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이 골프장의 위치를 "방콕"이라고 했지만 사실 정확한 지명은 따로 있을 것이다 (방콕 인근? 사실, 'n', 'u', 'i' 만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태국어는 저게 글자 맞나 싶게 어렵다). 판야인드라는 Ronald Fream 설계인 27홀 골프장인데 시내에서 가깝고 (호텔에서 차로 30분) 평도 좋아서 한국사람이 많이들 가는 모양이다. 야간 라운드도 하니까 내장객이 매우 많다고 하며, 듣자하니 여기에는 프리티캐디라는 시스템이 있어서 (그냥 이쁘장한 여자애들이 양산 받쳐주고 농담 받아주고 그런다고) 골퍼 일인당 캐디를 둘씩 쓰기도 한다는데 돈버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6월말의 평일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니 일단은 18홀만 예약하고 가지만 삘받으면 (더위에 지쳐 쓰러지지만 ..
사람들이 겨울이 오면 다들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떠나곤 하지만 추위를 피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그리고 골프말고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뭐하러 가냐 그렇게 생각해왔던 사람이다. 코스의 관리상태나 수준은 우리나라 골프장을 따라오기 어렵고, 골프장의 갯수도 아시아에서는 일본 (2015년 R&A 리포트에 따르면 2,383개), 중국 (500개), 한국 (447개)의 순이니까 골프의 저변도 약하다. 가격이라면 (한국보다야 싸겠지만) 미국을 비롯하여 훨씬 저렴하게 먹히는 나라도 많다. 쳐본 적도 별로 없으면서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도 우습지만 동남아 골프는 (딴 생각으로) 놀러가는 거지 골프가 주목적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왔다. 더구나 작년 이맘때 방콕에 회의하러 갔다가 골프나 칠까 했지만 정말로 타죽을 ..
어제 Horizon Hills에서 27홀을 돈 우리는 피곤에 쩔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덕분에 한결 개운한 느낌으로 Ponderosa 골프장으로 향한다. 여기도 18홀 코스인데 이쪽 동네에서는 유일하게 야간 라운드가 가능하며, 페어웨이 잔디가 조선잔디 (Zoysia 종)라서 우리나라의 평범한 골프장 수준일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 설계는 Max Wexler가 했다는데 이 설계자는 주로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에 유명한 골프장들은 여럿 만든 사람이고, 후에 Ronald Fream이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코스여서 평평하지만 Ronald Fream 답게 굴곡진 페어웨이에 물도 많다. 우리는 노캐디로 18홀을 돌았는데 내가 말레이시아 골프장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캐디를 쓰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예전에는 겨울에도 기회가 생기면 골프치러다니기는 했는데 추위보다도 누런 잔디는 극혐이라 빈도가 확 줄어들었다. 그래도 근질근질하던 참에 해외로 다녀온 이야기. 이번에도 싱가포르로 가는데 굳이 옆의 나라로 넘어가서 골프치는 이유는 비용이 저렴한 것도 있지만 싱가포르의 골프장은 거의가 회원제라서 외부인의 부킹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새벽에 도착하는 대한항공으로 가서는 약 한시간 가량 걸려서 (실제 거리는 이보다 짧지만 출근길과 국경 통과에 시간이 걸린다) 만난 첫번째 골프장은 Horizon Hills. Ross Watson이 설계한, 말레이시아에서 손꼽히는 명문 골프장으로, 노캐디가 일반적인 말레이시아에서도 반드시 캐디가 필수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바라본 페어웨이는 관리상태가..
싱가폴 사람들이 쇼핑하고 골프치러들 간다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로 우리도 골프치러 갔다. 한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바로 여기, 팜리조트인데 코스의 수준에는 큰 기대가 없었지만 현지의 여행사에다가 부탁하는 상황이니까 초행길인 내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여기는 총 54홀인 대단지 골프장인데 (Ronald Fream과 함께) Hiromasa Inagawa가 설계했다고 나와있으나 심지어는 일본의 여행사 홈페이지에도 이 사람의 이름이 영어로만 적혀있는 것을 보면 일본사람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3개의 18홀 코스의 이름은 Allamanda, Melati, Cempaka 코스이며, 금요일 오전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쳄파카 코스부터 시작이다. 추운 한국을 벗어났으나 더위는 역시 견디기 힘들다. 주루르륵 ..
싱가폴에도 골프장이 있나? 그러고보니 HSBC 여자대회를 여기서 했구나, 몇해전 송영한 프로가 우승한 대회도 싱가폴 오픈이었구나, 근데 있어도 꽤나 비쌀 거야 그런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이 작은 (나라 전체가 서울 정도의 크기라고 한다) 지역에 25개라니 면적 대비 세계에서 가장 골프장이 많은 나라라고 한다. 회원제에 고급스런 코스들이라 많이 비싸서 교민들이나 여행객은 인근의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나 빈탄 등으로 넘어가서 골프를 친다는데 부킹만 가능하다면 모처럼의 라운드에 돈이 조금 들어도 괜찮다는 것이 내입장이다. 개인적으로 수차례의 싱가폴 방문으로 느낀 점은 꽤나 과대평가된 여행지이고, 선뜻 방문할 마음이 생기는 곳은 아니었지만 골프치는 목적이라면 또 생각이 달라진다. 미팅으로 하여튼 가야할 사정..
겨울이 되었다는 것은 더이상 국내에서의 즐거운 라운드는 어려워졌다는 뜻이고, 따뜻한 동남아가 그리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선배가 놀러가는데 묻어가는 식으로 오랜만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무지 덥고 비가 내리는 시기라 하루에 18홀씩 네번의 라운드만을 잡았다. 골프백을 챙기는 일은 언제라도 즐겁지만 특히 자카르타에 가면 현지에 사는 신** 선배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니까 나는 옷이랑 공만 준비하면 된다. 에메랄다는 자카르타 인근에서는 최고의 회원제 골프장이라고 하던데 River/Lake/Plantation 코스로 이루어진 27홀 코스이고, 여기도 Jack Nicklaus와 Arnold Palmer가 설계했다 (아마 플랜테이션 9홀이 잭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코스일 것이다). 유..
때는 이미 2019년의 막바지인데 오래전 영화 백투더퓨처 2편에서 미래로 갔던 시기를 한참이나 지나버렸다. 당시 영화에 등장했던 신기한 풍경은 지문인식이나 화상통화 등등 이미 실현되었거나 가능성이 보이는 것들이 많은데 암튼 이전보다 몸을 덜 쓰는 것이 편리함,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던 모양이다. 그러다보니 거꾸로 몸을 써야하는 스포츠가 점점 더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나는 믿는다. 물론 헬스클럽까지 몇층 계단을 올라가기 싫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서는 러닝머신으로 땀을 내는 것이 현실이다. 기껏 운동한다고 와서는 주차장에서도 문에서 가까운 자리를 잡겠다고 빙빙 돌곤 한다. 왜 이런 얘기가 나왔냐 하면 이날 방문한 자고라위 골프장은 오래된 역사를 반영하듯 걷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은 나는 미국에..
일요일에는 다마이 인다나 로얄 자카르타를 가려고 했는데 이 동네에는 예약이라는 개념이 없는지 조식을 먹고 출발하면서 골프장으로 "지금 간다"라고 전화하니 오늘은 안된다는 대답. 결국 몇군데 전화해서는 즉흥적으로 정한 행선지가 Sentul Highlands 골프장이다. Gary Player가 설계한 코스라고 하며, 골프장 천지인 Bogor에 있다. 부동산 업자가 대단위 주택단지를 팔기 위해 조성하는 그런 식의 코스라서 이런 경우 웬만한 수준은 뛰어넘는 골프장이라는 게 내 경험인데 여기도 주변의 코스들과 마찬가지로 아시안투어의 대회도 종종 개최했었다. 비교적 한산한 일요일의 고속도로를 40km나 달려 골프장에 도착하니 도대체 자카르타에는 한국사람이 얼마나 살고있는 걸까 궁금할 지경으로 온 사방에 한국말이다...
글쎄, 뭐랄까 전처럼 자나깨나 골프칠 생각만 하지는 않게 되었는데 이 변화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다른 취미나 본업에 치여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치는 족족 원하는 자리로 공이 가주니까 재미가 없어졌어 그런 수준은 당연히 아니다. 12월 들어서도 국내에서 골프장에 한두번 나가기는 했는데 아무튼 멍하니 주말이 지나가도 아무렇지 않은 기간이 몇주는 지나버렸다. 인생이 평탄하게 느껴져서 그런가, 원래 시험이 코앞에 닥치면 여행계획도 짜고 안하던 방청소도 하고싶어지는 법이지만 막상 시험이 끝나면 다 귀찮아지는 그런 느낌? 연습장도 다시 나가보지만 이 블로그의 명칭처럼 골프에 "미쳐"지지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누가 자카르타에 간다고 해서 그러면 나도 따라가서 골프나 칠까? 충동적으로 가게 되었다. 남은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