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껏 제주도에서 골프치다가 비바람으로 일찍 철수하고 공항으로 향하노라면 제주시 부근부터는 비는 커녕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던 경험들이 다들 있으실 것이다. 변화무쌍한 제주 날씨에도 가장 골프치기 좋은 입지로 꼽히는 골프장이 오라 cc인데 36홀 코스이기도 해서 늘 붐빈다. 코스의 수준이나 관리상태도 나쁘지 않지만 내가 선호하는 곳은 아닌데 무엇보다 뭍에서는 흔한 수준의 (다시 말해서 제주도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코스라서 그렇다. 페어웨이 양측으로는 키작은 소나무들이 울창하고,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고 내린다. 나는 몇년전까지 동/서 코스의 조합으로만 수차례 라운드해봤는데 오라 cc에는 18홀 원웨이로 진행되는 남코스도 있다. 양쪽 코스가 모두 연덕춘 씨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남코스가 더 ..

한국골프의 시작을 언제로 보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으나 (서울한양 cc에서의 주장으로는 뚝섬에 골프장이 생긴 1927년이라고 함) 해방후에 한국인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골프장은 전쟁이 끝난 폐허속에서도 주말마다 골프치러 오키나와까지 가버리는 미군들을 달랠 목적으로 지금의 어린이 대공원 자리에 만들어 1953년에 개장한 군자리 서울 cc라고 한다. 이 골프장이 나중에 공원으로 바뀌면서 고양시 원당에 있던 한양 cc와 합쳐지는 바람에 여기는 한양 cc이기도 하고, 서울 cc이기도 하다. 같은 골프장을 쓰면서 서로 회원관리와 부킹을 따로 하고, 심지어는 클럽 챔피언도 따로 뽑는다니 좀 웃기지만 아무튼 여기가 현존하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골프장이다. 1964년 9월에 개장한 구 코스 (파72, ..

포천의 명문 퍼블릭인 베어크리크의 명성은 역시나 크리크 코스의 덕이지만 조선잔디 페어웨이에 투그린으로 조성된 18홀 베어코스도 상대적으로 편안할 뿐 무시받을 골프장이 아니다. 십수년전 장정원 씨가 양쪽 코스를 만들었고, 크리크는 노준택 씨에 의해서 2008년에 리뉴얼되면서 더 유명해졌는데 나는 베어코스도 좋아한다. 지난주에도 평일 오후의 티타임을 하나 잡았다가 서울의 쨍하던 하늘이 막상 골프장에서는 폭우로 바뀌어 결국에는 근처 식당에서 국수만 먹고 돌아와야 했다. 클럽하우스에서 내다본 잔디가 못내 아쉬워 결국에는 주말 오전으로 다시 날을 잡고 재방문. 6월이고 하니 끝나고 돌아올 때의 진접 부근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평일이 나았지만 주말 오전에 부킹이 가능했던 것은 행운이었다. 몇일간 퍼붓던 비도 드디어 ..

모처럼만에 여수까지 내려가면서 내가 경도리조트에 언제 왔었나 찾아보니 2016년 여름에 와서는 오동도/돌산도 코스의 18홀을 플레이했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주인이 전남개발공사인가 그런 공기업이었고, 기대에 비해 경치도 코스의 상태도 별로였다고 기억한다. 관리가 아쉽다는 생각이었고, 주인이 세이지우드 (미래에셋)로 바뀌었으니 훨씬 나아졌으리라 생각은 들었지만 가격도 훌쩍 올라가버려서 거기까지 가서 그 돈을 주고? 생각이 들어서 가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경도에 미련이 남았던 것이, 여기는 시내에서 가까운 자그마한 섬을 27홀 골프장으로 가득 채운다는 (지금이라면 절대 불가능할) 개념을 David McLay Kidd를 모셔다가 실현한 리조트이기 때문이다. 밴돈듄스의 설계로 유명한 맥레이 키드는, 그가 만드..

오랜만에 대부도의 더헤븐 (원래 이름은 아일랜드 cc)에서 골프를 쳤다. 직장이 인천일 당시에는 종종 바닷바람도 쐬고 조개구이도 먹으러 다녔던 대부도인데 막상 골프장이 생기고 나니까 서울로 직장과 집을 옮겼던 것이다. 여기를 서울에서 가자면 영동고속도로나 제3 경인고속도로를 지나 시화방조제를 건너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 막상 가보면 바닷가에 (섬에) 있지만 바다는 몇몇 홀에서만 보일 뿐이고 그나마도 시원스레 펼쳐진 푸른 바다가 아니라 온통 뻘이다. 아무튼 바닷가 링크스 코스를 기대하면 안된다는 얘긴데 골프장만을 놓고 보면 경치도 관리상태도 다 좋았었다. 아일랜드 cc는 David Dale의 설계로 남/동/서 9홀씩으로 만들어진 회원제 골프장이었지만 이래저래 문제가 많았던 모양이고, 우여곡절을 거쳐 (..

총 81홀이라니 국내에서는 최대 규모인 군산 cc에서 예전에는 회원제라고 불렀던 Lake/Reed 코스가 작년에 리노베이션을 하고는 토너먼트 코스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이쪽은 (원래의 Lake/Reed 코스) Neil Haworth가 만들어서 그의 코스설계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애초에도 불만이 없었는데 재개장 후에는 처음 가본다. 일박이일 일정으로 와서는 첫날 김제/정읍 코스를 노캐디로 돌았고, 새롭게 단장한 골프텔에 하루 묵은 다음날 오전에 토너먼트 코스를 친다. 오랜 운전 등으로 피곤했던 어제와 달리 한결 개운한 몸이었고, 패키지에 포함된 클럽하우스 조식뷔페도 (역시 전라도 골프장답게) 괜찮았다. 마침 남원코스인가 그쪽에서는 드림투어가 열리는 중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골프텔과 그 옆에 만들어진 연습장에는..

81홀의 대단지 골프리조트인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김제/정읍 코스의 18홀이 (시기에 따라 변화를 주는지는 모르겠다) 노캐디 플레이가 가능하다. 군산 cc의 토너먼트 (예전에 회원제 또는 Lake/Reed 코스로 불렸던) 코스는 Nelson & Haworth 디자인의 (홈페이지에는 Neil Haworth라고 나와있고, 한편 Robin Nelson이 설계한 국내 코스로는 스카이 72의 클래식 코스 등이 있다) 작품이지만 나머지 (김제, 정읍, 부안, 남원, 전주, 익산, 순창) 코스들은 안세원 씨라는 분이 설계했다고 한다. 김제 1번이 파 6로 시작하며, 정읍 3번은 1,004미터에 달하는 (파 7) 전장으로 유명한데 어째 장난치는 것 같기도 하고, 대충 만들다보니 이렇게 되었구나 느낌이라 굳이 가볼 생각을..

삼성 소유의 골프장들 중에서 그나마 (9홀 코스인 글렌로스 제외) 일반에게 문이 활짝 열려있는 안성 베네스트는 원래 세븐힐스라는 이름의 골프장이었고, 임상하 씨가 설계해서 회원제 27홀과 대중제 9홀로 운영하던 것을 지금은 회원제 서/북 코스와 대중제 남/동 코스로 나누어 운영한다. 원래부터 퍼블릭이었던 동코스도 약간 좁을 뿐 회원제에 비해 손색없는 코스인데 여기는 임상하 문하에서 실무를 담당하던 권동영 씨가 관여했다고 하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9홀이 동코스), 아무튼 동코스를 포함하면 조금 저렴하다. 코로나로 우리나라 그린피가 미쳐가던 와중에도 기존의 가격을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킹만 된다면 거저 수준이라고 좋아하면서 가곤 했다. 생각해보면 일부 기업이나 부자가 서로 경쟁하듯이 좋은 골프장을 건설..

(주인이 같은) 대영힐스가 27홀이고, 바로 옆의 대영베이스가 18홀이니 나름 대단지 골프장인데 어쩌면 우리나라 퍼블릭의 미래를 제시해주는 곳일런지도 모른다. 코로나 전에는 비수기 (잔여타임의) 그린피가 5만원 정도까지 나오던 곳이고, 주말의 정가도 웬만한 골프장의 평일 수준이었으니까 늘 사람들로 북적거렸는데 가성비가 좋아서 언제 다시 한번 가봐야지 벼르던 곳이다. 대영힐스의 설계자는 누구인지 찾을 길이 없었으나 대영베이스는 임상신 씨가 만들었다니 아마 같지 않겠나 싶고, 이 분이 만든 다른 골프장으로는 제천의 킹즈락 (원래 명칭은 힐데스하임)과 횡성의 청우 cc (여기도 몇년전 대영에서 인수해서 이름이 알프스대영 cc로 바뀜) 등이 있다. 아무튼 예전만큼 저가는 아니어도 평일 오후에 12만원 그린피가 ..

경기도 시흥에 있고, 소래포구나 월곶에서 매우 가깝기 때문에 인천쪽에서는 접근성이 최고인 솔트베이는 원래 염전이었던 지역을 링크스 코스로 개발하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평지 골프장이다. 설계자는 오렌지이엔씨라고 하니까 코스의 디자인은 평균은 한다. 다만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골프장이 막 개장했을 당시라 그랬는지 몰라도 직원이나 캐디나 다 어리버리한 느낌이었는데 여전히 접근성 아니면 설명이 안되는 가격이지만 아무튼 다시 간다. 갑자기 조금 쌀쌀해진 날씨에 바람도 불었지만 이래야 링크스 코스려니 하며 친다. 잔디에는 초록물이 들었어도 원래 평지에다 나무가 별로 없는 레이아웃이라 황무지에서 골프치는 느낌이다. 예전에 비해 변화라면 저멀리 논현지구인지 월곶인지 모르겠지만 높은 아파트들이 많이 생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