀의 코스는 각각 청룡/주작/현무/백호 코스로 명명되어 있었으나 한때는 와룡산/각산/봉명산/이구산으로 이름이 붙었던 시절도 있었으니 주인이 바뀔 때마다 코스의 이름으로 장난치곤 했던 것 같다. 이름이야 뭔 상관이겠냐마는 18홀을 어느 코스의 순서로 도느냐는 매번 달라졌었는데 청룡/백호 순서인 적도 있었고, 현무/백호나 청룡/주작 순서로 돈 적도 있었다. 실제로 네개의 9홀 코스는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좌측에 청룡, 우측에 백호, 그리고 중간에 현무와 주작 코스가 배치되어 있는데 다 비슷하게 아름답고, 재미도 있다.

그런데 Brian Costello가 우리나라에다 만든 코스들은 정말 그 사람이 직접 했을까? 궁금할 지경으로 산에다 차곡차곡 계단식으로 쌓은 디자인이다. 소위 한쪽은 오비요 반대편 법면은 해저드 처리입니다 식인데 여주의 360도나 강촌의 샤인데일도 비슷했었다. 소위 말하는 벽치기로 공이 페어웨이를 지키게 되면 행운에 기분이 좋아지기보다는 뭐 이런 게 다 있냐 살짝 맘이 상한다. 우리나라 지형에는, 좁은 부지에 36홀을 우겨넣길 요구하는 상황에서 어쩔 도리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여기 타니 cc도 비슷하게 길고 어렵다. 다만 관리상태와 그린은 근방의 진주 cc골프존카운티 사천에 비하면 열배쯤은 좋은 것 같다. 그리고 페어웨이 곳곳에 바위산이 그대로 드러난 지역이 나오는데 매우 특이하게도 검은색이어서 나름 이국적이다.

이날 나는 목표를 확실하게 정하고 시작했다. 어려운 코스에다가 피곤한 몸이기에 티샷은 무조건 페어웨이 끝자락에, 몇타로 끊어가더라도 벙커와 해저드는 무조건 피하기다. 의도대로 되면야 좋겠지만 아무튼 동반자들이 공을 찾으러 이리저리 헤매는 동안 나는 그럭저럭 파나 보기로 막아나간다. 울퉁불퉁한 페어웨이에 그린 주변은 벙커로 단단하게 방어되고 있다. 코스마다 경치가 근사한 홀들이 몇몇 있는데 가령 청룡 코스에서는 커다란 암벽과 숲을 돌아가는 5번을 꼽겠고, 보기보다 어려워서 고생한 현무 6번과 7번도 돌이켜보면 재미있었다. 백호 코스는 상대적으로 조금 수월한데 여기서도 파 5인 4번이 압권이다. 티에서 그린 사이에 두번의 워터해저드가 있어서 쓰리온으로 잘라가라는 얘기인데 티샷이 좀 나와주지 않으면 세컨샷으로 두번째 해저드를 넘길 재간이 없다. 결국 포온이 최선이지만 나는 결국 여기서 양파를 했다. 그래도 로우핸디캐퍼라면 투온도 노릴 수 있으니 리스크/리워드의 전형적인 홀이다. 장거리를 운전하느라 피곤했다는 핑계를 대기도 그런 것이 실제로는 별로 힘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댓번을 (거의 연중행사처럼 오긴 했지만) 방문한 타니 cc에 대한 내 평가는 10점 만점에 9점 정도를 주겠다. 아름답고 즐거운 코스이고, 그러나 인기있는 골프장이라 그런가 바글바글 복잡한 클럽하우스에 여기저기서 싸우듯 목소리를 높이는 경상도 사투리가 살짝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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