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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유니아일랜드

hm 2024. 7. 15. 05:22

강화도를 지나서도 석모도까지 들어가야하니까 잠실의 집에서는 거의 2시간반을 잡는 유니아일랜드 골프장을 (개장 직후였을 것임) 2019년에 한번 가봤었는데 진짜 힘들었다는 기억으로 다시 가볼 일은 없다 싶었는데 코스 자체에는 만족했어서 결국 다시 가보기로 했다. 그러고보면, 내 평생에 강화도나 석모도에는 어려서 석가탄신일에 부모님 손잡고 한번, 골프치러 한번 가본 것이 전부니까 웬만한 열정이 아니라면 (거리도 거리지만 차가 워낙 막혀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위치는 솔직히 아니다. 한적한 고속도로를 세시간 운전하는 것은 할만해도 막히는 시골도로 두어시간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법이다. 지금이야 김포에서 강화도를 들어가는 길이나 거기서 석모도로 넘어가는 것도 다리가 생겨서 차로 가게 되지만 오래전 기억으로는 선박으로 석모도까지 갔었다. 이번에도 내가 가자고는 했지만 운전을 내가 해야했다면 좀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골프장이 아니라면 (여기의 정식 명칭이 유니아일랜드 골프리조트 앤 스파라니까 아마 온천과 숙소 등도 딸려있을 것인데)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갈 리도 없다.

굳이 두번째로 유니아일랜드를 가보자고 우긴 이유는, 골프장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음에도 노준택 씨가 설계한 양잔디 링크스 코스이기 때문이다. 웰링턴이나 성문안 cc 등을 가보면서 노준택 씨의 팬이 되었고, 베어크리크 등도 있지만 모두 산자락에다 만든 코스들이어서, 그가 평지에다가 만든 골프장은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번에는 평일 오후의 티타임이라 교통체증의 걱정도 덜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도착한 골프장의 첫인상은 아주 좋았다. 매립지와는 다른 느낌으로 평평한 코스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저멀리 산이나 아파트 단지도 없이 그냥 그린 너머로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일찍 도착해서는 점심까지 먹고 나선 골프장은 좋아보였다. 골프장에 첫인상이 좋으니 공만 좀 맞아주면 된다. 첫 티샷에 대한 공포는 프로들도 겪는다는데 최근의 강행군 이후로 스윙이 완전히 망가져버려서 다시 레슨을 받기 시작했으니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똑바로 나간 티샷에 안도하며 그때부터 코스를 바라볼 수 있었는데 확실히 여기는 우리나라 어디의 코스와도 다른 느낌이었다. 링크스를 흉내낸 골프장들은 우리나라에도 몇몇 있으나 저멀리 산이 보이거나 아파트 단지가 배경인데 유니아일랜드는 정말로 그린 너머로 아무것도 없다. 이국적인데 한편으로는 평면에 밋밋해서 사진빨이 나지 않았다. 미국에서 종종 보았던 환경보호지역 (environmentally sensitive area) 표식인 녹색 말뚝도 곳곳에 세워놓았다. 게다가 양잔디라 샷이 제대로 맞으면 느낌이 무척 좋고, 티샷도 런이 많아 많이 나간다. 나는 마음에 들었는데 허허벌판이라 공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일단 가봐야하는 것에 불만일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물과 벙커가 많으면서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공을 찾기도 어려운 코스라 스코어는 별로였지만 황당한 디자인은 아니었다. 오히려 극적으로 아름다운 홀들이 (주로 후반에) 많았다. 쳐야하는 지역으로 공을 보내면 무난히 파를 하게끔 만들어놓았는데 그렇게 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그래도 15번에서 18번까지는 역시 노준택 씨로구나 싶게 근사했다. 특히 15번 홀의 그린 뒷편으로 푸른 하늘만 보이게 디자인하는 것은 그만의 장기라고 본다. 이날 동반자는 스카이 72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는데 나는 베어크리크 크리크 코스가 바로 떠올랐다. 가격은 (인천공항 고속도로의 통행료까지 고려하면) 유니아일랜드가 약간 싸지만 왕복하는 거리가 멀어서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나름 즐겁게 라운드를 마치고는 샤워까지 잘 했는데 계산을 마치고 돌아서니 내 보스턴백이 (누가 혼동했을 것) 사라져버렸다. 누군가 잘못 들고간 것이 분명한데 프론트에 얘기하니까 대뜸 저희 책임이 아니에요 그런 대답부터 나오니 분명 뭔가 교육이 부족한 것이다. 주차장에 뛰어나가서 내 백을 들고가는 이를 찾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냄새나는 빨래만 든 가방이지만) 잃어버릴 뻔. 기분이 잡쳐버려서 다시 오고 안고고는 내 맘이겠지만 이런 일이 종종 있을 수 있는 골프장에서 일처리를 좀 가르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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