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박 4일이 지나서 귀국하는 날이다. 예전 기억으로 일본에서의 일요일 라운드는 자칫 18홀에 6시간도 걸렸기 때문에 이날은 가급적 간사이공항에서 가까운 센난시의 골프장을 찾았다. Sennan 컨트리클럽 (泉南カンツリークラブ)은 가격이 17,800엔으로 좀 비싼 편이었고, 구글에서의 리뷰를 보니 오래되고 낡았다는 평이었지만 끝나고 차로 20분이면 공항까지 갈 수 있는 입지다. 홈페이지에서 보니까 쇼와 (昭和) 35년에 (서기 1960년이다) Joseph Ernest Crane이란 분의 설계로 개장했다고 되어있으니 60년도 더 된 골프장에 낡았다는 불평이 나올만도 하다. 그런데 저 죠 크레인이라는 분이 누굴까 구글링을 해봤더니 (이름을 보면 일본인은 아닐 것인데) 놀랍게도 일본 태생이다. 1892년생이고,..

교토까지 올라갈 계획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도중에 교토를 한번은 들러야하는)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급히 변경한 골프장. 이름부터가 교토 오하라 퍼블릭코스 (京都大原パブリックコース; KOPC)라니, 오하라 프라이빗코스가 따로 있지는 않아보이는데 아무튼 회원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 막상 위치 하나만 보고 부킹하고 찾아보니 아베 츠네오 (阿部恒雄) 씨의 설계로 1970년에 개장했지만 클럽하우스와 코스를 꾸준히 정비해서 오래된 코스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는 평가와 함께 산악지형이라 어렵다는 리뷰도 보였다. 숙소가 간사이공항 부근이었으므로 토요일 오전에 거의 두시간을 운전해서 찾아갔다. 리노베이션을 했는지 깔끔한 클럽하우스에 도착해서 보니까 KOPC라고 새겨진 굿즈나 티셔츠도 만들어서 팔더라. 조금 일찍 도착해..

어쩌다보니 올해들어 벌써 세번째 일본행인데 두번은 짧게 다녀와서 이번에서야 골프채를 챙겨가지고 왔다. 간사이 공항으로 들어와서는 오사카나 고베로 향하지 않고 와카야마 현에서 골프를 친다. 첫날 향한 곳은 (오사카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면 가격이 싸지겠다 싶어서 (그런데 일본은 워낙 골프장이 많아서인지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한시간 이상 떨어진 이나미 컨트리클럽 후지 (いなみカントリークラブフジ)를 부킹했는데, 27홀 플레이에 (1.5R이라고 하더라) 9천엔 미만으로 친다. 와카야마 현의 바닷가에 가토 슌스케 (加藤俊輔) 설계인 18홀 골프장이며, 8개의 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플레이한다고 했다. 오사카 부근은 이미 벚꽃이 져버린 봄날이었는데 아직 잔디에는 초록물이 덜 들었고, 때아닌 폭풍우가 ..

이번 일정의 마지막 날이 토요일인데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괜찮은 골프장을 가보고 싶었지...만... 일주일쯤 전부터 골프장 홈페이지나 부킹사이트를 들락거린 결과 내가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LA 인근에서 토요일 오전에 티타임이 열려있는 곳은 다들 꺼려하는 골프장들이고, 그나마도 비쌌다. 결국 오전에는 동쪽으로 한시간 이상을 달려 쇼핑이나 하다가 San Bernadino 카운티까지 가야한다. 그래도 Sierra Lakes는 예전부터 평이 좋아서 한번쯤 가보고싶었던 곳이며, Ted Robinson 시니어가 설계한 18홀이다. 고급스런 주택가 커뮤니티가 조성된 가운데에 있는 골프장이라 이런 코스는 별로일 수가 없다. 어제 오후에 더워서 고생했었고, 이날은 기온이 더 올라가서 급히 반팔 티..

오전에 Coyote Hills를 돌고서 바로 인근의 Black Gold로 이동했다. 미국에서도 골프붐이 일던 21세기 초에 나름 부촌이라고 하는 요바린다의 언덕에 Arthur Hills 설계로 만들어졌으니 나쁠 리가 없는 골프장인데 몇년전에 한번 들렀다가 비가 와서 포기한 적이 있었다. 당시 클럽하우스에서 바라본 코스가 대단히 근사해보여서 언젠가 다시 오리라 생각했었고, 이후에도 여러번 근방을 지나쳤긴 한데 가격이 (비로 취소했던 당시에는 평일 오후에 50불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백불을 훌쩍 넘겨버려서 입맛만 다셨던 것이다. 이제는 돈도 돈이지만 몇푼 아껴보겠다고 생업을 포기한 사람처럼 종일 컴퓨터만 들여다보는 모습이 한심하기도 해서 그냥 적당한 시간으로 잡았다. 말하자면, 코로나 이전에도 평일에 ..

LA 주변 어디에나 이제 한국사람들이 많이 살지만 십여년쯤 전에 내가 (잠깐) 이쪽으로 가서 살아볼까 알아보던 시기에 가장 떠오르던 지역이 동쪽의 Fullerton에서 요바린다에 이르는 오렌지카운티였다 (최근에는 동쪽의 Chino 아니면 더 가서 San Bernadino 카운티에도 한인들이 많다고 한다). 이쪽에 사시는 지인들도 여전히 있어서 가끔 얘기하다보면 이 골프장이 종종 언급되었는데 가격이 백불이 좀 넘어가길래 그만한 가치가 있으려나 고민했지만 그래도 한번은 가보기로 했다. Cal Olson과 함께 Payne Stewart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페인스튜어트는 PGA 투어에서 한때 날리던 이름이었고, 한창 전성기 시절에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때문에 그가 설계에 관여한 골프장은 오직 여기 하나뿐인) ..

코로나가 창궐하기 직전인 2020년 1월에 여기를 갔었는데 그때까지 나는 18홀에 100불이 넘어가는 외국 골프장은 피하자는 원칙을 나름 세워놓고 있었다. 한국에서야 주말에 삼십몇만원도 흔하게 쓰지만 (싸고 괜찮은 골프장이 지천인) 미국에서까지 굳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Trump 내셔널은 (이름부터가) 당시에도 비쌌지만 underpar.com 바우처로 150불 정도에 쳤던 기억이 나고, 그것도 비싸다고 느꼈지만 골프코스만큼은 더 많은 돈을 치렀더라도 만족했을 것 같다. 트럼프 내셔널이라는 이름의 골프장이 플로리다에도 있는데 거기는 원래부터 유명했던 Doral 리조트를 인수한 거라서 보통 트럼프 내셔널 도랄이라고 부르며, 이쪽의 정식 명칭은 Trump National Golf Club Los An..

예전같으면 파 3 아홉개로 이루어진 9홀 코스를 쳐다보지도 않았겠지만 워낙 평이 좋은 곳이어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평일 오전임에도 카트없이 걷는 비용으로 인당 60불이다. Terranea 리조트를 이번에 찾아보니까 십년쯤 전에 태평양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세워진 고급 호텔인 모양이고, 여기에 딸린 파 3 골프장을 Todd Eckenrode 설계로 만들었다고 한다. 가장 긴 홀인 3번과 8번이 170 야드 정도니까 우드류와 롱아이언을 차에 놔두고는 클럽하우스로 걸어갔다. 티타임을 예약했어도 리조트로 들어가려면 20불 주차비를 내야한다고 하여 살짝 떨어진 해변가 트레일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았다. Ranch Palos Verdes라는 부자동네에는 비회원 출입이 가능한 골프장이 셋 있다. 이날 오후에 방문할 T..

1년여가 지나서 다시 찾은 캘리포니아. 미국에 올 일은 종종 있었지만 요즘은 동남아나 일본에 맛이 들어서 장거리 비행을 선호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튼 오전에 LA 공항으로 들어와서는 렌트카를 찾아서 곧장 이쪽으로 왔다. 여기는 디즈니랜드 바로 인근에 있는 골프장인데 그저 가격이 (12시에 카트 포함해서 인당 37불) 저렴해서 골랐다. William Park Bell 설계로 1929년에 개장한 퍼블릭이니 코스 자체에는 별로 기대는 안되었지만 오랜 비행 후에 시차적응을 위해 몸을 풀기에는 적당했다. 고속도로를 통하면 좋을텐데 사고가 났는지 구글맵이 Compton 시를 통과하는 루트로 안내해서 살짝 긴장하면서 운전했으나 한편으로는 갱스터 힙합의 발상지를 차창 너머로나마 구경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데 LA행..

LA 공항에 도착하는 국적기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나 비슷한데 왜 이렇게 운영하는지 모르겠음) 오전에 도착하는 경우와 오후 3시경 도착하는 경우가 있다. 오전에 도착한다면 (입국수속에 걸리는 시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항 인근에서 한차례 골프를 칠 수 있는데 어차피 오랜 비행으로 몸상태가 별로라 공은 잘맞지 않겠지만 시차적응에는 도움이 된다. 따라서 좋은 골프장을 잡을 필요가 없는데 LA 공항 주변에 싼(만큼 코스상태도 별로인) 코스들이 몇몇 있어서 적당히 잡을 수가 있다. 이번에는 오래전에 한번 가보았던 Los Verdes 골프장을 들르기로 했고, 그나마 이쪽에서는 평이 나쁘지 않은 곳이다. 사계절 골프가 가능한 캘리포니아답게 LA 인근에는 꽤나 많은 수의 공립 (公立, municipal) 골프장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