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년전에 용평 gc와 함께 방문해서 훌륭한 컨디션과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했던 평창의 알펜시아를 드디어 다시 가보게 되었다. 작년에 다녀온 지인의 말로는 매각설이 돌면서 관리상태가 엉망이 되어서 차라리 알펜시아 700 퍼블릭이 낫더라 그런 얘기를 들었었는데 올해부터 관리하는 KMH 레저가 가격은 비록 올렸을 망정 코스관리만큼은 인정하는 회사라 다시 기대를 품고 갔다. 여기는 원래부터 럭셔리한 페어웨이 콘도와 함께 분양한 회원제 27홀이었고, Robert Trent Jones 2세의 설계다. 지금도 알펜시아 "트룬"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것을 보면 그동안 Troon 골프에서 관리를 했었지 싶은데 아무튼 기본이 탄탄한 골프장이다. 이제 여러 부킹 사이트에 티타임이 나오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거리가 좀 멀기 때문에..

한때는 경기도 이천의 회원제 3인방으로 꼽히던 (비교대상이 블랙스톤 이천과 해슬리 정도였으니 상당한 고급이었음) 휘닉스 스프링스가 2015년에 퍼블릭으로 전환하면서 이름도 사우스스프링스로 바꾸었다. 몇년전까지는 꽤나 자주 갔었는데 언제나 어렵고도 좋은 골프장이었지만 가격이 주변에 비해 몇만원이라도 더 비싸서 차츰 발길을 끊었었다. 이번에도 어디 좀 싸고 좋은 곳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올해의 (정말 미쳤다고밖에는 표현하기 힘든) 비싼 그린피에 황당한 심정으로 에잇 그럴바엔, 하며 여기를 잡았다. 서울에서 멀어보이지만 중부고속도로 남이천 ic를 나가서 바로 나오기 때문에 용인권 어디보다도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점도 여기를 고른 이유다. 실은, 사우스스프링스에 한번 다시 가보고싶었던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네이..

코로나 이전부터 서울 인근에서는 최고 인기를 자랑하던 태광 cc를 오랜만에 다녀왔다. 36홀의 코스들 중에서 지금은 동코스 9홀을 퍼블릭으로 운영하는데 처음에는 북코스를 대중제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1984년에 신갈 컨트리클럽으로 개장하던 당시에는 연덕춘 씨가 설계한 남/동 코스의 18홀이었고, 태광그룹이 인수하여 회원제 서코스, 대중제 북코스를 추가하였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임상하 씨가 관여했다. 새 주인이 골프장의 이름을 태광 cc로 바꾼 이후에도 남/동/서 27홀을 회원제로 운영하다가 2006년 쯤에야 동코스를 퍼블릭으로 바꾸었다고 하니 아마도 (원래는 대중제로 만들어진) 북코스의 인기나 완성도가 생각보다 좋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동안 회원이 예약하더라도 (전반 코스는 알 수 있어도) 어떤 코스의..

경기도 포천에도 푸른솔 골프클럽이 있지만 같은 회사가 주인인 골프장이 전남 장성에도 있다 (포천은 가산 노블리제 cc를 인수한 것이니 이쪽이 더 먼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성치환 씨가 설계한 27홀 코스인데 페어웨이에 깔린 잔디가 장성중지라는 품종이니 이쪽 동네는 특이하게도 잔디가 특산품인 모양이다. 퉁쳐서 한국잔디 내지는 조선잔디라고 부르는 속에서도 장성중지는 줄기가 풍성하고 잎이 길어서 밟아도 잘 죽지 않는 특성으로 학교 운동장 등에 많이 보급되었고,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잔디의 상당수를 장성에서 생산한다고 한다. 아무튼 잔디로 유명한 지역에 있는 골프장인 셈인데 그보다도 얼마전 유튜브에서 보았던 모 채널에서 푸른솔 장성의 풍광을 보면서 한번 가봐야지 했다가 기회를 잡았다. 마운틴/레이크/힐 코스들 ..

코로나가 창궐한 3년간 별일없이 잘 피해다녀서 내가 주변에 친구가 없나 생각까지 하다가 드디어 지난 주에 걸렸다. 생각보다 심하게 앓으면서 몇일간 고생했는데 줄줄이 잡아놓았던 골프 부킹을 (동반자들에게 연락해서 의견을 묻고) 취소하는 것도 큰 일이었다. 아무튼 몇일간의 격리를 마치자마자 원래 예정되었던 전라도 여행을 떠났다. 몇년전에 전라남도 화순이라는 곳에 난생 처음으로 가보았을 때 그쪽에 생각보다 골프장이 많다는 것에 놀랐고, 해피니스 cc에서 라운드하면서 코스의 수준이나 관리상태가 좋아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우리를 초대해주었던 후배의 말로는 광주 인근에서는 나주에 있는 골드레이크가 원탑이라고 해서 조만간 다시 오리라 약속했는데 코로나 탓에 3년이나 늦은 재방문이다. 골드레이크는 장정원 씨가..

이름만으로도 철강회사에서 지었나보다 싶은 페럼클럽은 동국제강 소속으로 퍼블릭이지만 개장 당시에 tv 광고를 엄청나게 했던 곳이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덕에 공들여 지어놓고도 퍼블릭이 되었지 않을까 싶은데 안도 다다오 (安藤忠雄)가 설계한 클럽하우스만 해도 돈으로 쳐바른 인상을 준다. 이쪽 동네에 매우 배타적이고 비싼 회원제 골프장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아마 지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돈을 들였을텐데 차라리 퍼블릭이 더 낫겠다 싶은 시절이라 사연이야 어떻든 우리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좋은 코스를 방문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그저 감사할 일이다. 이번이 네번째 방문인가 그런데 이전에는 계속 3월 아니면 11월 정도에 갔었기 때문에 누런 잔디에서 공을 쳤다. 추운 시절에 갔었어도 배수와 통기를 위해 잔디 아래에다가 뭐..

내 마음속에서는 단연 한국 최고의 골프장인 가평베네스트를 요즘에는 자주 방문하였기 때문에 달라진 느낌이 있어서 업데이트한다. 지금껏 수백번의 라운드를, 수백곳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지만 내가 의외로 구력은 짧아서 십년쯤 전에 중국 하문에 있는 동방 오리엔트 cc에서 머리를 올렸고, 이후 연중행사로 한번이나 두번정도씩 (직장의 단합대회 등에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마지못해 치곤 했었다. 재미있지도 잘하지도 못하는 운동을 황금같은 주말에 대여섯시간씩이나 들여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던 시절이 불과 십년전이다. 그러다가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기 직전의 봄에 처음으로 가평베네스트를 갔었는데 물론 공은 하나도 맞지 않았어도 그 아름다움에 반해서 처음으로 골프가 힘들지 않았던 추억이 담긴 곳이다. 아래의 ..

회원제로 개장해서 잘 운영하던 컨트리클럽들이 대중제로 전환하거나 퍼블릭 부킹을 일부 열어주는 현상은 벌어들이는 수입의 격차를 생각하면 대충 이해는 된다. 초심대로 철저하게 회원 위주로 운영하자면 모기업이 돈이 많거나 이익에 관심이 적어야할 것인데 이제 우리나라에는 그런 골프장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 남양주 덕소에 있는 해비치 서울은 아직까지는 회원들만 부킹이 가능한 곳이며, 그러나 회원의 대다수가 모기업인 현대자동차 직원들인 것은 이 골프장이 지향하는 바를 잘 말해준다. 대기업이나 유명인사들을 가려서 회원으로 받아주는 몇몇 폐쇄적인 컨트리클럽들과 달리 해비치 서울은 오직 계열사들의 접대 (또는 직원복지?)가 목표인 골프장이라 따로 일반인 부킹은 어렵지만 고객대상 행사가 종종 열리고, 현대카드 가입자들 중..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로 내려가다보면 남이천 ic 부근에 골프장들이 몰려있고, 거기서 조금 더 내려가서 일죽 ic로 나가면 또 가성비 짱짱한 골프장들이 여럿 나온다. 실크밸리가 위치한 동네는 경기도 이천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충북에 가까운 지역이어서 그린피가 저렴한 이유가 되겠다. 싼 가격의 다른 이유로 몇몇 홀에서 느껴지는 악취를 들 수 있는데 기존의 축사를 없앨 도리는 없으니 호불호가 명확한 골프장이다. 나는 이번이 두번째 방문인데 기억에 심한 악취는 아니었다는 생각이지만 시기와 날씨에 따라서는 다시는 안가겠다고 치를 떠는 이들도 보았다. 송호 씨가 설계한 27홀의 관리상태나 디자인이 좋은 편인데 문제의 냄새 때문에 평가절하되는 느낌. 그러나 (냄새만 견딜 수 있다면) 라베를 기대할 수 있는 구장이라고도..

충북 음성에 있는 젠스필드를 굳이 다시 가보려고한 이유는 유튜브에서 (아, 알고리즘...ㅠㅠ) 절대 가면 안되는 폐급 골프장 어쩌고 동영상을 보았는데 대충 공감되는 내용이었지만 젠스필드가 포함된 것이 의아해서였다. 나는 몇년전에 여기를 딱 한번 가보았지만 싼 가격이 이상할 정도로 좋았다고 느꼈는데 아무리 호불호가 있고, 방문하는 시기나 관리상태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사이 관리에 소홀해졌을까 아무튼 궁금하던 터였다. 주지하다시피 젠스필드는 2010년에 회원제를 표방하며 개장하였다가 지금은 퍼블릭인 18홀인데 권동영 씨의 설계로 넓은 구릉지에 조성한 골프장이다. 몇년전에도 매우 저렴한 가격의 프로모션이 종종 나오긴 했는데 그린피가 미쳐버린 요즘도 평일 오후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