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쎄, 뭐랄까 전처럼 자나깨나 골프칠 생각만 하지는 않게 되었는데 이 변화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다른 취미나 본업에 치여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치는 족족 원하는 자리로 공이 가주니까 재미가 없어졌어 그런 수준은 당연히 아니다. 12월 들어서도 국내에서 골프장에 한두번 나가기는 했는데 아무튼 멍하니 주말이 지나가도 아무렇지 않은 기간이 몇주는 지나버렸다. 인생이 평탄하게 느껴져서 그런가, 원래 시험이 코앞에 닥치면 여행계획도 짜고 안하던 방청소도 하고싶어지는 법이지만 막상 시험이 끝나면 다 귀찮아지는 그런 느낌? 연습장도 다시 나가보지만 이 블로그의 명칭처럼 골프에 "미쳐"지지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누가 자카르타에 간다고 해서 그러면 나도 따라가서 골프나 칠까? 충동적으로 가게 되었다. 남은 휴가..

인도네시아에서의 이틀째는 Klub Golf Bogor Raya 골프장이다. 여기는 내 개인적으로 뜻깊은 장소인데 2012년에 교통사고로 무릎이 부러져서 꽤나 오랜기간 목발 신세를 지며 내가 다시 건강하고 골프장에 설 수 있을까 걱정하다가 방문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때가 2013년 1월이었는데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 비도 세차게 내렸지만 그저 두발로 서서 스윙할 수 있다는 기쁨에 매일 36홀씩 이틀을 골프만 쳤다. 더운 지역에서 비가 내리면 시원할 것으로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는데 땅에서 뜨거운 공기가 마치 한증막처럼 올라오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덥다. 그리고 여기는 내가 난생 처음으로 가본 동남아 (사실 자카르타는 적도 아랫쪽에 있는 도시라서 동남아라고 부르기는 뭣하지만) 골프장이기도 하다. 두근..

이름에 로얄 어쩌고가 들어있으면 웬만한 수준은 뛰어넘는 골프장이라는 게 내 경험인데 여기는 명실상부한 인도네시아 최고의 골프장으로 아시안투어의 인도네시아 마스터스 대회가 열린다. 처음 가본 것이 2014년 2월이었고, 당시에는 (아래 사진에서처럼) 비가 내리는 가운데 27홀을 돌았었다. Robert Moore 설계인데 이 설계자는 JMP 디자인 소속이니까 풍광 위주에 약간 어렵게 만들 것으로 짐작하시면 된다. 자카르타 시내에서 매우 가까운 이 골프장에는 주로 인도네시아 군인들이 많이 온다는데 약간 비싼 비용만 감안하면 부킹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회원제인가요? 물었더니 대답이 시원찮았는데 설립자 (founder) 100명이 있을뿐 운영은 퍼블릭이라고 한다. 군 공항이 바로 옆에 있는 코스라서 진입로가 약..

동관힐뷰 골프장의 A, B 코스를 오픈 코스라고 부른다. 여기도 Jim Engh 설계이며, 오전에 마스터 (C, D) 코스를 돌고는 이 설계자의 팬이 되어버렸다. 어제 친 미션힐스와는 상대도 안될 정도로 어려운 코스인데 맥빠지게 힘든 것이 아니라 아하 이런 의도로 이래놨구나 감탄하게 된다. 마스터 코스가 회원제라고는 하는데 양쪽 모두 부킹에 어려움이 없고, 인터넷에서의 평가도 다 괜찮다. 다만 우리는 운좋게도 골프치는 도중에는 비를 만나지 않았지만 이쪽 동네의 4, 5월은 우기라 피해야하는 시기라고 한다. 여기 사람들은 주말에도 오전 라운드는 기피하는지 오후가 되면서 많이 밀리는 18홀이 되었다.오픈 코스는 약간 링크스 코스의 분위기도 나서 비교적 평지에 티박스에서 그린이 보이는 홀들이 대부분이다. 여기..

동관힐뷰 골프클럽 (东莞峰景高尔夫球会)은 중국 심천에 골프치러 간다고 하면 (패키지에) 거의 반드시 끼는 곳인 모양인데 공항에서 가까운 것이 이유인지 여행사에 커미션을 많이 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평이 좋은 편인데 Jim Engh 설계의 36홀로 A, B 코스를 묶어서 오픈코스, C, D 코스를 마스터 코스라고 부른다 (상당히 유치하게 들리면서 지극히 중국다운 발상이다). Jim Engh은 우리나라에도 (정말 황당하게 어려웠던 산악코스인) 장수 골프장을 만들었는데 미국에서도 산악코스의 장인으로 통하는 사람이다. 물론 동관힐뷰의 입지는 평지라서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 36홀을 돌기로 했으니 오전에 Master 코스를, 오후에는 Open 코스로 돈다.Jim Engh 코스는 장수 ..

오후에 도는 코스가 저스틴 로즈와 이안 폴터를 내세운 Rose-Poulter (玫瑰-保尔特) 코스다. 처음 생겼을 당시에는 (데이빗) Duval 코스였는데 지금은 듣보잡 골퍼로 전락해버리는 바람에 이름을 바꾸었을 것인데 그래서 심천 미션힐스의 코스들은 이름만 빌려준 것임이 (적어도 저스틴 로즈나 이안 폴터가 설계에 관여하지 않은 것은) 확실해졌다. 뭐, 아무래도 좋은데 한때 (그것도 타이거의 전성기에) 세계랭킹 1위를 하기도 했던 데이빗 듀발의 이름을 내세워서 만들었으니 길고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 더운 날씨라서 기진맥진했으나 클럽하우스 점심을 먹고나니 좀 살만해진 상태에서 다시 뜨거운 태양 아래로 나간다. 미세먼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습기가 올라와서 사진이 좀 뿌옇게 찍힌다.그런데 이 코스는 길이나..

2019년 연말에 중국 심천 (深圳, Shenzhen)에서 회의가 있어 이때다 싶게 골프칠 궁리를 했다. 일차 목표는 당연히 세계 최대의 규모라는 미션힐스 (深圳觀瀾湖) 골프리조트인데 심천과 동관 두 도시에 걸쳐 조성된 골프장이라는 것은 몰랐다. 어디를 어떻게 예약하고 가는지도 모르고 막연하게 가보자고 했다가 결국은 여행사를 통할 수밖에 없었으니 하루는 미션힐스에서 36홀을 돌고, 다음날 동관힐뷰 36홀의 일정이다. 미션힐스 리조트는 중국에 두 곳이 있다는데 하이난에 180홀 (두개의 18홀 코스는 파 3 코스)이 있고, 심천에 216홀 (18홀 정규코스로만 12개)이 있다고 한다.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이니까 어느 코스를 돌아도 상관없기는 하겠으나 여행사를 통했더니 골프장에 나서는 순간까지도 우리가 어디..

하문 골프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이쪽에서는 제일 알아주는 명문인 동방 오리엔트 (Orient, 東方高尔夫鄕村俱乐部)로 갔다가 점심식사 후에 귀국하는 일정이다. 수년간 KLPGA 경기를 개최하기도 한 동방 컨트리클럽은 Ronald Fream 설계의 27홀 골프장이다. C 코스가 아마 퍼블릭인가 그럴텐데 여행사를 통해서 오면 거의가 C 코스를 포함하게 된다고 한다. 사실 중국의 하문은 내가 처음 골프를 시작한 곳이어서 선입견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기준으로 보면 겨울철 골프여행에 아주 매력적인 곳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이제 중국의 골프비용이 너무 비싸져서 태국이나 필리핀에 비해 메리트가 없고, 하문에서 접근가능한 골프장도 기껏 서너군데 뿐이다. 겨울철 날씨가 썩 좋은 것도 아니다. 아무튼 다른..

이제 중국 골프는 싼 맛에 가는 곳이 아니게 되었는데 비용도 비싸졌지만 기껏 두세시간만 간다고 해도 비자에 인천공항 수속에 별로 내킬 리가 없다. 그렇다고 코스 수준이나 직원들의 친절이나 우리나라보다 나을 것도 없다. 그래도 이왕 가는 건데 골프라도 쳐야겠다고 잡은 것인데 하문에는 골프장도 많지 않아서 대부분 예전에 쳐본 곳들이고, 여기 남태무 골프장만 이번에 처음 가보는 곳이다. 전에 여기를 가지 않은 이유가 하문 시내에서 멀기 때문이었는데 배를 타고 들어가야했었고, 지금은 다리가 놓여졌다고는 하나 멀리 돌아가기 때문에 호텔에서 최소한 한시간은 잡아야한다. 설계자가 Koji Masuda (増田光司)라고 나와있던데 (구글링을 해봐도 이 골프장 말고는 언급된 바가 전무하니)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고, ..

개가 (Kai Kou, 凯歌高尔夫球俱乐部) 골프클럽은 Greg Norman 설계인 36홀이지만 퍼블릭은 18홀만 (A/B 코스) 보통 열어놓는다. 하문이라는 도시 안에는 실은 골프장이 달랑 두군데 있는데 여기하고 동방 골프장이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는 느긋하게 막히는 길을 나서도 40분이면 간다. 시내에 있으니 기본은 하지 싶었고, 그렉노먼 코스를 최근부터 좋아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름 기대에 부푼 날이다. 물론 이 코스가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지만 가보기 전에는 과연 무엇을 기대할 것인지 가늠할 길이 없다. 나로서는 그저 좋았다는 얘기밖에는 할 수가 없는데 쉬워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코스 디자이너의 취향 그대로 리스크/리워드를 시험하는 어려운 레이아웃임에도 그럭저럭 공이 생각한만큼 맞아준 덕..