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폐쇄적인 골프장은 아니지만 선뜻 재방문의 기회가 적었던 휘닉스 컨트리클럽을 몇년만에 다시 가보게 되었다. 쌩초보 시절에 고개를 저으며 돌아나왔던 곳이라 코스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어도 산세가 무척 아름다왔던 것은 생각난다. 아마 여기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생긴 Jack Nicklaus 코스일 것인데 20년이 지나도록 리노베이션 한번도 없이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비회원은 부킹 자체가 힘들었다가 어떤 이유에선지 요즘 부킹사이트 등에 (착한 가격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덜컥 잡아놓고는 동반자 구하기에 애를 먹었다. 평창을 어떻게 당일치기로 가냐 너무 멀다는 이들에게 여주 어디쯤 가는 시간에다가 30분만 더하면 된다고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런데 정말로 (길만 막히지 않으면) 강남에서 두시간 ..

내 골프인생에서 (막 머리를 올리고, 대체 이렇게 힘들고 재미없는 운동을 뭐하러 하는 걸까 생각하던 시절에) 처음으로 골프장이라는 곳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구나 느꼈던 곳이 광릉 cc인데 이후 가봤을 때는 이거 골프장이 뭐가 이렇게 후졌냐 생각이 들어서 발길을 끊었었다. 십수년째 내리막길만 걷다가 주인이 바뀌고, 이름도 광릉포레스트에서 한림광릉으로 바꾸면서 좀 나아졌다는 소문이 들리길래 다시 가보기로 했는데 평일임에도 가격이 어마어마해서 이제는 비싸게 받을 자신감이 생겼을까 은근 기대도 했다. 포천가는 길목이긴 한데 막히는 진접을 지나가야해서 교통은 별로 좋은 편이 아니고, 다만 대로에서 바로 인접한 곳에 클럽하우스가 있다. 그래도 막상 골프장에 들어서면 다른 세상인 듯 조용하다. 개장일이 1997년이니까..

최근에 신문에서 읽었던 어느 서평에서 요즘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하는 조언들이 나왔다 (영화를 보지 않고 유튜브에서 요약설명만 보고마는 것처럼 책을 읽기보다는 서평을 보는 세상이다). 사회 초년생들에게 저자는 몇시에 만나기로 했으면 시간맞춰 나타나라, 도움을 받았으면 고맙다고 말해라 등의 설마 이런 것까지? 싶은 조언을 한다. 덧붙여서 좌절을 겪더라도 부모 탓을 하지 마라, 심지어는 직장에서 어려움이 있어도 부모님을 모셔오지는 말라는 얘기까지 한다. 설마 싶겠지만 이미 오래전에 비슷한 일을 경험했었는데 갓 들어온 후배에게 뭐라고 좀 했더니 몇일뒤 깔끔하게 차려입은 노신사가 직장으로 찾아와서는 우리 아이가 아직 부족하니 잘 부탁드린다며 고개를 숙인 일이 있었다. 이후의 사연을 다 말할 것은 ..

늘 동여주 cc (군 골프장이라 정확한 명칭은 체력단련장)와 헷갈리는 남여주 골프클럽은 최근까지도 추첨으로 티타임을 배정하던 (지금은 선착순) 퍼블릭 골프장인데 한때 우리나라에서 홀당 내장객이 가장 많다고 알려지기도 했었다. 설계자는 성치환 씨라고 하며, 마루/누리 코스의 18홀로 2000년에 개장했다가 가람 코스 9홀을 증설하여 지금은 27홀 골프장이다. 퍼블릭 코스들은 원래부터도 부킹이 로또 수준이었지만 코로나로 골프열기가 미쳐버린 요즘에는 가격마저도 회원제 뺨치게 올라버렸는데 그나마 남여주는 상대적으로 착한 가격을 유지한다 (덕택에 더더욱 티타임 잡기가 어려워졌다). 퍼블릭답게 매트에서 티샷을 하고, 그린도 느린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엉망인 구석이 없어서 부킹만 된다면 사양하지 않고 가볼만 하다..

대체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지금껏 경상남도에서는 하루 이상을 자본 적이 없음) 어려서부터 "부곡하와이"라는 곳을 알고 있었고, 가본 적은 물론 없으나 뭔가 근사한 유원지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져서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1972년에 경상남도 창녕에 온천이 발견되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워터파크가 조성되었는데 이름을 하와이라고 지은 까닭은 모르겠으나 한때 대단한 인기 관광지였다가 결국 2017년에 폐업했다고 한다. 아무튼 여기에 18홀 회원제 골프장이 있는데 1991년에 개장했다니까 나름 오랜 전통의 회원제 부곡 컨트리클럽이다. 창원에서의 이틀째, 아무리 구글링을 해봐도 설계자를 찾을 수 없는 이 골프장을 부킹했다고 해서 나는 뭐 새로운 코스를 가보는구나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

저멀리 경남 진해의 바닷가 매립지에 만들어진 36홀 골프장인 아라미르는 류창현 씨의 설계인 일종의 링크스 코스인데 사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부산신항 공사로 나오는 흙이 매립된 지역이라고 하며, 한국인 설계자가 만든 링크스는 이제 우리나라에도 몇몇 생겼지만 경치만큼은 거기가 거기같이 비슷하고 평범하다. 아라 18홀과 미르 18홀인데 우리는 양쪽을 모두 돌아보고 싶었으나 부킹이 워낙 어려워서 간신히 아라코스만 치게 되었고, 이쪽이 3부를 운영하도록 라이트 설치가 된 쪽이라고 하니 관리상태도 기대를 접었다 (작년에 KPGA 대회를 유치했는데 미르코스에서 열렸다고 한다). 큰 규모의 클럽하우스와 시원하게 넓직한 시설은 맘에 들었다. 바글바글한 라커룸과 욕실의 탕에 물이 채워진 것을 보니 코로나도 끝물이다..

알펜시아의 45홀까지 포함하여 평창에 산다면 골프를 원없이 칠 환경이다 싶은데 버치힐도 인근의 용평 gc와 마찬가지로 용평리조트 (이번에 보니 이름이 발왕산 모나파크로 바뀐 모양)에 속한 18홀 회원제다. Ronald Fream이 설계해서 2004년에 개장했다고 하니 같은 산이긴 해도 코스의 조경이나 난이도는 (용평과 비교하면) 서원밸리와 아시아나 cc 정도의 차이가 난다. 나는 일박이일 패키지로 두어번 왔었는데 이번에는 오전에 일찍 귀경하려다가 마침 비어있는 티타임을 발견하고는 계획을 급변경해 새벽 운동을 한다. 시작하면서 코스를 바라보면 어제의 샌드파인과 마찬가지로 확실히 (Ronald Fream 특유의) 물결치는 페어웨이가 눈에 띈다. 치는 사람이야 욕이 나오건 말건간에 바둑판처럼 울퉁불퉁한 페어웨..

태백산맥 너머를 자주 가본 것은 아니지만 그쪽에 좋은 골프장들이 몇몇 있다는 얘기는 늘 듣곤 했었다. 그중에서도 으뜸이 강릉에 있는 샌드파인 골프클럽이라고들 했는데 근방의 메이플비치는 가보았지만 샌드파인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원제라고는 해도 몇년전까지는 부킹이 가능했어도 굳이 강릉까지? 그랬다가 요즘에는 아주 어려워진 모양이다. 이번에 일박이일 회의가 있어서 강릉을 가면서 혹시나 여기를 가볼 길이 있을까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도무지 길이 없어서 포기상태였는데 임박해서 누군가가 한자리 비는데 같이 치실래요 하길래 냉큼 끼어서 친다. 내가 돈이나 권력은 쌓지 못했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밉보이지는 않게 살아왔구나 그런 흡족한 생각을 혼자 하면서 새벽의 고속도로를 달렸다. 한편으로는 내가 오전 8시의 티타임을 맞..

강원도 고성을 제외하면 아마도 북한에 가장 가까운 골프장이지 싶은데 철원에 가면 한탄강 cc라고, 귀뚜라미 보일러가 주인인 그럴싸한 18홀 퍼블릭이 있단다. 이름에서부터 십중팔구 문명과 동떨어진 시골이 연상되고, 한탄강을 내려다보는 몇몇 홀의 경치가 근사하다고들 했다. 설계자가 누구인지 확실하지는 않으나 권동영 아니면 임상하 씨라고 들은 것도 같다. 관리상태만 괜찮다면 가성비가 좋을 것인데 솔직히 강남쪽에서 가기에는 많이 멀어서 몇년전까지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이제는 고속도로도 포천까지 뚫렸고, 어디 충주나 천안까지 가는 거리니까 해볼만하다 싶었다. 평일 오후에 시간이 비길래 어디 가자고 찾아보는데 (아마도 코로나 때문인지) 서울 근처에서는 가격은 둘째치고라도 부킹이 너무 어렵다. 그나마 2시경 티타임..

또다시 개장 백주년을 기념하는 라운드. 여기는 정말로 숨겨진 보석같은 골프장인데 미국에 살던 시절에는 주로 추운 겨울에 갔었다. Hingham이라는 지역은 눈이 적게 내리는지 온동네 골프장들이 폐장하는 겨울철에도 여기는 문을 열었어서 자주 갔었는데 날이 좋아지면 가격이 좀 올라가기도 했고, 여기가 보스턴에서 남쪽으로 거의 한시간을 내려가야했기 때문에 초록색 잔디를 밟았던 기억은 별로 없다. Wayne Stiles와 John Van Kleek의 설계로 1922년에 개장했다는데 같은 설계자들이 만든 Putterham 골프장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실은 코스의 아름다움이나 재미는 훨씬 뛰어나다. 회원제로 개장했지만 지금은 시립 퍼블릭인데 여전히 고급스런 클럽하우스와 수영장, 테니스장까지 남아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