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국하는 날 오후에 드디어 Safeway 오픈이 열리는 실버라도 리조트 북코스를 돈다. Robert Trent Jones 2세의 설계를 Johnny Miller가 PGA 투어를 위해 개조한 코스지만 내 경험으로는 투어 코스가 어려운 것은 길이가 길어지기 때문이고, 페어웨이의 폭은 오히려 넓어지니까 극적인 맛은 어제의 South 코스만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린피가 비싼 편이라 제값을 주고라면 돈아까울 수 있지만 우리는 리조트에 묵었으므로 비교적 저렴하게 친다. 그리고 어차피 여기는 회원제에 투숙객에게만 티타임을 오픈한다.일요일이지만 한가해서 도착하자마자 첫 홀에서 티샷을 할 수 있었는데 페어웨이 양측으로 집들이 즐비한 남코스와 달리 거의 평지에 페어웨이 양측으로 나무가 울창한, 단조로운 경치였다 (후반에..

미국에 가면 싸구려 퍼블릭만 다니다가 모처럼만에 고급진 골프장 방문기. 와인으로 유명한 나파밸리에 자리잡은 고급 리조트인 Silverado Resort and Spa에는 수영장이 열개, 테니스코트가 16개, 객실이 280개나 된다고 하며, 개인이 소유한 콘도미니엄도 300채라고 한다. 어마어마한 규모니까 당연하겠지만 18홀 골프코스도 두개가 있다. 몇년전에 이 리조트를 Johnny Miller가 샀으며, PGA 투어 시즌의 첫번째 대회인 Safeway 오픈이 매년 North 코스에서 열리고 있다. 대회를 위해 원래 Robert Trent Jones 주니어가 설계한 코스들 중에서 북코스는 270야드쯤 확장해서 7,166야드가 되었고, 남코스는 여전히 6,612야드로 남아있다. 사실 내 취향은 가성비라서 굳..

미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지역 골프단체가 북가주골프협회 (NCGA)인데 80년대에 몬터레이 지역에 Poppy Hills라는 골프장을 만들고 운영해왔다고 한다. 거기는 Robert Trent Jones 주니어가 설계한 코스였고, 90년대 중반에는 형인 Rees Jones에게 새로운 코스를 만들게 했으니 (형제간의 경쟁?) 바로 Poppy Ridge 27홀이다. 샌프란시스코 동쪽의 이스트베이 지역에 와인으로 유명한 Livermore에 있는데 이쪽에 괜찮은 골프장들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나는 2014년에 여기를 한번 가봤었는데 당시에는 운좋게 저렴한 가격으로 부킹했었지만 이제 아무리 찾아봐도 평일에 (18홀 기준) 71불이 가장 싼 그린피였고,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는 가장 비싼 골프장이 ..

Hollister라는 (옷 브랜드와 관련있는지 나는 모른다) 동네는 샌프란시스코와 몬터레이 사이, 그렇다고 바닷가에서도 먼, 도대체 뭐가 있을까 싶은 동네인데 이 골프장의 평이 여기저기서 좋길래 (greenskeeper.org에서는 가성비 짱으로 손꼽힘) 선택했다. 숙소에서 꽤나 멀어서 어둠을 헤치고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8시경 티타임이지만 7시 반에나 해가 뜨는 미국 서부의 10월말이다. Fred Couples 설계의 (Gene Bates와의 공동 프로젝트였다고) 골프장에 전에 가본적이 있었나 가물가물하지만 늘 그렇듯이 새로운 스타일의 골프장을 접하는 것은 가슴설레는 일이다. 어쩌면 내년쯤에는 없어질 수도 있다니 부지런히 다녀야겠는데 요즘 부쩍 캘리포니아 골프장들이 문닫는다는 소식이 많은데 경제, 골프인..

이번 라운드는 그야말로 "last time deal"로 잡았는데 수상한 날씨 탓에 골프를 칠 수 있을까 없을까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후의 비예보가 점심시간에 다시 확인했을 때에는 사라져버려서 (오전에 운동한) Dublin Ranch 근방으로 찾아봤더니 (카트포함) 인당 18불의 저렴한 가격으로 여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이름부터가 우리는 시에서 만들어서 운영하는 (싸구려) 공립 골프장입니다 느낌이 난다. 주택가를 따라 페어웨이가 지나가는 코스인데 양쪽의 집들도 컨트리클럽의 페어웨이 하우스라 보기에는 많이 후져보인다. Clark Glasson의 설계로 1946년에 개장했을 당시에는 아마 집들이 없었을 것인데 나중에 홀들 사이의 공터에다가 공동주택을 지었지 싶다. 싼 골프장을 찾아서 왔긴 했는데 그야..

겨울철에 미국 어디론가 와서, 몇일간 죽어라고 골프만 치자면 그야말로 컴컴한 새벽에 호텔을 나와서는 밤이 되어서야 귀가하는 일정을 반복하게 된다. 나야 이제 익숙해서 괜찮지만 이번처럼 미국의 골프장에 생소한 동반자를 몇명 데려오면 가이드 입장이 되어 신경쓸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미리 좋은 골프장을 알아보고, 최저가를 살펴보고, 동선에 맞춰 티타임을 잡고 그런 짓은 안하기로 했다. 호텔에서 가까운 퍼블릭에 무작정 찾아가서 치고는 시간이 허락하면 또 근처의 다른 골프장에 간다. 끔찍하게 후지면서 턱없이 비싼 코스일 위험이 있지만 그래봐야 몇만원이고, 공치면서 하루를 보내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맞은 아침에 호텔 조식을 먹으면서 Golfnow 앱을 켰더니 주변에..

오거스타 내셔널과 로얄멜번, 싸이프레스 포인트 등으로 유명한 Alister Mackenzie 박사였지만 가장 마음에 들어해서 결국 그 옆에다가 집을 지어서는 노년을 보냈다는 골프장은 Pasatiempo였다고 한다. 맥킨지 박사에게 Pasatiempo의 설계를 의뢰했던 주인은 Marion Hollins라는 여성으로, 20세기 초반에 여러 대회를 휩쓸던 아마추어 골퍼이자 백만장자의 상속인이었던 그녀는 여기에 폴로클럽과 함께 최고의 골프장을 만들고 싶어했다. 이 골프장이 개장하고 첫 손님이 Bobby Jones였고, 코스에 감동받아 맥킨지에게 오거스타의 설계를 부탁했다는 이야기도 이미 유명하다. 놀랍게도 여기는 퍼블릭 부킹을 받고 있고, 가격도 감당할만한 수준인데 아무튼 내가 미국에서 (현재까지는) 가장 비싸..

Oakland 동쪽으로 Diablo 산 부근에 있는 골프장인데 바로 옆의 Shadow Lakes 골프클럽과 주인이 같다. 그래서 하루에 36홀을 돌면 딱 좋았을텐데 불행하게도 캘리포니아의 가뭄으로 거기는 문을 닫고 지금은 여기 Deer Ridge만 열었다. 여기는 Andy Raugust가 설계해서 2004년에 개장한 비교적 신생 퍼블릭이다. 아무튼 계획이 좀 틀어진 탓에 오전에 여기를 돌고, 오후에는 (안가본 골프장으로만 다니려는 생각이었으나) 저번에 꽤 좋았던 Roddy Ranch를 다시 가보기로 했다. 금요일 오전 7시 20분 티타임인데 호텔에서 40분 정도 걸린다고 구글이 가르쳐줬으니 새벽같이 일어나서 달린다 (호텔의 조식이 6시부터인 것이 다행이었다). 몇달전에 지났던 익숙한 길인데 비 예보도 있..

2015년 11월에 여기 Livermore에서 묵었음에도 지척에 있는 이 골프장은 제껴놓았었는데 별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평일 오후에도 그린피가 $100이 넘었기 때문 (게다가 비슷하게 좋으면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Poppy Ridge가 바로 지척에 있음)이었다. Wente Vineyards는 (여기 사람들은 "웬티"라고 읽더라) 엄청 광활한 포도밭이자 130년 역사의 와인 양조장인데 (웬티 와인은 이미 국내에도 수입되어 팔리고 있다) 그 포도밭 사이로 골프장을 만들어놓았으며, 설계자는 Greg Norman이라고 하며, 공동 설계자로 Tad Burnett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 사람은 그렉노먼의 회사에서 실무를 담당하던 디자이너다. 실은 지난번에 근방의 골프샵에 공을 좀 사러 들어갔다가 ..

숙소인 Livermore 시에서 가까운 The Bridges 컨트리클럽도 명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골랐다. 1999년에 Johnny Miller와 Damian Pascuzzo의 설계로 개장했다가 최근 Jay Blasi가 리노베이션을 했는데 이 사람이 Robert Trent Jones 2세 밑에서 일하다가 독립해서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Jay Blasi는 RTJ 주니어와 함께 올해 US 오픈을 개최했던 워싱턴 주의 Chambers Bay 건설을 주도했던 사람이니 미국 골프업계의 떠오르는 유망주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나는 자니밀러의 골프장 디자인을 좋아하는 편인데 대개 그의 손길이 닿은 코스들은 프라이빗이거나 고급 리조트였다. 그런데도 여기는 금요일의 프로모션 그린피가 카트 포함으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