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찌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지만 내가 제주도에서 가장 많이 가본 골프장이 나인브릿지인데 지인 중에 회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에서 중문으로 향하는 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나인브릿지 이정표에서 좌회전하면 먼저 우측에 아덴힐이 나오고 (여기도 좋은 골프장임), 조금 더 가면 좌측에 타미우스 골프장이 보인다. 늘 한번 저기도 가봐야지 했었던 것이, 예전에 청주 그랜드 cc에 대한 어느 기사에서 설계자인 가토 슌스케 (加藤俊輔) 선생이 한국에 골프장을 두개 만들었는데 하나는 언급하기에도 좀 창피하게 졸작이라 제주도에 로드랜드 cc는 신경을 많이 썼다는 식으로 얘기한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노파심에서 굳이 첨언하자면 나는 청주 그랜드 cc도 좋아한다). 로드랜드 cc가 나중에 이름을 타미우스 cc로 바꾸었는데 ..

이날 오전에 엘리시안 제주에서 대중제인 캄포/오션 코스를 돌았고, 점심식사후 회원제 파인/레이크를 플레이했다. 주지하다시피 이쪽 코스에서는 KLPGA 대회가 매년 열렸고, TV에서 볼때는 많이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대중제보다 조금 길 뿐 실제로는 편안하다고들 한다. 여러 매체에서 극찬을 받았던 레이크 6번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 5 홀로 꼽히기도 한단다. 이쪽도 설계자는 송호 씨라고 하며, 어디선가 그의 대표작이라고 칭하는 글을 읽었었다. 제주도는 늘 날씨가 걱정인데 다행히 화창한 날이었지만 오후가 되면서 바람이 좀 분다. 파인 코스로 시작하니까 오전의 캄포 코스에 비해서는 살짝 드라마틱하고 어렵게 보이는데 뭍에서 워낙 산악지형에 익숙하다보니 그래도 평이하게 보였다. 파인 5번의 그린 뒷편으로 ..

작년초부터 해외를 나가보지 못했는데 그래도 제주도라도 갈 수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12월에 2박 3일로 다녀왔던 팀 그대로 내년에도 날이 풀리면 꼭 다시 옵시다 했었는데 그냥 해본 말들이 아니었다. 다들 2월부터 언제 주도에 다시 가냐고 성화였던 것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제주도 골프는 항공편보다 골프장 부킹이 더 난제가 되었다. 휴일을 낀 5월이라 어찌 보면 최고의 성수기인데 그래도 지인의 도움으로 몇몇 골프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첫날 36홀을 부킹한 엘리시안 제주는 송호 씨가 디자인한 골프장인데 KLPGA 대회가 열리는 레이크/파인 코스가 회원제, 캄포/오션 코스가 대중제라고 하나 어차피 비회원인 우리에게는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LG와 GS가 다른 회사인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리..

또다시 예전에 (잔디가 누럴 때) 가보았지만 별로였어서 다시 가고싶지 않던 골프장의 업데이트. 우리나라 골프장들을 다녀보니까 최근 진정한 골프 8학군은 충북 음성, 진천 등에 걸친 동네가 아닐까 싶다. 용인 끝자락이나 안성, 이천, 충주 등까지를 아우르면 정말 골프장 천지에다가 충청북도로 넘어가면 그린피도 착해진다 (게다가 용인 골프장을 갈 시간에 한 30분만 더 가면 웬만한 골프장에 도착할 수 있다). 충북 진천에 히든밸리라는 퍼블릭 27홀 골프장이 있는데 KLPGA 히든밸리 오픈도 몇년동안 했던 것을 보면 그리 나쁜 골프장은 아닐 것이지만 처음 여기를 가본 것이 2017년 겨울인데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히든/밸리/스카이 이렇게 9홀씩으로 되어있는데 관리상태와 경치는 꽤 좋았으나 좀 심하게... 너무..

The Golf Club이라니... 대단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이름이면서 도대체 지금까지 이 이름을 내건 골프장이 국내에 없었다는 것도 신기하다. 미국에는 오하이오주에 The Golf Club이 있고, 내가 잠시 살았던 매사추세츠 Putterham 골프장 옆에 (그 유명한) The Country Club이 있긴 했는데 아무튼 좋은 이름이지만 이게 도대체 어디에 있는 컨트리클럽인지 감은 잘 오지 않는다. 경상남도 울주군에 스타스콥 cc라는 이름으로 9홀 퍼블릭을 운영하다가 18홀로 확장하면서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하며, 설계를 권동영 씨가 했는데 홈페이지의 코스 소개란에 가면 그의 약력이 자랑스럽게 적혀있으니 이래저래 기대를 많이 했다. 나는 권동영이라는 이름이 관여한 코스를 좋아하기도 하고, 골프장 명칭..

충청남도 부여라는 곳을 내가 가볼 일이 평생에 있겠냐마는 골프장 때문에 가본다. 백제 cc는 2008년에 문을 연 대중제 골프장인데 사비/웅진 코스의 18홀로 운영되다가 2016년에 한성 코스를 추가하여 총 27홀이다. 누가 설계했는지 찾다보니 세림골프CM에서 만들었다고 어느 기사에 나와있었는데 그렇다면 임충호 씨가 만든 것이다. 이분이 만든 다른 골프장으로는 스카이밸리나 로얄포레가 있는데, 전반적으로는 어렵지 않으면서 뜬금없이 아주 어려운 홀들이 튀어나와서 나름 고민해서 공략하게 만드는 식이었다. 우리는 토요일에 백제 cc를 치고, 일요일에는 클럽디 금강을 가는 스케줄이어서 첫날은 그저 (내려가는 길에) 워밍업 정도로 잡은 것인데 비록 오전에 비가 와서 살짝 쌀쌀했으나 우리가 돈 웅진/사비 코스는 기대..

내가 인천/부천 인근에 서식하던 당시에는 어떤 골프장보다도 가까운 곳이 여기였다. 안산의, 음산한 공장지대를 지나가면 바로 골프장 입구가 나오는데 막상 들어가보면 아기자기한 정원같은 27홀이 펼쳐진다. 돈많은 재일교포들의 국내 투자를 유치하도록 정책이 돌아가던 시절에 김학영 씨의 설계로 개장했는데 전형적인 일본풍 파크코스로 아기자기하고 스코어가 좋은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내 직장에서 한때 회원대우 부킹을 해주곤 했었는데 지금은 비회원이 티타임을 얻기가 매우 힘들기에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가야하는 곳이다. 이날 우리는 중/동 코스의 18홀을 돌았는데 아마도 이게 원래의 회원제였을 것이다. 넓직하고 길지 않아서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날이라면 파를 잡기가 어렵지 않은 코스인데 많지도 않은 벙커가 (나같은 아마..

레이크힐스 순천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던 36홀 회원제가 지금은 골프존카운티의 일원이 되긴 했는데 그래도 왕년의 명성이 어디 가겠냐 했지만 의외로 (주변 골프장들에 비해서) 저렴하게 일박이일 패키지가 나왔길래 무조건 가보기로 했다. 설계를 휴먼골프엔지니어링이라는 곳에서 했다는데 전라도의 해피니스나 태안의 솔라고 등등을 만든 설계회사로, 우리나라 지형을 잘 이해하고 만든다는 게 내 느낌이었다. 국내 최장의 전장이라고 하던데 클럽디 금강보다 긴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화이트티에서 치는 입장에서는 그날그날의 티박스 운영에 따라 길거나 짧거나 할 것이다. 요즘 관리상태가 별로라는 얘기도 들려왔지만 한때는 잘나가던 회원제였으니까 (10년전쯤에 KPGA 대회도 개최했었는데 당시의 코스는 루비/다이아몬드의 18홀이었다고..

코로나 때문에 오히려 요즘에는 더 죽어라고 골프치러 다니는 것 같다. 겨울에는 해외에도 몇번 나가주고 했어야하는데 속없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그래도 한번이라도 더 잔디를 밟아보고자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적당한 가격에 (평일이라 오전에는 일을 해야하니까) 너무 멀지 않은 곳을 찾다가 오래전에 가봤지만 코스에 대한 기억은 없는 안성 콘트리클럽이 잡혔다. 개장한 지 수십년인 이 골프장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Douglas Carrick을 모셔다가 설계했는데 이 사람은 주로 캐나다에서 활동하지만 유럽에서도 (Hans Erhardt와 함께) 비엔나 인근의 Fontana 골프클럽이나 헝가리의 Pannonia 컨트리클럽 등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골프가 여전히 있는 자들의 사치였던, 그래서 일본식의 편안한 회원제가..

긴긴 겨울을 지나 드디어 새로운 골프장을 포스팅한다. 통영이라는 동네에 가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십여년전에 여행을 좋아하는 누군가의 카톡 프사에서 본 동피랑 마을의 벽화와 바다풍경에 반했던 기억이 있다. 집돌이인 나로서는 골프가 아니고서는 이렇게나 먼 동네까지 가볼 리가 없으니 그나마 나이먹어서라도 이 운동을 좋아하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로 (역설적이게도) 엄청나게 국내 골프장들을 찾아다년던 것이 2020년이었고, 잔디는 많이 밟았는데 실력과 체력은 급하락한 해이기도 했다. 문을 닫거나 매물로 나와있던 골프장들이 다시금 부흥의 계기를 맞은 해였고, 골프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많았구나 실감하기도 했다. 이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조성된 국내의 골프열풍은 2021년에도 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