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년전에 충북 제천의 힐데스하임 컨트리클럽이 킹즈락으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아마도 제천 힐데스하임의 원래 주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모 건설사가 음성군에다 만들어 2023년에 개장한 27홀 골프장의 이름이 힐데스하임이다. 여기는 임상신 씨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킹즈락도 원래 이 분의 작품이었으며, 좀 극적이고 어려운 코스를 지향하는 디자이너라는 것이 내 평가다. 하지만 음성에 새로 만든 힐데스하임은 애초부터 노캐디 셀프라운드를 겨냥하고 만들었기에 가급적 넓고 평탄하게 조성했다고 한다. 월송리나 일본의 골프장들처럼 5인승 카트가 유도선을 따라 굴러가는 식이라 생소한 분들도 있겠으나 이제 우리나라도 노캐디 셀프라운드가 대중화되면 좋겠다. 나는 겨울에 레이크/힐 코스로 한번 가보았고, 누런 잔디에 거의 모든 ..

경기도 양평의 더스타휴 컨트리클럽은 이래저래 (개인적으로) 얘깃거리가 많은 곳인데 오랜만의 방문이자 핸드폰을 바꾸면서 사진을 새로 많이 찍었기에 업데이트한다. 퍼블릭 부킹이 안되는 회원제 골프장이 아직 우리나라에 좀 남아있는데 그중에서도 더스타휴는 몇년전에 내 골프인생에서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으로 모르는 이들과의 "조인" 라운드를 했던 곳이다 (물론 국내에서라고 한정한다). 한동안 "혼골"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도 했는데 나는 아직까지는 동반자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당시 우연한 기회에 더스타휴에서 공치실 분 모집 이런 게시글을 보고는 바로 연락을 했던 것이다. 골프친다고 전날 잠을 설쳐보기도 오랜만이었는데 초면인 분들 앞에서 실례는 안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떠났었고, 초대해주신 회원은 생각보..

스카이72는 (회원제 정규홀이 제대로 된 골프장이고 퍼블릭은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그냥 연습삼아 가는 곳이라는 식의) 우리나라 퍼블릭 골프장의 개념을 확 바꿔놓은 원조인데 영종도 인천공항 부근의 매립지에 네 개의 18홀 코스 (그래서 72홀)로 조성된 곳이다. 개인적으로 모든 코스를 다 좋아했지만 강남쪽에서 가기에는 사실 좀 멀고, 주변에 이런저런 골프장들이 많이 생겨서 메리트는 예전에 비해 떨어진다. 그래도 어디 해외에 출장이나 회의로 나가게 되면 비행기 시간하고 잘만 맞춰서 오전에 운동하고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서 곯아떨어질 수 있고, 아니면 오전 일찍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찌뿌드한 몸을 풀고 귀가할 수도 있어서 좋다 (물론 동반자를 두세명 구해야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골프의 가장 큰 난관)..

지금껏 제주도에서 골프치다가 비바람으로 일찍 철수하고 공항으로 향하노라면 제주시 부근부터는 비는 커녕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던 경험들이 다들 있으실 것이다. 변화무쌍한 제주 날씨에도 가장 골프치기 좋은 입지로 꼽히는 골프장이 오라 cc인데 36홀 코스이기도 해서 늘 붐빈다. 코스의 수준이나 관리상태도 나쁘지 않지만 내가 선호하는 곳은 아닌데 무엇보다 뭍에서는 흔한 수준의 (다시 말해서 제주도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코스라서 그렇다. 페어웨이 양측으로는 키작은 소나무들이 울창하고,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고 내린다. 나는 몇년전까지 동/서 코스의 조합으로만 수차례 라운드해봤는데 오라 cc에는 18홀 원웨이로 진행되는 남코스도 있다. 양쪽 코스가 모두 연덕춘 씨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남코스가 더 ..

한국골프의 시작을 언제로 보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으나 (서울한양 cc에서의 주장으로는 뚝섬에 골프장이 생긴 1927년이라고 함) 해방후에 한국인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골프장은 전쟁이 끝난 폐허속에서도 주말마다 골프치러 오키나와까지 가버리는 미군들을 달랠 목적으로 지금의 어린이 대공원 자리에 만들어 1953년에 개장한 군자리 서울 cc라고 한다. 이 골프장이 나중에 공원으로 바뀌면서 고양시 원당에 있던 한양 cc와 합쳐지는 바람에 여기는 한양 cc이기도 하고, 서울 cc이기도 하다. 같은 골프장을 쓰면서 서로 회원관리와 부킹을 따로 하고, 심지어는 클럽 챔피언도 따로 뽑는다니 좀 웃기지만 아무튼 여기가 현존하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골프장이다. 1964년 9월에 개장한 구 코스 (파72, ..

포천의 명문 퍼블릭인 베어크리크의 명성은 역시나 크리크 코스의 덕이지만 조선잔디 페어웨이에 투그린으로 조성된 18홀 베어코스도 상대적으로 편안할 뿐 무시받을 골프장이 아니다. 십수년전 장정원 씨가 양쪽 코스를 만들었고, 크리크는 노준택 씨에 의해서 2008년에 리뉴얼되면서 더 유명해졌는데 나는 베어코스도 좋아한다. 지난주에도 평일 오후의 티타임을 하나 잡았다가 서울의 쨍하던 하늘이 막상 골프장에서는 폭우로 바뀌어 결국에는 근처 식당에서 국수만 먹고 돌아와야 했다. 클럽하우스에서 내다본 잔디가 못내 아쉬워 결국에는 주말 오전으로 다시 날을 잡고 재방문. 6월이고 하니 끝나고 돌아올 때의 진접 부근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평일이 나았지만 주말 오전에 부킹이 가능했던 것은 행운이었다. 몇일간 퍼붓던 비도 드디어 ..

모처럼만에 여수까지 내려가면서 내가 경도리조트에 언제 왔었나 찾아보니 2016년 여름에 와서는 오동도/돌산도 코스의 18홀을 플레이했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주인이 전남개발공사인가 그런 공기업이었고, 기대에 비해 경치도 코스의 상태도 별로였다고 기억한다. 관리가 아쉽다는 생각이었고, 주인이 세이지우드 (미래에셋)로 바뀌었으니 훨씬 나아졌으리라 생각은 들었지만 가격도 훌쩍 올라가버려서 거기까지 가서 그 돈을 주고? 생각이 들어서 가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경도에 미련이 남았던 것이, 여기는 시내에서 가까운 자그마한 섬을 27홀 골프장으로 가득 채운다는 (지금이라면 절대 불가능할) 개념을 David McLay Kidd를 모셔다가 실현한 리조트이기 때문이다. 밴돈듄스의 설계로 유명한 맥레이 키드는, 그가 만드..

오랜만에 대부도의 더헤븐 (원래 이름은 아일랜드 cc)에서 골프를 쳤다. 직장이 인천일 당시에는 종종 바닷바람도 쐬고 조개구이도 먹으러 다녔던 대부도인데 막상 골프장이 생기고 나니까 서울로 직장과 집을 옮겼던 것이다. 여기를 서울에서 가자면 영동고속도로나 제3 경인고속도로를 지나 시화방조제를 건너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 막상 가보면 바닷가에 (섬에) 있지만 바다는 몇몇 홀에서만 보일 뿐이고 그나마도 시원스레 펼쳐진 푸른 바다가 아니라 온통 뻘이다. 아무튼 바닷가 링크스 코스를 기대하면 안된다는 얘긴데 골프장만을 놓고 보면 경치도 관리상태도 다 좋았었다. 아일랜드 cc는 David Dale의 설계로 남/동/서 9홀씩으로 만들어진 회원제 골프장이었지만 이래저래 문제가 많았던 모양이고, 우여곡절을 거쳐 (..

총 81홀이라니 국내에서는 최대 규모인 군산 cc에서 예전에는 회원제라고 불렀던 Lake/Reed 코스가 작년에 리노베이션을 하고는 토너먼트 코스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이쪽은 (원래의 Lake/Reed 코스) Neil Haworth가 만들어서 그의 코스설계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애초에도 불만이 없었는데 재개장 후에는 처음 가본다. 일박이일 일정으로 와서는 첫날 김제/정읍 코스를 노캐디로 돌았고, 새롭게 단장한 골프텔에 하루 묵은 다음날 오전에 토너먼트 코스를 친다. 오랜 운전 등으로 피곤했던 어제와 달리 한결 개운한 몸이었고, 패키지에 포함된 클럽하우스 조식뷔페도 (역시 전라도 골프장답게) 괜찮았다. 마침 남원코스인가 그쪽에서는 드림투어가 열리는 중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골프텔과 그 옆에 만들어진 연습장에는..

81홀의 대단지 골프리조트인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김제/정읍 코스의 18홀이 (시기에 따라 변화를 주는지는 모르겠다) 노캐디 플레이가 가능하다. 군산 cc의 토너먼트 (예전에 회원제 또는 Lake/Reed 코스로 불렸던) 코스는 Nelson & Haworth 디자인의 (홈페이지에는 Neil Haworth라고 나와있고, 한편 Robin Nelson이 설계한 국내 코스로는 스카이 72의 클래식 코스 등이 있다) 작품이지만 나머지 (김제, 정읍, 부안, 남원, 전주, 익산, 순창) 코스들은 안세원 씨라는 분이 설계했다고 한다. 김제 1번이 파 6로 시작하며, 정읍 3번은 1,004미터에 달하는 (파 7) 전장으로 유명한데 어째 장난치는 것 같기도 하고, 대충 만들다보니 이렇게 되었구나 느낌이라 굳이 가볼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